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롬 의존도 97.5% … 이스라엘, K-반도체·방산 핵심 동맹국지방선거 앞두고 지지세력 결집하려다 최악 외교 참사로 확산유대계 거대 금융 왜 자극하나 … IMF 부른 YS 실책 기억해야
  • ▲ 지난해 5월 이재명 대통령(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국회에서 라파엘 하르페즈 주한 이스라엘 대사를 접견하고 있다ⓒ뉴데일리DB
    ▲ 지난해 5월 이재명 대통령(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국회에서 라파엘 하르페즈 주한 이스라엘 대사를 접견하고 있다ⓒ뉴데일리DB
    외교는 국익을 수호하는 최전선이다. 국가 원수의 발언은 그 자체로 전략이며, 때로는 치명적인 리스크가 된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소셜미디어에 올린 이스라엘 비판 영상이 거센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이스라엘 외교부가 유대인의 가장 민감한 역린인 홀로코스트 추모일 전야에 우방국 정상을 향해 '규탄'이라는 적대적 수사를 동원한 것은 유례를 찾기 힘든 외교적 참사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X(옛 트위터)에 한 영상을 공유하며 "우리가 문제삼는 위안부 강제, 유태인 학살이나 전시 살해는 다를 바가 없다"고 썼다. 이스라엘군의 전시 행위를 비판하는 한편, 위안부 문제와 홀로코스트를 같은 선상에 올려놓음으로써 지지세력을 응집시키려는 정치적 행보로 해석됐다. 추미애 경기지사 후보나 송영길 전 대표 등이 대뜸 지지와 공감을 표현한 것만 봐도 의도를 짐작케 한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내부 결집력을 강화시키는데는 효과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이스라엘 최고 '레드라인'을 건드린 외교 리스크는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경솔한 발언이다.

    1995년 김영삼 전 대통령(YS)의 "일본의 버르장머리를 고쳐놓겠다"는 발언이 1997년 외환위기의 트리거 역할을 했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얘기다. IMF 근본 원인은 거시경제 펀더멘털의 약화였지만, YS의 감정적 대일 강경 발언이 남긴 일본의 앙금이 이후 한국의 금융 위기 상황에서 가장 먼저 단기 자금 회수에 나선 배경으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국민들의 순간적 후련함과 국가 운명을 맞바꾼 최악의 정치적 수사로 아직도 회자된다. 외교적 마찰이 어떻게 국가 부도와 기업들의 줄도산이란 청구서로 돌아오는지 우리는 이미 30년 전 뼈저리게 경험했다.

    이스라엘과의 직접적인 교역 마찰도 결코 간과할 수 없다. 이스라엘은 단순한 중동의 분쟁 국가가 아니라, 첨단 산업의 '초크 포인트(Choke point)'를 쥐고 있는 하이테크 강국이다. 반도체 제조 공정에 필수적인 특수 화학물질 브롬 수입량의 약 97.5%를 이스라엘 단일 국가에 의존하고 있다. 최선단 공정 수율을 판가름하는 노바(Nova) 등의 정밀 계측 장비도 당장 대안을 찾기 어려운 동맹 기업이다. K-방산 무기 체계의 두뇌인 첨단 항공전자 장비와 레이더 센서, 그리고 미래 자율주행 모빌리티의 비전 알고리즘 또한 이스라엘 원천 기술에 의존하고 있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이스라엘이 무언의 보복으로 핵심 원자재 통관을 늦추거나 전략물자 및 이중용도 기술에 대한 수출 승인 절차를 지연시킨다면 한국의 첨단 반도체 생산 라인에 병목이 불가피해진다. 수조 원대 방산 수출 납기가 지연되는 등 거시경제 전체가 연쇄 타격로 우려된다. 우리 기업들은 단 1%의 수율 향상과 지정학적 리스크를 회피하기 위한 공급망 다변화에 천문학적인 자금과 피땀을 쏟아붓고 있다. 그런데 정치 지도자의 경솔한 발언 한마디가 이 모든 노력을 일거에 수포로 만들 위기를 자초할 수 있다는 점을 왜 모르는 것인가.

    현재의 한국 경제는 당시보다 탄탄한 외환보유액을 갖추고 있어 단숨에 제2의 IMF 사태가 발발할 가능성은 낮다고 한다. 그러나 진짜 위협은 실물 경제와 첨단 산업의 조용한 공급망 마비에서 시작된다. 글로벌 경제와 안보 패권을 쥐고 있는 자국 우선주의 트럼프 미 행정부의 조야, 그리고 월스트리트의 거대 금융 자본에는 친이스라엘·유대계 네트워크가 깊숙이 포진해 있다. 대규모 관세 협상 등 한미 통상 현안이 산적한 엄중한 시기에 이들의 심기를 불필요하게 건드리는 것은 보이지 않는 무역 장벽 강화와 자본 투자 위축이라는 혹독한 청구서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

    외교는 냉혹한 현실이자 국익을 주고받는 총성 없는 전쟁터다. 국가 원수의 발언 채널은 개인의 도덕적 우월감이나 설익은 감정을 배설하는 공간이 될 수 없다. 복잡한 국제 역학 관계 속에서 선의를 앞세운 섣부른 언사는 결국 국가 경제를 볼모로 잡는 치명적 리스크로 작용할 뿐이다. 지지세력 규합을 위해 'No. Japan'을 외쳤다가 우리 기업들이 '소부장 사태'를 겪게했던 문재인 정부의 실수를 뛰어넘는 최악의 외교 참사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글로벌 무한 경쟁의 최전선에서 고군분투하는 기업의 등 뒤에서 정치가 칼을 꽂는 우를 더이상 목도하지 않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