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정순신 사태로 인사검증 시스템 대대적 정비 착수사전질문, 판결문 검색, 개인정보 동의 등 3가지 분야 강화사전질문지엔 학교폭력 등 사회적 물의 관련 질문 보강판결문 검색 시스템 개선하고 정보 동의 범위도 늘릴 듯
  • ▲ 윤석열 대통령이 27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에서 열린 2023년 2월 학위수여식에서 축사하고 있다. ⓒ뉴시스
    ▲ 윤석열 대통령이 27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에서 열린 2023년 2월 학위수여식에서 축사하고 있다. ⓒ뉴시스
    국가수사본부장에 임명됐다 아들의 학폭 문제로 하루 만에 낙마한 정순신 변호사를 두고 윤석열정부의 인사검증 시스템이 도마에 오른 가운데, 대통령실이 인사검증 시스템을 대대적으로 정비하기로 했다.

    대통령실은 사전질문, 판결문 검색, 개인정보 동의 강화 등 3가지 개선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27일 통화에서 "현재 인사검증의 한계는 명확하다. 법상 허용되지 않는 것을 검증을 통해 하라고는 할 수 없다"면서도 "국민 눈높이에 맞추기 위해 합리적인 선에서 검증 범위를 넓힐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현재의 인사검증의 큰 틀은 유지하고, 세부적인 부분을 더욱 강화해 검증의 사각지대를 최소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먼저 검증 질문지를 더욱 세분화해 공직을 맡으려는 인사가 숨길 수 없도록 할 예정이다. 현재 공직후보자 사전질문지에는 자녀 관련 소송 등과 관련한 질문이 모호하다.

    국가수사본부장 인사검증 과정에서도 정 변호사는 '직계 존비속이 원·피고 등으로 관계된 민사·행정소송이 있습니까'라는 유일한 질문에 '아니오'라고 답했다고 한다. '현재 진행 중인 소송'으로 해석해 사실상 질문지의 허점을 피해 과거 자녀의 소송 사실을 숨길 수 있었던 셈이다. 

    대통령실은 이 같은 사례를 방지하기 위해 학교폭력 등과 관련한 직접적인 문항을 넣고, 질문도 세분화할 예정이다. 사회적 물의를 일으킬 수 있는 내용들을 질문으로 추가해 구체적으로 당사자가 명확한 답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는 것이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구체적인 혐의에 대해 공직자가 질문서를 통해 허위진술을 하면 바로 임용 취소 사유"라면서 "객관적인 자료를 받아보기 힘든 상황에서 그나마 실효성이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분화한 질문지를 통해 이상한 점이 발견되면 즉시 객관적인 공적 자료를 받아 볼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할 것으로도 알려졌다. 

    특히 대통령실은 법원의 협조를 통해 판결문 검색 시스템을 폭넓게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 정순신 변호사. ⓒ대통령실 제공
    ▲ 정순신 변호사. ⓒ대통령실 제공
    현재 시스템에서는 개인정보 동의가 있어도 판결문을 받아 보기는 힘들다. 인사검증팀이 판결문을 검색해 열람한 후 법원에 판결문을 신청해 이를 받아 확인해야 한다. 판결문을 받아 보는 데만 상당한 시간이 소모된다.

    인사검증 기관이 아닌, 국민 누구나 경기도 일산의 법원도서관 판결문열람실에서 '정순신'이라는 이름을 검색해도 판결문 전문을 확인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익명의 판결문이기 때문에 공적 증명을 하려면 주민등록번호가 표기된 실명 판결문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럴 경우 해당 판결문을 찾아 요청하고 받는 데만 한 달 이상 걸린다고 한다.

    이와 관련, 대통령실 관계자는 "법원 판결문열람실에서 '정순신' 이름을 검색하면 수백 개가 뜨는데 한정된 인력으로 법원도서관 판결문 보러 가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며 "판결문 검색을 아예 법원과 연계해서 (검증기관에서) 바로 볼 수 있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개인정보 동의 범위를 넓히는 방안도 고려된다. 현재 검증 단계에서 개인정보 동의는 각 개인이 모두 해야 한다. 미성년 자녀의 경우 부모가 대신 동의할 수 있지만, 성인 자녀는 직접 동의해야 해, 동의를 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여기에 형제와 다양한 친인척들의 개인정보 동의는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이 대통령실의 설명이다. 

    인사검증 시스템은 윤석열정부 들어 큰 변화를 맞았다. 윤 대통령은 과거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진행하던 고위공직자 인사검증 기능을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으로 이관했다. 민정수석실이 정보를 독점하면서 생기는 폐단을 막고, 검증을 투명하게 하겠다는 취지다.

    이에 따라 윤석열정부에서는 고위공직자의 경우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이 1차 검증을 맡고, 이 자료를 대통령실 인사사비서관실과 공직기강비서관실에서 받아 2차 검증을 진행한다. 

    하지만 야당에서는 이번 정 변호사 검증과정을 두고 '제 식구 감싸기 검증'이라는 비판이 쏟아내고 있다. 검사 출신인 정 변호사와 한동훈 법무부장관이 사법연수원 동기라는 점, 이원모 인사비서관과 이시원 공직기강비서관이 모두 검사 출신이라는 점 등이 거론된다. 

    게다가 정 변호사 아들의 학폭과 관련한 보도가 있었던 2018년 11월 윤 대통령은 서울중앙지검장, 한 장관은 서울지검 3차장검사, 이원모 비서관은 서울지검 평검사로 근무하고 있었다. 모두 서울중앙지검 인권감독관이었던 정 변호사와 같은 검찰청에서 근무했다. 

    한편 윤 대통령은 이날 정 변호사 임명 과정의 논란을 의식한 듯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에서 진행된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교육부는 지방 교육청 등 유관기관과 협력해 학폭 근절대책을 조속히 보고하라"고 지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