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 비롯 5개국 거론하며 '팀' 언급"호르무즈로 석유 공급받는 국가들이 그 항로 관리해야…미국이 도울것"중동산 원유 의존 높은 한국, 안보·동맹 딜레마 커져2020년 청해부대 작전 범위 확대 가능성 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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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출처=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중·일을 비롯한 5개국을 향해 세계 에너지 수송의 길목인 호르무즈 해협으로의 군함 파견을 요구했다. 보름째 이어진 미국·이스라엘 대 이란 간 전쟁 와중에 동맹국 등에 파병을 요구한 것이어서 한국 정부의 결정이 주목된다.
무엇보다 중동산 원유 의존도가 높은 한국으로서는 에너지 안보와 한미동맹, 중동 분쟁 개입에 따른 군사적 리스크 등을 동시에 고려해야 하는 쉽지 않은 판단에 직면할 가능성이 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14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여러 국가, 특히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시도로 영향을 받는 국가들은 미국과 함께, 해협을 개방되고 안전하게 유지하기 위해 군함을 보낼 것(will be sending War Ships)"이라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이미 이란의 군사 능력을 100% 파괴했지만, 그들이 아무리 심하게 패배했더라도 이 수로의 어딘가에 드론 한 두기를 보내거나, 기뢰를 떨어뜨리거나,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하는 것은 쉬운 일"이라고 말했다.그러면서 "바라건대, 지도부가 완전히 제거된 국가에 의해 호르무즈 해협이 더는 위협받지 않도록 하기 위해, 이 인위적인 제약(호르무즈 해협 봉쇄)의 영향을 받는 중국, 프랑스, 일본, 한국, 영국, 그리고 다른 국가들도 이곳으로 함정을 보낼 것"이라고 적었다.트럼프 대통령 글의 첫 문장은 여러 국가가 호르무즈 해협에 군함을 보낼 것이라는 의미지만, 한국 등을 파견 대상국으로 지목한 문장에선 '바라건대'(Hopefully)라는 전제를 단 만큼 아직은 요구 수준인 가능성이 큰 것으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 사이에 미국은 (이란의) 해안을 폭격할 것이며, 이란 선박과 함정들을 바다에서 계속 격침할 것"이라며 "어떤 방식이든 우리는 곧 호르무즈 해협을 개방되고, 안전하며, 자유롭게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등 주요 국가들을 직접 거론하며 군함 파견을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아직은 군함 파견을 요구하는 수준이긴 하지만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중동산 원유를 대량으로 수입하는 한국과 중국, 일본 등을 겨냥해 해협 관리 역할을 맡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후 트루스소셜에 다시 글을 올려 "미국은 군사적, 경제적, 그리고 모든 면에서 이란을 때렸고, 완전히 파괴해 왔지만,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석유를 받는 세계의 국가들은 그 항로를 관리해야 할 필요가 있다"며 "우리가 도울 것이다. 아주 많이"라고 밝혔다.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은 또 모든 일이 빠르고 원활하며 잘 진행되도록 그 국가들과 조율할 것"이라며 "이것은 항상 팀의 노력이어야 했으며, 그렇게 될 것이다. 그것은 세계를 화합, 안보, 그리고 영원한 평화를 향해 함께 모이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미 해군의 호르무즈 해협 상선 호위 작전이 "아주 곧" 이뤄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그런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한국 등 다른 나라들의 군함 파견 및 해협 관리 역할을 요구하면서 미국은 "도울 것"이라고 밝힌 것은 미군의 인명피해 우려가 큰 호르무즈 호위 작전을 주로 다른 나라들에 맡겨 조기에 시작할 수 있도록 하려는 의중을 드러낸 것으로 읽힌다.
트럼프 대통령이 거명한 5개국 중 중국을 제외한 4개국은 미국의 동맹국이다. 미국 정부 차원에서 보다 공식적인 요구를 해올 경우 한국 정부는 호르무즈 해협과 연결된 에너지 안보상의 필요, 한미동맹 및 양국 관계 측면과, 중동 분쟁에 군사적으로 개입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 등을 두루 고려해 쉽지 않은 결정을 내려야 할 것으로 보인다.한국은 원유 수입의 약 70%를 중동에 의존하고 있어 호르무즈 해협의 안정 여부가 에너지 안보와 직결된다. 이런 점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등 주요 원유 수입국의 참여를 압박해 미국의 군사적 부담을 줄이려는 의도라는 해석도 제기된다.
한국 정부는 미국과 이란 간 긴장이 고조됐던 2020년에도 아덴만에 파병된 청해부대(소말리아 해역 호송전대)의 작전 범위를 일시적으로 호르무즈 해협까지 확대해 한국 선박을 호위하는 작전을 수행한 바 있다. 청해부대의 법적 파견지역은 소말리아 아덴만 해역 일대다.
그러나 '유사시 우리 국민 보호 활동 시에는 지시되는 해역을 포함한다'는 단서 규정을 통해 작전 구역을 호르무즈 해협 일대까지 넓혀 놓은 상태다.당시 한국 정부는 미국이 주도한 국제해양안보구상(IMSC)에 직접 참여하지 않고 독자 파병 형식을 택해 미국과의 동맹 관계를 관리하는 동시에 이란과의 외교적 마찰을 최소화하려는 절충안을 선택했다.워싱턴 정가에서는 한국이 미국의 요구에 따라 군함을 파견하더라도 청해부대의 작전 범위를 일시적으로 확대하는 방식으로 대응하면서 이란과의 전쟁에 직접 참여하는 모양새는 피하려 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반면 중국의 경우 이란의 주요 우방국이자 미국과 전략 경쟁 관계에 있는 만큼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에 응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한편 중동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글로벌 에너지 시장의 긴장도 함께 높아지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이 크게 줄면서 사우디아라비아, 이라크, 아랍에미리트(UAE), 쿠웨이트 등 주요 산유국들은 원유 생산을 줄이고 있으며 카타르는 액화천연가스(LNG) 수출 운영을 일부 중단한 상태다.공급 차질 우려가 커지면서 국제 유가의 기준인 브렌트유는 전날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 거의 4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시장에서는 중동 긴장이 이어질 경우 유가가 추가로 급등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