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 심리 속 ‘금’과 다른 길 걷는 비트코인안전성 담보 못 하면 디지털 금은 신기루유동성만 믿고 오른 가격 … 지지선 무너지자 공포 확대암호화폐 쇼크, 이제 금융시장까지 흔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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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트코인은 과연 '디지털 금'일까. 지난 10년 동안 수없이 반복된 질문이지만, 최근 시장 상황은 이 물음표를 더 굵게 만들고 있다.

    가격이 요동치고, 스테이블코인의 안정성마저 흔들리는 와중에 투자자들은 한 가지 진실을 다시 마주하고 있다. 비트코인은 아직 '금'의 자리를 대신하기에는 너무 위험한 자산이라는 사실이다.

    비트코인은 지난달 고점 대비 30% 넘게 빠졌다. 12만 달러를 터치하던 가격은 8만 달러대 중반까지 미끄러졌다. 글로벌 데이터업체가 집계한 '공포·탐욕 지수'는 20대 초반에 머물며 '극단적 공포' 신호를 켰다. 금 시장이 안정 속에 연초 대비 60% 급등한 것과는 대조적인 수치다.

    문제는 그 조정의 흐름이 심리 때문만은 아니라는 점이다. 암호화폐 시장의 숨겨진 심장부인 테더(USDT)에 균열이 갔기 때문이다. 스테이블코인이 무너지면 거래는 멈추고, 가격은 붕괴된다. 비트코인이 꿈꾸는 '디지털 금'은 바로 이 기반 위에 서 있다. 흔들리기 시작하면 답이 없다.

    일부 투자자들은 여전히 "달러도 금 본위제를 버렸고, 비트코인은 디지털 시대의 금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달러는 국채를 담보로 하고, 금은 물리적 희소성이 있다. 비트코인은 다르다. '가격 하락 → 담보 부족 → 시장 유동성 고갈'이라는 정해진 수순 앞에 서게될 경우 비트코인은 '안전자산'의 조건을 잃는다.

    최근 445억원 규모의 업비트 자산 유출 의혹은 한국 투자심리를 더 얼어붙게 만들었다. 글로벌 가격보다 한국이 2% 넘게 비싼 김치 프리미엄도 사라지지 않았다. 해외보다 값이 비싼데도 매수가 없다. 누구도 안전하다고 믿지 않는 자산을 누가 사겠는가.

    안전자산은 위기에서 빛난다. 금과 달러는 이 조건을 충족한다. 반면, 비트코인은 위기에서 흔들린다. 그 흔들림은 전통 금융시장으로까지 번진다. 한국 코스피, 일본 닛케이, 미 선물까지 동반 약세를 보인 게 증거다. 암호화폐 시장의 충격이 이제는'나비효과'가 아니라 '직격탄'이 된 셈이다.

    2008년 금융위기를 예견했던 피터 쉬프는 이렇게 말한다. "비트코인은 아직 바닥을 논할 단계가 아니다. 투기가 멈추면 가격도 멈춘다"라고. 그의 말처럼 비트코인의 상승을 떠받쳐온 힘은 기술이 아니라 기대, 안전자산이 아니라 유동성이었다.

    전문가들은 비트코인이 진짜 금이 되려면 ▲가격 안정성 ▲담보기반 유동성 ▲위기 속 신뢰 등 세 가지 조건을 갖춰야 한다고 조언한다. 단 하나라도 결여되면 '금'이 아니라 '고위험 파생물'로 회귀한다는 것이다.

    지금은 어떤가. 그 세 가지가 모두 흔들리고 있다. 비트코인은 여전히 흥미롭고, 혁신적이며, 미래일 수 있다. 하지만 오늘의 비트코인은 금이 아니다. 금이 되기 위해선 '신뢰'를 먼저 증명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