정기 인사 대신 정권 핵심·공신 챙기기호르무즈 리스크에도 UAE 대사 공석이란 전쟁 중재국 파키스탄 대사 공석기업·교민 외치고 뉴욕·상해 총영사 공석유엔·OECD 대사까지 비외교관 코드 인사우수 인재 죽이기→외교·안보 '삼류화'
  • ▲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 간판. ⓒ정상윤 기자
    ▲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 간판. ⓒ정상윤 기자
    재외공관장 인사가 점차 정례성·전문성을 잃고 정권 핵심·공신 챙기기식 특임(非외교관 출신) 임명 비중이 커지면서 직업 외교관 체계가 정권을 초월한 구조적 위기로 치닫고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문재인·윤석열 정부에서 축적된 특임공관장 인사와 그 가족의 갑질 논란 위에 이재명 정부 들어서는 전략적 요충지 공관장 공석 장기화와 특임 인선이 겹치며 '국익 중심 실용외교'라는 외교 기조와 현실의 괴리가 극명해지고 있다는 평도 제기된다.

    14일 외교가에 따르면 최근 공관장 인사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전략적 요충지 공관장 공석 장기화다. 앞서 지난달 25일 조선일보가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실이 외교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기반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3월 20일 기준 대사 공석은 23곳, 총영사 공석은 15곳이었다. 3개월 이상 무보직 대기 중인 고위 공무원은 15명, 3개월 미만 단기 대기자를 포함하면 약 25명에 달한다. 이 가운데 4명은 지난해 6월 이재명 정부 출범 때부터 9개월 이상 자리를 받지 못했다.

    이후 부분적인 인사가 이뤄졌지만 이날 뉴데일리가 173개 재외공관 홈페이지를 확인한 결과 대사 17곳·총영사 14곳이 여전히 공석 상태로 남아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대사가 공석인 대사관은 영국·프랑스·호주·아랍에미리트(UAE)·파키스탄 등 주요 전략 거점에 더해 쿠웨이트·바레인·이집트·수단·카자흐스탄·멕시코·나이지리아·베네수엘라·루마니아·피지·뉴질랜드·도미니카공화국·온두라스·스위스, 유네스코·아세안대표부 등이다. 뉴욕·상하이·홍콩·밴쿠버·두바이 등 교민·기업 밀집 지역부터 니가타·다낭·몬트리올·요코하마·우한·이르쿠츠크·호놀룰루·후쿠오카·블라디보스토크 등 중소도시 총영사관도 여전히 공석이다.
  • ▲ 중동 해상 요충지. ⓒ뉴시스
    ▲ 중동 해상 요충지. ⓒ뉴시스
    ◆이란 전쟁 중재국인 파키스탄·중동 맹방 UAE 등 대사도 공석

    공석이 장기화된 공관 중 상당수는 안보·경제·자원 외교의 핵심 거점이라는 점에서 파장이 적지 않다. 영국·프랑스는 G7(주요 7개국) 핵심국이다. 이 가운데 영국과 호주는 미국이 주도하는 영어권 주요 5개국 정보동맹인 '파이브 아이즈'의 일원이다. 이들 국가는 우크라이나 전쟁, 대(對)러시아 제재, 중동 사안 등 다자·안보 현안에서 한국과 긴밀히 조율해야 할 파트너다. 특히 지난 2~3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방한 당시 프랑스 주재 대사가 공석인 상태였다는 사실은 정상외교 준비가 과연 충분했는지에 대한 의문을 낳았다. 호주는 석탄을 비롯한 자원 공급, 방산 협력, 인도·태평양 전략 등에서 한국의 전통적 우방이다. 이에 대해 한 전직 대사는 "국익 중심 실용외교를 내세우는 정부가 이런 국가의 대사 자리를 장기간 비워두는 것은 말과 행동의 괴리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지적했다.

    UAE는 한국의 중동 2위 교역국이자 아랍권과 체결한 첫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CEPA) 파트너로 에너지·투자·방산·건설에서 전략적 의존도가 높다. 쿠웨이트·바레인도 에너지·금융 측면에서 중요한 걸프국이지만 위상과 한·중동 관계에서의 비중을 고려하면 UAE에 비할 수는 없다. UAE는 한국의 중동 지역 최고 맹방이자 중동 정세에서 가장 중요한 행위자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국가다. 그런 국가의 대사 자리가 오랫동안 공석인 것은 이란·이스라엘 긴장 고조와 호르무즈 해협 리스크가 커진 상황에서 특히 이해하기 어려운 결정이다.

