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지방선거 후 '데드크로스' 여론여권 핵심 논객 '재건축론'에 총리 직격행정부 2인자, 집권당 권력투쟁에 개입헌정 관행 시험대… 차기 당권 구도 가세
  • ▲ 유시민 작가(왼쪽)와 이재명 대통령(오른쪽)의 모습. ⓒ뉴시스
    ▲ 유시민 작가(왼쪽)와 이재명 대통령(오른쪽)의 모습. ⓒ뉴시스

    이재명 대통령의 새로운 '호위 무사' 역할을 하고 있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27일 더불어민주당 내부 계파 갈등과 관련해 "내가 어떤 대통령을 만들었다는 식의 과잉한 자신감으로 대통령을 비판하는 경우가 있는데 태도나 마음이 적절히 절제될 필요가 있다"며 공개 경고에 나섰다. 6·3 지방선거 패배 이후 이 대통령 국정 지지율이 60% 안팎에서 40%대 중반으로 떨어지고, 민주당 지지율도 국민의힘과 오차범위 안 접전을 벌이는 가운데 전날 유시민 작가가 제기한 이른바 '재건축론'을 겨냥해 "대통령 리더십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한 것이다. 

    이른바 '문조털래유(문재인·조국·김어준·정청래·유시민)'를 중심으로 한 더불어민주당 옛 권력과 이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신(新) 권력의 갈등이 최고조에 이른 셈이다. 

    이번 권력 다툼은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을 위시한 세력이 열린우리당을 창당하면서 김대중(DJ) 전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동교동계를 물리치고 좌파 진영의 새로운 권력 축으로 나섰던 상황과 비견된다. 이 대통령이 검찰 보완수사권 유지 등 실용을 명분으로 '뉴이재명' 세력을 중심으로 민주당의 새로운 권력층을 만드는 작업에 나서자, 유 작가가 노무현·문재인 세력이 유지해온 권력을 지키기 위해 본격적으로 반기를 들고 나섰다는 뜻이다.   

    김 총리는 이날 경기도 양평에서 열린 민주당 여성 당선인 워크숍에서 기자들과 만나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고조되는 계파 갈등에 대해 "선거를 앞두고 있을 수 있는 일이고, 선거 결과의 아쉬움이 있어서 생기는 현상"이라고 전제하면서도, 유 작가의 발언에 대한 공격을 피하지 않았다. 그는 강연에서 "대통령이 흔들리고 정부가 흔들리면 안 된다"며 "이제 다시 이기는 민주당을 만드는 일을 하고 싶다"고도 했다. 그는 "첫째로 대통령의 리더십을 지켜야 한다. 또 민생과 실용, 합리적 개혁의 노선을 지킬 때만 성공한 승리의 방정식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며 "덧셈으로 통합해야만 성공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이 내세우는 이른바 포용·통합·실용 노선을 승리 공식으로 재규정하면서 당내 비판과 갈등이 대통령 리더십을 직접 흔드는 방향으로 흐르는 것을 경계한 것이다. 현직 국무총리가 집권당 행사에서 대통령을 비판하는 범여권 인사를 향해 "과잉한 자신감"을 거론하며 리더십 수호를 주문한 것은 국정 운영 책임자이자 차기 당권 잠재 주자로서 당내 권력구도와 노선 논쟁에 직접 개입하는 것 아니냐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 ▲ 유시민 작가가 26일 유튜브 방송 '김어준의 다스뵈이다'에 출연해 이 대통령의 통합 행보를 '재건축'에 빗대 비판했다. ⓒ유튜브방송 '김어준의 다스뵈이다' 캡처
    ▲ 유시민 작가가 26일 유튜브 방송 '김어준의 다스뵈이다'에 출연해 이 대통령의 통합 행보를 '재건축'에 빗대 비판했다. ⓒ유튜브방송 '김어준의 다스뵈이다' 캡처

    김 총리의 발언은 특히 전날 유시민 작가가 유튜브 방송에서 이 대통령의 통합 행보를 '재건축'에 빗대 비판한 것에 대한 정면 반박으로 읽힌다. 유 작가는 지난 26일 공개된 유튜브 방송 '김어준의 다스뵈이다'에 출연해 "이 대통령이 말하는 '모두의 대통령'이 되는 건 바람직하다. 문제는 대통령이 자신감이 지나쳤던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이 대통령이 대통령이 되는 과정에서 열렬히 지켜주고 응원했던 사람들이 원했던 것은 증축이었다"며 "그런데 대통령은 재건축을 하려고 했던 것 같다"고 지적했다. "3층 집인데 한 층 더 올리는 것, 중도 보수 쪽으로 가는 것은 모두가 오케이"였지만 "(이 대통령이 원한) 재건축을 하려면 기존에 있는 건물을 헐어야 한다"면서 이 대통령의 노선 확장 과정에서 '입주자 동의 없는 재건축'의 대상이 됐다는 문제의식을 드러냈다. 이 대통령이 자신들의 권력 기반(입주자)을 허물면서 세력 만들기를 하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는 뜻이다. 

