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견 직후 여론조사 꽃, 조사 준비 완료22일 10시 회견 시작, 12시4분 여심위 신고방송서 민주당 지지층 찬성 70% 강조 나서與 내부선 "잘못된 처신이 金 배후설 불러"정 대표 측은 "억지 꿰맞추기 음모론"
  • ▲ 지난달 6일 김어준 씨(오른쪽)가 운영하는 유튜브 생방송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 출연한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 ⓒ유튜브 캡처
    ▲ 지난달 6일 김어준 씨(오른쪽)가 운영하는 유튜브 생방송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 출연한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 ⓒ유튜브 캡처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조국혁신당과 합당 제안 2시간 후, 유튜버 김어준 씨가 중앙여론조사심의위원회에 합당 찬반을 묻는 여론조사 신고를 마친 것으로 확인됐다. 정 대표가 합당을 발표하자 김 씨가 소유한 여론조사 회사가 합당 찬성 근거를 마련하는 듯한 모습이 연출된 것이다. 이러한 가운데 민주당 일각에서는 갑작스러운 합당 선언 배후에 김 씨가 있다는 '김어준 기획설'이 끊이지 않고 있다.

    3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김 씨가 소유한 '여론조사 꽃'은 지난달 21일 오후 3시 31분쯤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에 무선 전화면접(CATI)와 무선 ARS 방식으로 두 개의 여론조사를 진행하겠다고 신고했다.

    최초 신고 시 '여론조사 꽃'이 제출한 설문안에는 민주당 합당 관련 문항이 포함되지 않았다. 공직선거법상 예외에 해당하지 않는 여론조사 기관은 조사 시작 이틀 전 여론조사 신고를 마쳐야 한다. 

    이후 '여론조사 꽃'은 1월 22일 오후 12시 4분 두 여론조사에 대해 변경 신고를 진행했다. 설문 문항이 변경된 것이다. '여론조사 꽃'은 설문안에 '무인기 엄중 처벌 찬반', '이재명 대통령 피습 사건 재수사', '민주당과 혁신당 합당'에 대한 질문을 추가했다. 

    공교롭게도 '여론조사 꽃'이 여론조사 변경 신고를 하기 2시간 전인 1월 22일 오전 10시 정 대표는 조국당과 전격적으로 합당 선언을 발표했다. 당 최고위원들도 기자회견 직전에야 소식을 들었을 만큼 전격적인 발표였다. 여기에 청와대와 별다른 교감을 하지 않은 채 정 대표가 드라이브를 건 것이라는 이야기까지 나오면서 여당 내부의 혼란이 가중됐다. 

    정 대표는 직후 열린 당 정책 의원총회에서 합당 제안에 놀란 의원들에게 뭇매를 맞았다. 당 구성원 설득에 진땀을 빼고 있던 사이 김 씨는 자신의 여론조사 회사를 통해 합당 선언을 뒷받침할 여론조사 준비를 완료한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여론조사 꽃'은 2시간 만에 변경 신고서를 작성해 문항을 다시 만들어 추가하고, 여심위 변경 신고를 완료했다. 내부 논의 절차와 변경신고서 재작성 시간을 고려하면 순식간에 변경 신고가 이뤄졌다.

    신고 후 여론조사는 지난달 23일과 24일 이틀간 진행됐다. 두 정당의 합당을 묻는 여론조사는 '여론조사 꽃'이 최초였다. ARS 여론조사 결과로 합당에 긍정적이라는 답변이 47.7%, 부정적 의견을 밝힌 응답자는 41.0%로 조사됐다.
  • ▲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달 22일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조국혁신당과의 합당을 제안하고 있는 모습. ⓒ이종현 기자
    ▲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달 22일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조국혁신당과의 합당을 제안하고 있는 모습. ⓒ이종현 기자
    해당 ARS 여론조사 결과는 지난달 26일 김 씨의 유튜브 채널 '겸손은 힘들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발표됐다.

    김 씨는 "가장 중요한 조사"라며 "당원들은 이미 찬반이 한쪽으로 확 쏠려 있다. 찬반이 뜨거웠던 것이 아니라 반대를 뜨겁게 만들고 싶어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사실상 합당 찬성 여론이 높다는 점을 강조하며 합당 반대 여론을 낮게 평가했다.

    그런데 김 씨는 방송에서 전체 여론조사가 아닌 민주당과 조국당 지지층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를 화면에 띄웠다.

    민주당 지지층에서 긍정이 70.2%, 부정이 22.6%로 집계됐고, 조국당 지지층에서는 긍정이 79.4%, 부정이 16.1%로 나왔다.

    전체 여론조사는 언급도 되지 않은 채 당사자인 두 정당 지지층에서 압도적인 찬성 여론이 나왔다는 점만 부각한 것이다.

    김 씨는 "결국 민주당이 전 당원 투표를 할 텐데, 결국 ARS로 갈 것이기에 ARS가 가장 중요하다"면서 "실제로 지지층에서는 합당 여론이 압도적이다. 정치인들은 이해가 갈리는 것 같다. 여러 가지 이유로"라고 말했다. 방송에 참여한 여론조사 전문가들도 "이 여론이 크게 바뀔 가능성이 없다"면서 김 씨의 발언에 동조했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에서는 '김 씨가 정 대표 합당 선언에 배후가 아니냐'는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김진애 국가건축정책위원장은 김 씨를 '파워브로커'라며 배후로 지목했다. 그는 "파워브로커는 본인이 선출직에 나가진 않고, 그러면서 뒤에서 공작하고 뒤에서 작업하고 밀어주고 하는 사람"이라며 "내세우는 선수들이 달라지지만 자기의 권력이 유지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김 씨는 정 대표 합당 선언 다음날 자신의 방송에서 "여기에 정 대표의 사익은 없다"며 "욕먹을지도 모르지만 쉬운 일은 아니어도 정 대표가 당 대표로서 했어야만 하는 일을 했다고 본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같은 합당 제안도 정치력을 발휘한다면 더 부드럽고 섬세하게 할 수 있었다"며 "정 대표가 독단적으로 움직이면서 결국 김어준 배후설 같은 논란을 자초할 수밖에 없게 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마치 준비된 듯 톱니바퀴처럼 움직이는 두 사람의 호흡이 우리 당원들에게 의심을 사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반면 정 대표 측은 음모론이라고 일축했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뉴데일리에 "여론조사 업체가 가장 큰 현안이 발표되자 여론조사를 진행한 것이 문제가 되느냐"면서 "당연한 일을 억지로 맞춰서 정 대표와 김 씨를 합당과 연관시키는 것은 전형적인 음모론"이라고 반박했다. 

    정 대표는 당의 혼란 상황에서도 합당을 위한 전 당원 투표를 밀어붙일 기세다. 그는 전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전 당원 투표로 결정해야 한다"면서 "당원들이 가라면 가고 멈추라면 멈추겠다"고 언급했다. 당원 투표를 통해 합당 견해를 묻고 찬성이 많다면 강행하겠다는 취지다. 

    한편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의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