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보자 B씨, 2017년 '안형준 비위 의혹' MBC에 투서 안형준, 10년 전 대학 동기 기업 주식 '공짜 수수' 의혹최승호 체제로 조직 개편‥ MBC 감사국, 조사도 안 해MBC 사장 안형준 내정 소식에‥ B씨, 방문진에 2차 제보방문진, 내정자 발표 하루 전 접수하고도 안형준 내정 PD 출신 C씨 "주식은 내 것‥ 안형준은 명의만" 주장도
  • ▲ 제36대 MBC 사장으로 내정된 안형준(56) MBC 기획조정본부 메가MBC추진단 부장. ⓒ연합뉴스
    ▲ 제36대 MBC 사장으로 내정된 안형준(56) MBC 기획조정본부 메가MBC추진단 부장. ⓒ연합뉴스
    지난 21일 제36대 MBC 사장으로 내정된 안형준 MBC 기획조정본부 소속 부장이 2013년 서울대 동문의 벤처기업 주식을 공짜로 받았다는 투서가 MBC 대주주 방송문화진흥회(이하 '방문진')에 접수돼 파문이 일고 있다.

    본지 취재 결과 방문진이 MBC 차기 사장 내정자를 선정하기 하루 전인 지난 20일 오후 3~4시경 안형준 내정자가 '프리비전(Privizion)' CG기술 개발 업체인 A사로부터 거액의 주식을 무상으로 받았다는 내용의 진정서가 접수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같은 의혹을 제기한 B씨는 2017년 12월에도 MBC 클린센터에 '2013년 당시 MBC 보도국에서 평기자로 일하던 안 내정자가 A사의 주식을 무상으로 받았다'는 제보를 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당시 최승호 뉴스타파 PD가 MBC 사장으로 부임하면서 전면적인 인사 개편이 단행돼 MBC 감사국이 안 내정자를 상대로 제대로 된 조사를 진행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던 중 지난 18일 시민평가단이 선정한 2명의 사장후보 가운데 안 내정자가 포함된 사실이 알려지자, B씨가 재차 같은 의혹을 방문진에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방문진 이사회는 안 내정자에 대한 비위 의혹이 제기됐음에도 이튿날 정기이사회를 열고 안 내정자를 차기 사장 최종후보로 낙점했다. 방문진은 23일 오전 11시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안 내정자를 제36대 MBC 사장으로 공식 선임할 예정이다. 임기는 3년이다.

    KBS PD 출신 C씨 "문제가 된 A사 주식은 제 소유"


    안 내정자의 비위 의혹을 담은 B씨의 투서가 방문진에 접수된 사실이 '온라인 지라시'와 MBC노동조합(3노조) 성명 등을 통해 알려지자, 지난 22일 KBS 유명 PD 출신인 C씨가 "안 내정자는 제 부탁으로 명의만 빌려줬을 뿐, A사로부터 주식을 건네받은 사람은 저 자신"이라는 내용의 사실확인서를 방문진 이사회에 제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사실확인서에서 C씨는 "문제가 된 A사 주식은 제 소유"라며 "제가 10년 전인 2013년에 진정인(B씨)과 사업을 하면서 저의 개인사정 때문에 안 후보자를 설득해 명의만 안 후보자의 명의로 해달라고 부탁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저는 2013년에는 KBS 피디였고, 2016년에는 CJ이엔엠 피디였다"고 소개한 C씨는 "저와 진정인 등은 같은 과 동문으로 친한 사이였는데, 저와 진정인이 같이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관계가 악화됐고, 저의 부탁으로 명의를 빌려준 안 후보자는 중간에서 난처한 입장이 됐다"고 안 내정자를 감쌌다.

    "진정인은 MBC 외에 CJ이엔엠과 KBS에도 투서를 여러 차례 했다"고 밝힌 C씨는 "당시 저를 보호하기 위해 저의 부탁을 받은 안 후보자가 (저의 소속사인) CJ이엔엠 측에 '주식은 본인의 소유'라고 답변한 적은 있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C씨는 "저를 위해 선의로 한 행동으로 안 후보자가 피해를 입는 일이 없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며 "2016년부터 저와 진정인의 갈등상황이 계속되면서 그 회사(A사)가 2019년 문을 닫아, 안 후보자는 물론 본인도 아무런 경제적 이득을 보지 못 했다는 점도 참작해달라"고 호소했다.

    "배임수재 공범 의혹 대두… 사장 선임 취소해야"


    한편, 안 내정자에 대한 의혹을 최초로 공개했던 MBC노동조합(3노조)은 23일 '탈세는 아니고 배임수재 공범이었다?'는 제목의 성명을 재차 내고 "안형준 사장 내정자가 대학 동문의 벤처기업 주식을 공짜로 받았다는 투서에 이어, 안 내정자를 구하려는 고교 동문의 사실확인서가 들어왔다"고 밝혔다.

    MBC노조는 "KBS PD였던 고교 동문은 2013년 자신이 연출했던 작품에 납품한 업체로부터 거액의 주식을 받았고, 이를 숨기기 위해 안 내정자가 이름만 빌려준 것"이라고 주장했다.

    "안 내정자는 급한 김에 고교 동문에게 부탁해 혐의를 벗어나려 한 것 같은데, 결과적으로 더 큰 범죄를 실토한 셈이 됐다"고 단정한 MBC노조는 "당시 MBC 일선기자였던 안형준 내정자에게 왜 영상제작업체가 거액의 주식을 줬는지 의문도 풀렸다"고 주장했다.

    MBC노조는 "안 내정자의 고교 동문이 메가폰을 잡은 작품에 해당 업체가 배경CG를 입히는 기술을 제공했다는 기사가 지금도 인터넷에 게재돼 있다"며 "그 납품의 대가로 PD가 주식을 받은 범죄를 안 내정자가 명의 제공으로 숨겨 주었다는 것"이라고 추정했다.

    MBC노조는 "거액의 주식을 공짜로 받은 사람이 안형준 내정자였다면, 해당 행위는 증여세 탈루 정도겠지만, 만약 KBS PD의 억대 배임수재를 숨겨준 것이라면 안 내정자는 중범죄의 공범이 된다"며 "이대로 안 내정자가 사장이 되면 자칫 MBC가 범죄의 소굴이 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권태선 방문진 이사장은 오늘 오전 주주총회를 열어 안형준 내정자의 사장 선임을 강행할 예정"이라며 "박성제 현 사장이 강력하게 연기를 요구했지만 권 이사장이 거절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고 전한 MBC노조는 "권 이사장은 MBC 사장 선임 중단 사태로 자신의 입지가 흔들리는 것보다 아무나 사장하라며 내던지는 편이 이익이라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지금까지의 파행만으로도 현 방문진의 자격 미달은 충분히 입증됐다"고 비판했다.

    MBC노조는 "그러므로 방문진 이사진은 사장 선임을 중단하고 물러나야 한다"며 "지금이라도 모든 절차를 중단하고 MBC 사장 선임 절차를 다시 시작하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