    파키스탄은 최근 이란 전쟁 국면에서 미국·이란 간 대화를 중개하는 등 중동 정세의 '핵심 중재국'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사우디·중국과의 밀접한 관계와 인도와의 장기 갈등, 아프가니스탄·이란과 맞닿아 있는 지정학적 위치 등 전략 지형상 의미가 큰 국가다. 과거 'A.Q. 칸 네트워크'를 통해 북한의 고농축우라늄 프로그램에 관여한 사실을 고려하면 비확산·테러·중재 외교 차원에서도 중요한 자리다.

    이집트는 수에즈 운하를 끼고 있는 지역 강국으로, 건설·인프라·에너지 협력과 교역이 코로나19 이후 다시 확대되는 추세다. 수단은 2023년 내전 당시 육해공군 합동으로 수행된 '프라미스 작전'을 통해 교민 28명을 구출한 곳이다. 정세가 여전히 불안정한 만큼 교민 보호·위기 대응 관점에서 공관의 상시 역할이 요구되는 지역이다.

    총영사 공석도 심각하다. 뉴욕·상하이·홍콩·밴쿠버·두바이 등 교민과 기업이 밀집된 핵심 지역 총영사관이 공석 상태를 이어가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한 공관 관계자는 "뉴욕·상하이 총영사가 비어 있다는 사실 자체가 '기업 지원·교민 보호'를 강조하는 대통령 메시지와 정면으로 어긋난다"고 밝혔다. 이러한 공석 사태의 배경에는 공관장 인사의 오랜 정기 인사 체제가 무너진 구조적 변화가 자리하고 있다.
  • ▲ 더불어민주당이 정원오 전 성동구청장을 서울시장 후보로 확정했다. 부산시장 후보로는 전재수 의원이 최종 확정됐다.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은 오는 6월 지방선거 대진을 완성해 나가고 있다. ⓒ뉴시스
    ▲ 더불어민주당이 정원오 전 성동구청장을 서울시장 후보로 확정했다. 부산시장 후보로는 전재수 의원이 최종 확정됐다.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은 오는 6월 지방선거 대진을 완성해 나가고 있다. ⓒ뉴시스
    ◆춘계·추계 공관장 인사 관행→측근·공신 챙기는 비정기 인사

    외교부는 전통적으로 봄·가을 두 차례 '춘계·추계 공관장 인사'라는 정기 인사 관행을 운용해 왔다. 본부가 인사 구상을 짠 뒤 청와대(대통령실)와 조율하는 방식이 유지될 때는 대사·총영사 교체가 이 리듬에 맞춰 비교적 안정적으로 이뤄졌다. 그러나 정권이 바뀔 때마다 공관장 인사가 정치적 고려에 휘둘리면서 이 정기 인사 틀은 사실상 작동하지 않게 됐다.

    특히 문재인 정부 시기부터 공관장 인사가 선거, 정권 핵심 측근·공신(功臣) 챙기기, 지지층 관리 등과 연동된다는 지적이 본격적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윤석열·이재명 정부로 이어지며 이 흐름이 누적·심화되고 있다는 것이 외교가에서 제기되는 우려다. 인사 시점·규모가 정책·조직 운영 논리보다 정권 내부 정치 일정에 좌우되는 구조가 굳어졌다는 것이다.

    현재 여권 일각에서는 "6월 지방선거에서 공천 경쟁에서 밀리거나 낙선한 인사들을 특임공관장으로 내보내야 하니 인사를 서두르지 말라"는 식의 이야기까지 돌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한 현직 외교부 관계자는 "정기 인사를 사실상 없애고 '상시 인사' 체제로 돌리면서 직업 외교관보다는 정무적 고려와 특임공관장 인선을 뒤섞어 눈에 띄지 않게 풀어내려는 것 같다"고 전했다.
  • ▲ 조현 외교부 장관이 후보자이던 지난해 6월 24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 인근 대우빌딩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는 모습. ⓒ뉴시스
    ▲ 조현 외교부 장관이 후보자이던 지난해 6월 24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 인근 대우빌딩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는 모습. ⓒ뉴시스
    ◆'순혈주의' 타파 논리 성립하려면 전문성·현지 적합성 충족해야

    물론 특임공관장 제도 자체를 무조건 부정할 수는 없다. '직업 외교관 중심의 순혈주의가 오히려 외교부를 폐쇄적 카르텔로 만들었다'는 문제의식 하에 '특임공관장은 현지 비즈니스 네트워크와 민간 역량을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 역대 정부들의 논리였다. 실제로 일부 특임공관장이 현지 교민사회·기업 네트워크를 활용해 직업 외교관과는 다른 방식의 성과를 낸 사례가 없지는 않다.

