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개혁' 약속한 사장이 '드라마 PD'에 명의 대여의혹제기되자, CJ ENM에 "A사 주식은 내 것" 허위증언MBC노조 "배임수재 공범, 위증 의혹도‥ 사장자격 없어"
  • ▲ 안형준 신임 MBC 사장. ⓒ방송문화진흥회/연합뉴스
    ▲ 안형준 신임 MBC 사장. ⓒ방송문화진흥회/연합뉴스
    안형준 MBC 신임 사장을 겨냥, 각종 '언행불일치 행적'을 폭로하며 여론을 환기하고 있는 MBC노동조합(3노조, 위원장 오정환)이 이번엔 안 사장을 상대로 "수년 전 CJ ENM(씨제이이엔엠)에 왜 'A사의 주식은 내 것'이라는 허위 증언을 했느냐"며 공개 해명을 요구하고 나서 주목된다.

    24일 '드라마 개혁 약속한 사장이 학연 얽힌 복마전에 명의대여했나?'라는 제목의 성명을 배포한 MBC노조는 "제보자의 제보 내용에 따르면 벤처기업 A사에 안형준 사장이 9.9%의 주식을 보유한 주요 주주로 등재돼 있다고 한다"며 "안 사장의 지분을 보면 최소한 3억원 이상 주식 대금을 납부할 의무가 있는데도 이를 납부하지 않고 주식 소유자가 됐다는 내용"이라고 소개했다.

    그런데 "KBS PD 출신 곽OO 씨가 방송문화진흥회(MBC 대주주, 이하 '방문진')에 보낸 사실확인서에 따르면 곽씨가 10년 전 제보자와 사업을 하면서 A사의 주식을 9.9% 갖게 됐고, 이 주식을 안 사장의 명의로 해놓은 것일 뿐, 사실상 주식의 주인은 곽씨 자신이라고 한다"고 MBC노조는 밝혔다.

    MBC노조는 "곽씨와 안 사장, 제보자는 모두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동문으로 서로 알고 지내는 선후배 사이인데, 사업을 하면서 관계가 악화됐고, 이 업체는 지금 폐업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며 "결국 곽씨의 주장은 선의로 명의를 빌려준 안 사장이 중간에서 난처한 입장이 됐다는 것"이라고 사실확인서의 내용을 요약했다.

    그런데 "이러한 양측의 주장을 종합하면 몇 가지 의혹이 남게 된다"며 제보자의 주장과 곽씨의 사실확인서에 담긴 '위법성'과 '의문사항'을 꼬집었다.

    MBC노조는 "곽씨의 주장에 따르면 A사의 지분 9.9%를 주식 대금도 내지 않고 획득한 사람이 자기 자신이라는 것인데, 그러한 상황에서 자신이 연출한 드라마 제작사가 A사와 계약해 일감을 몰아준 것"이라며 "본인이 대주주인 회사(A사)에 본인 스스로 일감을 준 꼴이니 배임의 소지가 생긴다"고 주장했다.

    MBC노조가 성명에서 거론한 드라마는 2013년 10~12월 tvN에서 방영된 '빠스껫 볼'이라는 작품이다. 1930~1940년대 우리나라를 배경으로 한 이 드라마는 당시 풍경을 이전 시대극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정교하고 규모감 있게 재현해 주목을 받았다. 이때 드라마 제작진이 사용한 '프리비전(Privizion)'이라는 CG기술은 A사가 개발한 것이었다.

    이 드라마를 연출한 PD가 바로 이번에 방문진에 사실확인서를 낸 곽씨였다. 2013년 당시 곽씨는 CJ ENM 소속 감독으로 일했는데, '빠스껫 볼'을 찍으면서 국내 드라마 최초로 프리비전 장비를 촬영에 도입했다. CG 외주 계약 당사자는 CJ ENM과 A사였지만 연출자인 곽씨의 영향력도 무시할 수 없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상황.

    따라서 "곽씨가 '공짜 주식'을 받은 이유가 드라마에서 이 벤처기업의 기술을 사용하는 조건이었는지 다른 밀약이 있었는지 합리적인 의혹이 제기된다"고 밝힌 MBC노조는 "정확한 사실관계가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해 곽씨가 해명을 해야 한다고 생각된다"고 지적했다.

    MBC노조는 "또한 안 사장은 '이러한 배임 소지를 알고도 곽씨를 위해 명의를 계속 빌려주었는가'라는 의혹이 발생한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나중에 제보자와 곽씨의 사이가 틀어지고 CJ ENM과 MBC에 투서까지 했다고 하니 적어도 나중에는 알았을 것이고, 지분 문제는 해결할 기회가 있었는데도 안 했다는 의혹도 제기될 수 있다"고 짚은 MBC노조는 "안 사장도 곽씨의 배임을 도운 것 아니냐는 의혹이 생겨나고, 이 부분은 안 사장이 해명해야 할 내용"이라고 주장했다.

    MBC노조는 "특히 곽씨의 사실확인서에 따르면 CJ ENM 소속이었던 곽씨를 위해 안 사장이 벤처회사 지분의 소유자라는 허위진술을 했다고 한다"며 "곽씨는 왜 자신의 회사에 지분 소유 사실을 제대로 밝힐 수 없었고, 안 사장에게 위증을 부탁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MBC노조는 "최근 안 사장에게 제기된 배임수재, 명의대여, 위증 등의 의혹이 사실이라면 도덕성을 갖췄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안 사장이 사장 출마 정책발표에서 'MBC의 드라마 부문의 성장을 위해, 드라마 기획 자회사를 만들어 드라마 제작 구조를 개혁하겠다'고 공언했지만, 배임수재 등의 의혹도 해결 못하는 도덕성으로 드라마 한 편 당 수백억원씩 투자되는 드라마 부문의 제작 구조 개편을 제대로 밀고 나갈 수 있겠느냐"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