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직장인 잇단 참여…"투표 못 한 시민들 보고 행동""부정이든 부실이든 규명해야"…선거 절차 신뢰 회복 요구정치 무관심층도 현장으로…"이번만큼은 그냥 못 지나쳐"재선거·제도 개선 목소리…"국민이 납득할 결과 나와야"
  • ▲ 12일 오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시위 현장. ⓒ임찬웅 기자
    ▲ 12일 오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시위 현장. ⓒ임찬웅 기자
    "참정권이 박탈됐는데 어떻게 가만히 있겠느냐. 국민이라면 당연히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투표하러 갔는데 투표를 못 했다는 것을 보고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로 촉발된 잠실 개표소 앞 항의 시위가 일주일 넘게 이어지는 가운데, 2030세대 청년들도 현장을 찾아 목소리를 내고 있다. 대학생부터 직장인까지 다양한 청년들이 "참정권 침해는 심각한 문제"라며 사태 규명과 제도 개선의 필요성에 대해 입을 모았다.

    12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일대에는 지난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와 관련한 항의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현장에는 태극기와 재선거를 요구하는 팻말을 든 참가자들 사이로 대학생과 직장인 등 젊은 층도 적지 않았다.

    한국외대 휴학생인 20대 남성 배모씨는 이날 처음 현장을 찾았다. 대구에 거주 중인 그는 "원래 어제 서울에 올라오려 했지만 일정 때문에 오늘 왔다"며 "혼자 왔고 주말까지 계속 참여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배씨는 이번 집회 참여 계기로 지난 10일 오후 서울대, 연세대 등 전국 18개 대학 캠퍼스에서 열린 대학가 시국선언을 언급했다. 그는 "과거 탄핵 정국 당시에도 여러 대학에서 시국선언이 이어졌는데, 이번에는 생각보다 참여한 대학이 적은 것 같다"며 "직접 행동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사태로 국민의 참정권이 부정당했다고 생각한다"며 "부정선거든 부실선거든 문제가 있었음은 분명해 보인다"고 전했다. 배씨는 "어떤 방식이든 적법한 절차를 통해 민주주의 원칙에 부합하는 제도와 시스템으로 고쳐 나가야 한다"며 "이번 올림픽공원 사태 역시 변화의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 ▲ 지난 10일 서울대, 연세대 등 전국 18개 대학 캠퍼스에서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대한 규탄 시국선언이 열렸다. 사진은 지난 10일 오후 홍익대학교 시국선언 현장. ⓒ이종현 기자
    ▲ 지난 10일 서울대, 연세대 등 전국 18개 대학 캠퍼스에서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대한 규탄 시국선언이 열렸다. 사진은 지난 10일 오후 홍익대학교 시국선언 현장. ⓒ이종현 기자
    용인에 거주하는 20대 대학생 이모씨도 이날 처음 현장을 찾았다. 그는 "선거 과정에서 논란이 불거졌는데도 관련 기관들이 국민이 납득할 만한 설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고 느꼈다"며 "그래서 뭐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에 직접 나오게 됐다"고 말했다.

    이씨는 "이번 사태를 보며 선거 제도와 관리 체계에 대한 국민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게 됐다"며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이 제대로 지켜질 수 있도록 정부와 관계 기관은 이번 의혹을 투명하게 해소해야 한다"고 전했다.

    서울 중랑구에서 온 20대 박모씨는 시간을 내어 꾸준히 현장을 찾고 있다고 했다. 박씨는 "3일 전에도 왔고 오늘도 왔다. 시간이 될 때마다 현장을 방문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사태에 대해 "투표하지 못한 것이 말도 안 되는 일이고, 당연히 국민으로서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과거부터 선관위에 대해 미심쩍은 부분이 있었는데, 이번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보며 민주주의 국가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 발생했다고 느껴 거리로 나오게 됐다"고 말했다.
  • ▲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현장. ⓒ정상윤 기자
    ▲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현장. ⓒ정상윤 기자
    지난 주말부터 집회에 참여하고 있다는 30대 박유진씨 역시 "원래 자신은 정치에 큰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박씨는 "지난 3일 스레드(Threads)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잠실 투표소 상황을 접했다"며 "투표하러 갔는데도 투표하지 못했던 상황을 이해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박씨는 "과거 선관위와 관련된 의혹이 제기될 때마다 큰 관심이 없었지만, 이번 투표 이후 선관위 대응을 보면서 직접 목소리를 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주변에 실제로 현장에 나오는 사람이 많지 않아 직장 동료 등과 이야기하다 직접 행동에 나서게 됐다"고 덧붙였다.

    그는 "정부는 부정선거가 아니면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근거를 제시해야 하고, 부실이 있었다면 원인을 철저히 규명해 재발 방지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투표 결과와 상관없이 국민이 납득 가능한 공정한 절차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현장에 모인 청년들은 정치적 성향에 다소 차이를 보였으나, 이번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대한 명확한 진상 규명과 선거 절차에 대한 국민 신뢰 회복 필요성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었다.

    한편 서울동부지법은 지난 10일 잠실7동 제2투표소에 대한 증거보전 절차를 진행했으나 핵심 증거물로 거론된 투표용지 보관 상자를 확보하지 못했다. 경찰은 지난 11일 중앙선관위와 서울시선관위 등 7곳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서는 등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둘러싼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