    그러나 이 논리가 성립하려면 전제 조건이 있다. 특임 인선이 전문성과 현지 적합성을 기준으로 이뤄져야 하고 그 비율이 직업 외교관 체계의 지속 가능성을 훼손하지 않는 수준에서 관리돼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의 문제는 특임 제도의 존재 자체가 아니다. 인선 기준이 전문성이 아니라 정치적 보상 논리로 대체되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대통령 측근 변호사, 선거 공신, 인권단체 대표가 유엔(UN)·경제협력개발기구(OECD)·전략 요충지 공관장으로 기용되는 것을 '민간 역량 활용'으로 설명하기에는 설득력이 떨어진다. 직업 외교관 '순혈주의 타파'라는 명분의 결과물이 정권 코드 인사의 반복이라는 현실은 명분 자체를 무력화한다.

    특임공관장 비율 확대는 공관장 공석 장기화를 부추기는 핵심 요인으로 꼽힌다. 과거에는 직업 외교관을 중심으로 공관장을 보임하되 특임공관장은 전체의 10% 안팎에서 제한적으로 운용하는 것이 사실상의 상한처럼 작동해 왔다.

    그러나 노무현 정부 이후 '외무고시 순혈주의 탈피'를 명분으로 비외교관 인사를 늘리는 흐름이 시작됐다. 문재인 정부는 "외교부 순혈주의를 타파하겠다"며 특임공관장 비율을 30% 수준까지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공개적으로 밝힌 바 있다. 이 과정에서 선거 공신·정치권·교포 사회 인사들이 잇따라 특임공관장으로 기용됐다. 이와 함께 배우자 갑질, 직무 태만, 조기 귀국·선거 출마 등 사건이 반복되면서 특임 제도의 취지 자체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현재 이재명 정부도 역대 정부의 실책을 반면교사 삼지 않고 오히려 특임 인사 비중을 늘리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외교가에서 나오고 있다.

    특임 비중이 커질수록 인선·검증에 걸리는 시간은 늘어난다. 직업 외교관은 공무원으로서 경력 전반에 걸쳐 인사기록을 관리해 온 만큼 비교적 신속한 검증이 가능하나 특임공관장은 과거 정치 활동, 이해관계, 재산·도덕성, 국내외 평판 등 점검해야 할 요소가 훨씬 많다. 여권 내부와 지지층 곳곳에서 공관장 자리를 둘러싼 요구가 쏟아지는 상황에서 누구를 어디에 앉힐 것인가를 정리하는 데 들어가는 정치적 비용과 시간도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 구조는 본부 고위 외교관의 '무보직 적체'로 직결된다. 또 다른 현직 외교부 관계자는 "실장·국장급 보직을 마친 직업 외교관에게는 통상 해외 공관장이 자연스러운 다음 단계로 여겨진다"며 "하지만 정기 인사 체제가 무너지고 공관장 인사가 정치화되면서 본부 1·2급 외교관이 갈 곳을 잃은 채 적체되는 현상이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고 토로했다.
  • ▲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9월 24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안전보장이사회 의장 자격으로 공개 토의를 주재했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 조현 외교부 장관, 차지훈 주유엔대사가 참석자 발언을 듣고 있는 모습. ⓒ뉴시스
    ▲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9월 24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안전보장이사회 의장 자격으로 공개 토의를 주재했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 조현 외교부 장관, 차지훈 주유엔대사가 참석자 발언을 듣고 있는 모습. ⓒ뉴시스
    文·尹·李 정권별 특임공관장 논란 … 인사 체제 문제 고착화

    양상은 조금씩 달랐지만 문재인·윤석열·이재명 정부가 재외공관장 인사를 정치의 연장선에서 다뤄 온 사실은 외교부 인사 시스템에 구조적 문제가 고착됐음을 보여준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초기 '외교부 순혈주의 타파'를 내걸고 비외교관 출신 특임공관장을 대폭 늘렸다. 이 과정에서 교육부 출신 박경재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총영사 등 일부 특임공관장과 배우자의 갑질 논란이 집중적으로 제기됐다. 관저 요리사에게 막말·폭언을 일삼고 관저 직원에게 과도한 사적 심부름을 시켰다는 녹취와 증언이 공개되면서 외교부 감찰과 언론 비판이 이어졌다.

