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태 중거리미사일 희망” 美 국방 발언 이틀 뒤…"정신 똑바로 차려라” 훈계까지
  • ▲ 중국의 중거리 탄도미사일 DF-21. 2015년 9월 열병식 당시 사진이다. 중국군은 백두산 북쪽에 DF-21을 비롯한 탄도미사일 수백여 기를 배치, 한국과 일본을 겨누고 있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중국의 중거리 탄도미사일 DF-21. 2015년 9월 열병식 당시 사진이다. 중국군은 백두산 북쪽에 DF-21을 비롯한 탄도미사일 수백여 기를 배치, 한국과 일본을 겨누고 있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중국 공산당 기관지 환구시보와 글로벌타임스가 한국과 일본을 향해 “미국의 총알받이가 되지 말라”고 협박했다. 지난 3일(현지시간)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장관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몇 달 내에 지상발사형 중거리미사일을 배치하고 싶다”고 밝히고, 이어 한국과 일본 등이 후보국으로 거론된 것에 대한 반발이었다.

    연합뉴스 등에 따르면, 환구시보와 글로벌타임스는 지난 5일 공동 사설을 통해 “중국과 러시아 미사일의 집중적 목표가 되지 않도록 정신을 똑바로 차리라”면서 ‘총알받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한일, 미국 미사일 배치하면 심각한 결과 초래”

    환구시보는 “미국의 아시아 지역 미사일 배치는 가장 심각한 현상 타파로, 피할 수 없는 군비경쟁과 지정학적 파장을 불러올 가능성이 크다”면서 “미국의 미사일은 명확한 공격무기인 만큼 (이를 한국이나 일본에 배치한다면) 한국에 ‘사드(THAAD, 종말고고도요격체계)’를 배치한 충격보다 더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신문은 이어 “(한국과 일본 가운데) 누가 미사일 배치를 받아들이든 중국·러시아와 직간접적으로 적이 되는 것이고, 전략적으로 ‘자신이 놓은 불에 타 죽는 꼴(引火燒身)이 될 것”이라고 협박했다.

    신문은 한국과 일본을 향해 유화적 메시지와 협박을 함께 보냈다. 신문은 “중국은 한일의 가장 중요한 무역 파트너”라며 “한일이 미국을 도와 중국과 러시아를 위협한다면, 중·러가 연합해 보복해서 생기는 손해가 미국으로부터 압박을 받아 생기는 손해보다 적지 않을 것이며, 이는 국가이익에 악몽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 ▲ 2016년 8월 중국의 '사드 제재' 당시 더민주당 의원들이 중국에 읍소를 하러 가자 환구시보 등은 이를 크게 보도했다. 사진은 당시 김영우 자유한국당 의원이 더민주 의원들의 친중행태를 비판하면서 환구시보를 보여주는 모습.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2016년 8월 중국의 '사드 제재' 당시 더민주당 의원들이 중국에 읍소를 하러 가자 환구시보 등은 이를 크게 보도했다. 사진은 당시 김영우 자유한국당 의원이 더민주 의원들의 친중행태를 비판하면서 환구시보를 보여주는 모습.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신문은 “슈퍼 패권을 굳건히 지키려 하고 어떤 상대적 힘의 균형도 받아들이지 않는 미국의 고집과 패도(覇道)가 아시아 지역 불안정의 최대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미국의 아시아 동맹국들은 미·중과 관계를 동시에 유지하기를 원하지, 어느 한 편에 서기를 원하지 않는다”면서 “지금 미국이 중국과 러시아를 몰아붙이는 것은 스스로를 몰아붙이는 것과 같다”며 모든 책임이 미국에 있다는 주장을 폈다.

    환구시보, 과거 사드 반대, 박근혜 탄핵 조롱도

    신문은 미국을 향해서도 미사일을 배치하지 말 것을 호소했다. 신문은 “중국과 러시아가 대량의 미사일을 중남미에 배치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지겠느냐”며 “미국이 아시아에 미사일을 배치하는 것은 이와 비슷한 연쇄적 파장을 일으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중국의 경제력은 지금보다 훨씬 규모가 큰 국방예산을 감당할 수 있다”며 “미국은 양자 모두가 손해를 보는 새로운 전선을 만들지 말아야 한다”며 “이는 중국이 슈퍼 무기고를 세우도록 강요하는 것일 뿐, 미국의 장기적 이익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환구시보는 중국 공산당의 기관지로, 공식적으로 말할 수 없는 과격한 주장을 싣는 매체로 알려졌다. 2016년 7월 주한미군에 ‘사드’를 배치할 때도 한국을 향해 과격한 주장을 폈다. 같은 해 11월 국회에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을 가결했을 때 “이제는 사드만 남았다”는 선동을 한 적도 있다.

    환구시보는 최근에도 한국을 조롱하는 칼럼을 실었다. 신문은 지난 1일 ‘한일 분쟁이 제3자에게 주는 교훈’이라는, 뤼번푸 중국 과학원 경영대 교수의 칼럼을 실었다. 뤼 교수는 칼럼에서 “한국은 일본을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고, 미국에 중재를 요구하고, 일본제품 불매운동을 벌이며 모든 패를 썼지만 아무런 효과를 보지 못했다”면서 “(한국이) 약한 전력으로 싸우기만 고집하면 질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