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임수재 공범' 의혹 이어 '보복성 인사' 의혹까지2017년 총파업 때 작가들에게 파업동참 종용 의혹2020년 부국장으로 영전‥ 파업불참 작가 3명 해고
  • 안형준(56) MBC 신임 사장. ⓒ연합뉴스
    ▲ 안형준(56) MBC 신임 사장. ⓒ연합뉴스
    "현 사장의 사법 리스크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있다. 이러다가 MBC가 침몰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며 MBC의 '구원투수'를 자임, 문화방송을 이끄는 수장이 된 안형준 신임 사장이 취임 첫날부터 '내로남불' 언행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차기 사장으로 내정된 직후 '배임수재 공범' '불법 명의 대여' '위증' 의혹 등 위법 논란이 동시에 터진 가운데, 과거 전국언론노동조합(이하 '언론노조')이 주도한 MBC 파업에 불참한 작가들을 단칼에 해고한 사실까지 드러나, "분열과 갈등을 치유하겠다"는 공약과는 달리 'MBC의 내부 분열을 조장하고 근로자들을 탄압한 갑질 상관이었다'는 따가운 비판까지 받게 된 것.

    안 사장이 이른바 '공짜 주식'을 취득했다는 의혹을 최초로 공개해 주목을 받은 MBC노동조합(3노조, 위원장 오정환)은 지난 23일 '10년 근무 방송작가 부당해고한 장본인이 안형준 사장이라니!'라는 제목의 성명을 배포, "안 사장이 과거 작가들에게 '파업 참가'를 종용하고, 이후 불참한 작가들을 해고했다"는 새로운 사실을 폭로했다.

    모 FD, 리포터·작가들에게 카톡으로 '파업 동참' 종용


    MBC노조는 "사상 처음으로 방송작가의 노동자성을 인정받은 MBC 뉴스투데이 작가 2명의 용감한 투쟁을 모두 기억하고 있을 것"이라며 "2022년 7월 부당해고 소송 승소로 복직된 작가들에 대한 이야기"라고 말문을 열었다.

    MBC노조는 "그런데 2020년 6월 이들을 포함해 3명의 작가를 부당해고했던 MBC 아침뉴스 에디터가 바로 안형준 MBC 사장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며 "사건은 5년 전인 2017년 9월 김장겸 사장 퇴진을 위한 언론노조 총파업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고 상기했다.

    MBC노조에 따르면 당시 언론노조가 총파업에 들어가자 MBC 보도국은 '파업 불참' 기자들을 중심으로 아침뉴스인 뉴스투데이와 이브닝뉴스를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방송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

    이에 프리랜서로 대우받던 작가와 리포터들은 파업과 상관없으므로 계속 방송 출연을 하기로 했다.

    그런데 이러한 결정 이틀 만에 뉴스투데이 리포터 6명과 작가 3명이 갑자기 입장을 바꿔 '더 이상 일을 하지 않겠다'고 보도국에 통보했다.

    아침뉴스인 뉴스투데이 편집부에 10년 넘게 있으면서 종종 월권 논란을 빚어온 모 FD가 뉴스투데이 리포터와 작가들의 카카오톡 단체방에 각각 들어가, 리포터들에게는 '작가 전원이 파업을 한다고 하니 업무를 중단하라'고 했고, 작가들에게는 '리포터 전원이 파업을 한다고 하니 작가 업무를 중단하라'고 압박했다는 것.

    프리랜서 리포터와 작가들은 방송 횟수에 따라 보수를 받기 때문에 파업이라는 개념이 없고 방송이 중단되면 당장 생활비를 충당하기 어려워지는데, 정작 FD 본인은 파업 기간 장기 휴가를 내면서 월급과 추석상여금까지 받아간 것으로 전해졌다.

    파업 불참 작가들만 차별… '부당해고'


    MBC노조는 "이러한 파업 참가 종용에 참여한 또 다른 인물로 안형준 신임 사장이 지목되고 있다"며 "안 사장은 당시 뉴스투데이 편집부에서 근무하다가 몸이 아프다고 청원을 내 타부서로 전출된 상태였는데, 뉴스투데이 리포터와 작가들에게 전화를 걸어 업무 중단을 요구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당시 안 사장은 리포터와 작가들에게 "계속 일하다가 몇 달 뒤에 내가 돌아오면 어떻게 내 얼굴을 보겠느냐. 파업에 동참하면 나중에 복귀시켜 주겠다"고 말했는데, 이러한 전화를 받은 한 작가는 당장 생계와 직결되는 상황에서 "심한 압박과 불쾌감을 느꼈다"고 토로한 것으로 전해졌다.

    MBC노조는 "더 큰 문제는 다음부터였다"며 "안형준 사장은 2020년 2월 뉴스투데이 에디터(부국장)로 돌아왔고, 그 곳에서 끝까지 파업에 참가하지 않고 일했던 방송작가 3명과 다시 만나게 됐다"고 되짚었다.

    MBC노조에 따르면 뉴스투데이 프로그램의 모든 인사를 사실상 좌지우지했던 안형준 당시 에디터는 부임 석 달 만인 2020년 5월, 10년 가까이 근무했던 파업 불참 작가 3명을 담당 부장을 통해 해고했다.

    전화 통화 하나로 해고당한 방송작가들이 지노위와 중노위에 제소하자, 안 사장은 심문기일에 빠짐없이 참석해 부당해고를 '정당한 계약 종료'라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안 사장은 작가들을 해고한 이유에 대해 "박성제 사장의 뜻"이라고 밝혔고, 뉴스투데이 편집부장이었던 J모 부장은 "개편에 맞춰 새로운 사람과 하고 싶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해고된 작가 3명의 자리를 채운 사람들은 PD수첩 출신으로 파업에 참여했던 작가들이었다.

    MBC노조는 "결국 안 사장은 작가들을 파업 참여 여부로 차별해 파업 불참자를 단칼에 해고하는 만행을 저지른 것"이라며 "이런 안 사장이 박성제 사장을 비난하며 'MBC의 분열과 갈등을 치유하겠다. 유배지를 없애겠다'고 운운한 것은 그의 행적과 완전히 배치되는 공약"이라고 비판했다.

    중노위 직접 출석 '2차 가해'… 파업 종용은 '업무방해' 가능


    당시 해고된 작가들 가운데 2명이 지노위·중노위를 거쳐 행정소송에 이르는 '부당해고 무효 소송'을 진행했는데, 소송 과정에서 차량이 반파되는 큰 사고를 당했지만 병원에 가지 않고 출근하고, 부친의 부고를 들은 날에도 해고가 두려워 출근했던 안타까운 사연들이 공개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사례를 거론한 MBC노조는 "파업에 참가하라고 프리랜서 작가와 리포터들의 업무 중단을 요구했다면 '업무방해'에 해당할 수 있고, 의무에 없는 일을 강요하고 일자리를 빼앗는다고 협박했다면 '강요죄'에 해당할 수 있다"며 "이처럼 엄청난 일 뒤에 다시 만난 힘없는 작가들을 전화 한 통으로 해고시킨 안형준 당시 에디터는 그 책임을 박성제 전 사장에게 넘기려 할지 모르나, 과연 '박 전 사장이 아침뉴스 작가의 해고를 직접 지시했을까'라는 합리적인 의문이 남는다"고 의구심을 드러냈다.

    MBC노조는 "이처럼 배임수재 공범 의혹에서 방송작가 부당해고까지 안 사장과 관련된 의혹이 줄을 잇고 있다"면서 "안 사장은 지금이라도 그 자리가 본인에게 과분한 자리임을 깨닫고 당장 사표를 내고 내려와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