    유 작가의 발언은 '자가면역질환'이라는 단어에서 최고조에 달했다. 그는 이 대통령 지지율 하락 폭이 민주당 지지율보다 더 크다는 점을 언급하며 "비평 공론장에 철거 전문을 투입했다. 코어 지지층인 민주개혁 진영의 정상 세포들을 이들이 공격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면역 세포가 밖에서 들어온 세균이나 바이러스를 공격해서 물리쳐야 하는데 자기의 정상적인 세포를 공격하는 것이 한 1년간 거의 지속이 됐다"면서 "그 결과 지금 신진대사 이상이 나타난 것으로 저는 진단한다"고도 했다. 

    이는 이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세력이 민주당의 면역 세포까지 죽이고 있다는 뜻으로까지 풀이되는 부분이다. 민주당 구주류인 친노·친문 세력을 겨냥한 멸칭과 전직 대통령에 대한 비방이 당 안팎에서 수개월간 이어졌는데도 지도부와 친명계 인사들이 앞장서 제어하지 않았다고 지적하며 이른바 '문까산점'(문재인 전 대통령을 까면 가산점을 받는 것) 논란을 꺼낸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 대통령이 이날  자신의 엑스(X)에 "부처 눈에는 부처가 보이고 돼지 눈에는 돼지가 보이는 법"이라며 "내가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처럼 타인도 그럴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고 적은 것은 이런 면에서 의미심장하다. 이 대통령의 메시지가 반도체 용수에 대한 야당 등의 공격을 의식한 것이라는 해석도 있지만, 유 작가의 저격에 대한 응수라는 관측도 적지 않다. 


  • ▲ 김민석 국무총리가 지난 26일 오후 광주 서구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김대중 정치학교 '청년리더십학교 워크숍'에서 특강하는 모습. ⓒ국무총리실 제공
    ▲ 김민석 국무총리가 지난 26일 오후 광주 서구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김대중 정치학교 '청년리더십학교 워크숍'에서 특강하는 모습. ⓒ국무총리실 제공

    다만 유 작가의 진단이 민심을 대변하기는커녕, 권력 다툼에 매몰돼 밥그릇 지키기에 불과하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8월 전당대회에 앞서 '문조털래유'의 수레 바퀴를 이끌었던 정청래 민주당 대표가 이 대통령의 공격에 무너질 위기에 처하자 유 작가가 자신들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선봉에 나선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뜻이다. 

    유 작가는 이날 민주당 내 권력투쟁 방식도 도마에 올린 것도 같은 줄기다. 그는 정청래 전 대표가 전당대회에 불출마해야 한다는 민주당 내부 일부 주장을 겨냥해 "(지금 민주당 내 상황이) 거의 비슷하다"면서 윤석열 정부 시기 국민의힘 전당대회 국면을 소환했다. 그는 "예전에 윤석열 정부 때 국민의힘에서 나경원 출마하면 안 돼 이러면서 연판장 돌리고 했던 것과 거의 비슷하지 않나"라며 "안철수를 향해서 '아무 짓도 안 하면 아무 일도 안 생긴다' 이렇게 협박하던 그거랑 무슨 차이가 있나. 이것은 민주적인 행동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이번 공방은 국정 운영과 차기 총선 공천과 대권을 차지하기 위한 전초전으로 보는 것이 맞다. 유 작가의 '증축·재건축' 비유에는 이재명 정부를 문재인 정부를 포함한 민주개혁 진영의 기존 토대 위에 한 층을 올리는 '증축형 권력'으로 봐야 한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반대로 김 총리의 메시지는 이번 전당대회를 통해 당을 완벽하게 李 대통령 중심으로 만들고, 이를 위해 자신이 불쏘시개가 되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드러낸 것이다.

    이번 갈등은 조만간 이뤄질 이 대통령과 문재인 전 대통령의 회동이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외견상으로는 회동의 메시지가 무미건조한 수준으로 나오겠지만, 물밑에서 두 사람의 권력 나눔을 둘러싼 수싸움이 최고조에 달할 것이라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