    윤석열 정부도 예외는 아니었다. 첫 주중대사로 임명된 정재호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대통령과 고교 동기로 개인적 인연이 깊은 학자 출신으로, 외교 경력이 거의 없는 상태에서 전략 요충지인 베이징에 부임해 '측근 인사' 논란이 불거졌다. 부임 후 직원들에게 "그런 머리로 일했느냐"는 식으로 폭언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외교부가 감사에 착수했으나 주의를 주는 선에서 종결했다. '대통령과의 개인적 인연이 방패막이 됐다'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윤석열 대통령 초대 비서실장이던 김대기를 주중대사로 돌리는 인사 구상이 공개되면서 주중대사가 정권 핵심을 위한 회전문 자리로 변질됐다는 논란도 거세졌다.

    이재명 정부 들어서는 특임 인사가 다변화되며 논란의 양상이 조금 달라졌다. 주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사에는 1990년대 초 사회주의노동자연맹(사노맹) 활동으로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징역형을 선고받았던 국제인권법 학자 백태웅 하와이대 로스쿨 교수가, 주유엔 대사에는 이재명 대통령의 사법연수원 동기이자 선거법 위반 재판 변호인으로 활동했던 차지훈 변호사가 각각 발탁됐다.

    이에 대해 전직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두 사람 모두 국제법·법조인 출신이지만 전통적인 외교관 경력은 사실상 없다"며 "경제외교·다자외교의 최전선 요직을 특임·비외교관에게 맡긴 것이 과연 적절하느냐"고 비판했다.

    미국 휴스턴 총영사에는 1994년 행정고시 출신으로 보건복지부 입부로 경력을 시작해 인권단체 '국경너머인권' 대표를 지낸 이경은 씨가 임명됐다. 정부는 인권·시민사회 경력을 앞세워 발탁 배경을 설명했으나 외교 경력은 외교부 자문위원 활동 정도에 그친다는 점에서 영사·경제·위기관리 업무 수행 능력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 ▲ 지난 2월 25일 경북 영주시 안정면 용산리 한 야산에 공군 F-16C 전투기가 추락해 공군 관계자들이 진입로를 통제하는 모습. ⓒ뉴시스
    ▲ 지난 2월 25일 경북 영주시 안정면 용산리 한 야산에 공군 F-16C 전투기가 추락해 공군 관계자들이 진입로를 통제하는 모습. ⓒ뉴시스
    ◆우수인력 죽이기→외교·안보의 '삼류화' 우려

    이처럼 문재인·윤석열·이재명 정부는 특임공관장 인선을 정권 정치와 여론 관리의 연장선에서 다루고 직업 외교관 체계와 전문가 집단의 전문성을 부차적인 것으로 취급해 왔다는 공통된 문제를 드러냈다.

    문제는 이 구조가 장기적으로 어떠한 결과를 낳느냐다. 공군 조종사를 양성하는 데 막대한 예산과 시간이 들 듯, 직업 외교관 역시 국가가 오랜 시간과 자원을 투입해 길러낸 인력이다.

    전직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사무관 때부터 쌓아온 전문성과 경력의 가치를 인정받지 못한다고 느끼는 순간 조직에서 까다로운 훈련을 견디며 높은 기준을 충족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아무 의미가 없어지게 된다"며 "몇 년 전부터 외교관 후보자 선발 경쟁률과 합격자 수준이 예년에 미치지 못한다는 우려가 외교부 안팎에서 공공연히 제기되기 시작한 게 그 방증"이라고 전했다.

    군에서도 이미 비슷한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정규 사관학교 출신 장기 복무 장교가 10년 의무 복무 기간 중 5년 차에 조기 전역을 신청하는 이른바 '5년 차 전역'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사관학교 출신 장기 복무 장교의 5년 차 전역 지원이 최근 몇 년 사이 2배 가까이 늘어나는 등 초급·중간 간부 이탈이 심각한 수준이다.

    외교·안보는 단기간에 인력을 교체해 가며 운용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한 원로 외교관은 "직업 외교관·군 장교·전문 관료로 쌓아 올린 인적 자산은 국가 역량의 기반이었다"며 "이 체계를 정치공학과 단기 인사 보상 논리에 종속시키는 흐름이 계속되면 외교부와 군 조직이 '삼류 인재들이 맡는 자리'로 인식되는 날이 오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경고했다.

    "군 조종사가 민항사로 빠져나가는 현상을 두고 우리가 고민했듯, 직업 외교관들이 더 이상 외교관을 인생의 직업으로 보지 않게 되는 날이 올 수 있다"는 현직 외교관의 우려가 결코 과장으로만 들리지 않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