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세 폐지·대개편, 선제적 제안 필요성보수·우파 색채, 세계 경제 추세에도 부합 평가서울 아파트 가격 올라 국민 부담도 커져배우자 상속세 폐지-가업 승계 공제 거론당 일각선 '부자 감세' 프레임 우려 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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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와 송언석 원내대표(왼쪽)가 지난달 29일 오전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대화를 나누고 있는 모습. ⓒ이종현 기자
보수·우파 색채 강화에 나선 국민의힘이 '상속세 대개편'을 심도 있게 검토한다.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국가 중에서도 가장 높은 상속세 부담을 획기적으로 낮춰 아파트 가격 폭등으로 높아진 국민의 세 부담도 덜고, 주식 시장 안정화에도 방점을 찍겠다는 구상이다.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3일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보수의 가치와 맞으면서도 현재 트렌드를 반영할 수 있는 정책 의제가 다방면으로 검토되고 있다"면서 "투자의 방식이 부동산에서 주식 시장으로 넘어가는 추세 속에서 주식 시장에 대한 규제와 함께 상속세 방향을 정리해 주는 것이 시장 안정화에도 큰 모멘텀이 될 것이라는 의견을 듣고 있다"고 밝혔다.국민의힘에서는 이미 발의된 배우자 상속세 폐지를 비롯해 가업 승계에 따른 공제비율 대폭 인상, 부동산에만 상속세를 부과하는 방식 등이 거론된다. 사실상 상속세가 가지고 있던 징벌적 기능을 모두 제거하겠다는 취지다.OECD는 한국의 상속세가 세율·구조·세수 등 전 분야에서 높은 부담을 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상속세가 한국 기업의 가치 상승을 방해하고 있다는 것이다.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OECD 회원국 중 세수 대비 상속세 비율이 가장 높은 나라가 한국이다. 1.59%로 평균(0.36%)의 4.4배에 달한다.세수 비중이 높은 이유로는 높은 세율, 낮은 공제 수준, 유산세 방식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평가다.한국은 기본 최고세율이 50%, 여기에 최대 주주 할증 20%가 합쳐지면 실효세율이 60%로 치솟는다. 이웃 나라 일본(55%)은 물론, 미국·영국(40%)보다 높다.여기에 유족이 상속받은 재산에 따라 개별 과세하는 유산취득세 방식이 아닌 상속 총액에 세금을 부과하는 유산세 방식으로 기업 일가의 세금 부담은 폭등한다.이러한 부담에 세계적으로도 상속세가 개편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독일은 가업에 대해서는 공제를 대규모로 늘렸다. 가업이 5~7년 유지되고, 고용 유지가 있다면 85%~100% 면제다. 프랑스는 금융 자산은 제외하고 부동산만 과세 대상으로 했다. 복지 국가로 알려진 스웨덴과 노르웨이, 오스트리아는 상속세를 폐지했다. 기업의 연이은 자국 이탈이 상속세 폐지로 이어졌다.우리와 비교 대상으로 자주 언급되는 대만도 상속세 개편을 통해 성장 발판을 마련했다. 대만은 2009년 상속세율을 50%에서 10%로 대폭 낮췄다. 이를 통해 TSMC 등 대만 거대 기업의 등장으로 대만 주가 지수도 5배가량 급등했다.국민의힘이 상속세 폐지론을 들여다보는 것은 이러한 국제 흐름과 함께 이재명 정부의 주식 시장 투명화 정책과도 무관치 않다.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소속의 한 국민의힘 의원은 "주식 시장 투명화를 하기 위해 기업을 옥죄는 방식도 중요하지만 그와 함께 동반돼야 할 활로를 열어주는 것도 핵심"이라며 "주식 시장이 더욱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결국 기업이 한국에서 더 가치를 세울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 ▲ 사상 첫 코스피 5000 포인트를 돌파한 지난달 22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와 원 달러 환율이 표시되고 있다. ⓒ서성진 기자
그간 이재명 대통령은 줄곧 주식시장 활성화를 강조하며 '과세'와 '규제'를 주로 거론해 왔다. 배당소득 분리과세 도입과 주식 양도소득세 부과, 대주주 기준 유지 등이 거론되며 입법 준비가 한창이다. 이미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이 회사에서 회사 및 주주로 바뀐 상법 개정안도 지난해 7월부터 시행되고 있다. 부동산 투자가 막바지로 접어들었다고 판단해 새로운 투자 대상을 주식 시장으로 대전환하겠다는 대원칙 아래 이뤄지는 조치다.야당은 이 지점에 '기업 가치 재고'를 위한 출구 전략이 빠졌다고 본다. 기업이 주주 가치에 반하는 행위를 하면 대부분 '상속'과 관련된 경우가 많다. 지나치게 높은 상속세는 결국 편법 통로를 찾게 되고, 이러한 오너 일가의 '절세 시도'가 결국 회사에 리스크로 다가오는 고리를 끊어내야 한다는 것이다.실제로 현행 상속세 제도가 계속되면 기업 중 상당수가 본사를 외국으로 이전하거나 경영권을 포기하는 양자택일 상황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있다. 이미 기업 중 일부는 상속세가 없는 홍콩이나 싱가포르 등으로 이전을 준비하는 사례도 많다.여기에 상속세 부담이 일반 국민에게도 체감되기 시작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가파르게 상승하는 부동산 가액 등으로 서울과 수도권에 주택을 보유한 중산층 가구도 상속세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강남 3구를 비롯해 마포와 용산 성동 지역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17억 원을 넘었다. 국민 평형인 84㎡는 20억 원을 넘어섰다.이 지점에서 고민도 있다. 당 내부에서는 상속세 폐지 등을 섣불리 꺼내 들었다가 '부자 감세 프레임'에 빠져들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소수 부자를 위한 감세라는 여권의 공세에 직면할 수 있다는 것이다.하지만 결국 소수 야당이 이 대통령의 의제 설정에 끌려 다니기만 한다면 공멸한다는 위기 의식도 함께 확산하고 있다. 국민의힘 내부의 가장 뜨거운 감자인 한동훈 전 대표의 제명 절차를 마무리하며 정치적 화두가 정리된 만큼, 정책적 요소를 통해 돌파구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이에 대해 국민의힘의 한 중진 의원은 "이 대통령이나 민주당이 깔아 놓은 판에서 공박을 벌이는 것보다 한 발 더 나아가 의제를 세팅해야 제1야당으로서 존재감을 더 키울 수 있다"며 "상속세 대개편은 어차피 이재명 정부와 여당도 손 놓고 있을 수 없는 사안이다. 당내 혼란을 부추기던 사안도 결론을 낸 만큼 우리의 가치와 부합하는 기조로 치고 나가는 정책 정당의 모습을 보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이미 여야는 상속세 개편의 첫걸음으로 불리는 '한국형 레거시 10' 도입에도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레거시 10'은 2011년 영국이 도입한 제도로, 상속재산(과세가액)의 10% 넘게 기부하면 상속인의 상속세액의 10%를 공제해주는 제도다.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여야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정태호·국민의힘 박수영 의원은 지난달 2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유산 기부와 관련한 입법 토론회를 공동으로 개최하고 이러한 법안을 공동 발의하기로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