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풍 막겠다"던 안형준 사장, 첫날부터 '내풍'에 흔들공언련·MBC노조, 안형준 사장-방문진 검찰 고발 검토
  • ▲ 안형준(56) MBC 신임 사장. ⓒ연합뉴스
    ▲ 안형준(56) MBC 신임 사장. ⓒ연합뉴스
    지난 18일 최종면접에서 "공영방송을 향한 '외풍'을 흔들림 없이 막아내겠다"고 자신했던 안형준(56) MBC 신임 사장이 취임 첫날부터 '내풍'에 흔들리는 신세가 됐다.

    23일 MBC 주주총회에서 안 내정자의 선임안이 가결됐으나, MBC 양대 노동조합을 비롯해 사장 탈락자들까지 안 사장의 비위 의혹을 제기함에 따라, 사장 선임을 둘러싼 논란이 한동안 MBC를 뒤흔들 것으로 전망된다.

    안 사장이 당면한 가장 큰 의혹은 '주식 불법 취득' 의혹이다. 안 사장과 대학 동창지간(서울대 사회복지학과)인 B씨는 지난 20일 오후 3~4시경 '안형준 사장후보가 프리비전(Privizion) CG기술 개발 업체인 A사로부터 거액의 주식을 무상으로 받았다'는 내용의 진정서를 방송문화진흥회(MBC 대주주, 이하 '방문진') 이사회에 제출했다.

    이날은 방문진이 '사장 내정자'를 발표하기 하루 전날이었다. 특히 B씨는 2017년 12월에도 MBC 클린센터에 같은 내용을 제보한 바 있어 방문진으로선 안형준 후보에 대한 의혹을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방문진은 감사국을 통해 해당 의혹을 확인하지도, 사법기관에 수사를 의뢰하지도 않고 이튿날 안 후보를 '사장 내정자'로 발표했다.

    안 후보가 사실상 제36대 MBC 사장으로 결정되자, 온라인상에 '안 내정자가 수년 전 거액의 벤처기업 주식을 공짜로 받았다'는 지라시가 퍼졌다. 이 지라시에는 '안형준 부장이 사장으로 내정되자 내부 불만과 비난이 폭주하고 있다'며 사내 구성원들의 반발이 심하다는 내용도 담겼다.

    MBC노동조합(3노조, 위원장 오정환)도 성명을 통해 동일한 의혹을 제기했다. MBC노조는 22일 '안형준 사장 내정자의 비리 의혹을 규명한 뒤 주주총회를 열어라'는 제목의 성명에서 "흉흉한 소문이 떠돈다"며 "안형준 내정자는 23일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사장으로 공식 선임될 예정인데, 그 뒤 의혹이 사실로 밝혀지면 MBC 사장이 수사를 받고 자리에서 내려오는 대혼란이 벌어진다. 그런 사태는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 내정자를 둘러싼 논란이 증폭될 무렵 22일 오후 KBS 유명 PD 출신인 C씨가 한 통의 사실확인서를 방문진 이사회에 제출했다. '안 내정자가 무상으로 받았다는 주식은 사실 자신의 것으로, 과거 자신이 안 내정자를 설득해 명의만 안 내정자의 명의로 한 것'이라는 주장이었다.

    이러한 내용이 알려지자 이번엔 '안 내정자가 증여세 탈루에 이어 배임수재 공범 의혹까지 받게 됐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MBC노조는 "KBS PD였던 고교 동문은 2013년 자신이 연출했던 작품에 납품한 업체로부터 거액의 주식을 받았고, 이를 숨기기 위해 안 내정자가 이름만 빌려준 것이라고 주장했는데, 결과적으로 더 큰 범죄를 실토한 셈이 됐다"며 "만약 KBS PD의 억대 배임수재를 숨겨준 것이라면 안 내정자는 중범죄의 공범이 된다"고 우려했다.

    이 같은 의혹은 23일 오전 본지의 단독보도로 구체화됐다. 보도 이후 안 내정자를 성토하는 댓글이 빗발쳤고, 언론사회시민단체인 '공정언론국민연대(이하 '공언련')'는 "범죄 혐의가 드러난 MBC 사장 내정자와 방문진 이사, 모두 사퇴해야 한다"며 "주주총회를 연기하고, 사장 선임 절차를 다시 밟을 것"을 촉구했다.

    하지만 '쇠귀에 경읽기'였다. 이날 오전 11시 서울 마포구 상암동 사옥에서 임시주주총회를 개최한 MBC는 안 내정자의 사장 선임안을 과반 찬성으로 가결했다.

    이날 주총에는 MBC의 지분 70%를 가진 방문진만 참석하고 나머지 지분을 소유한 정수장학회는 참석하지 않았다. 정수장학회가 사장 선임이 이뤄지는 주총에 불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수장학회는 지난 20일 이후 안 내정자에 대한 비위 의혹이 퍼지자 '의혹에 대한 진상규명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선임안을 의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회의에 불참한 것으로 전해졌다.

    방문진이 불미스러운 의혹에 휘말린 안 내정자를 MBC 사장으로 선임하자 전국언론노동조합(언론노조) MBC본부도 비판 성명을 냈다. 이들은 "공영방송 MBC를 둘러싼 외부적 압박이 거센 상황에서, 신임 사장의 정당성과 리더십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제기된 의혹들에 대한 명확한 규명은 반드시 필요하다"며 "절차상 공식적으로 사장으로 선임됐다고 해서 얼렁뚱땅 넘어가려고 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시시비비를 명확히 가려야만 MBC가 흔들리지 않을 수 있고, 이는 MBC를 관리 감독할 방송문화진흥회의 의무"라며 안 내정자의 의혹을 방기한 방문진의 책임을 거론했다.

    MBC노조(3노조)와 연대, 안 사장과 방문진의 동반 퇴진을 요구하고 있는 공언련은 "방문진은 졸속 주주총회를 통해 안 내정자를 사장으로 확정하기 전에 사법기관에 수사를 의뢰하는 것이 우선"이라며 "한국의 거대 공영방송 사장을 이따위 식으로 밀어붙여서 만들 일이 아니다. 지금 MBC는 국민들을 상대로 도대체 무슨 짓을 하고 있는가?"라고 분개했다.

    그러면서 "방문진 이사들이 못 하겠다면 독립 기관인 MBC 감사실이 나서서 안 사장을 고발하라"고 촉구한 공언련은 "사법 당국은 1차적으로 안 사장의 불법 명의 도용에 대해 책임을 묻고, 다음으로 불법 명의 도용 과정에서 금품 거래 등 추가 위법이 없었는지 조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