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 불구속' 충분한 방어권 보장, '윗선' 등 증거인멸 우려 가능성, 아무런 사정변경 없어
  • ▲ 이헌 변호사(한변 공동대표).
    ▲ 이헌 변호사(한변 공동대표).
    지난 19일 김경수 경남도지사의 항소심 첫 공판기일에서 재판부(서울고등법원 제2형사부 부장판사 차문호)는 ‘일각의 재판불복 움직임은 문명국가에서 상상도 할 수 없는 일. 재판부 판사들을 모욕하고, 신성한 법정을 모독하는 것. 사법제도와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라며 재판에 임하는 입장을 표명했다.

    언론에서는 재판장인 차 부장판사가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대법관 시절 전속재판연구관으로 재직한 경력을 문제 삼아 비판한 것에 대한 대응이라고 평가한다.

    김 지사 측은 제1심 판결 직후 "재판장과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특수관계"라며 그 판결 결과를 납득할 수 없다고 했다. 집권여당과 좌파단체들은 "사법농단세력의 보복"이라며 제1심 재판장을 탄핵 대상으로 지목해 제1심 재판장과 항소심 재판부를 겁박한데 이어 어이없는 죄명으로 불구속 기소하는 정치보복을 일삼고 있다. 항소심 재판부의 입장 표명에는 이 사건과 관련해 법원 안팎에서 발생한 일련의 사태에 따른 법원 내 불편한 심경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김 지사 연루 '댓글조작', 대선 무효 사유

    김 지사의 사건과 관련해 과거 군사정부 시절에도 그 유례를 찾기 어려운 집권여당의 반헌법적·반이성적 사법부에 대한 겁박은, 김 지사에게 드루킹 댓글순위 조작 범행에 공모관계를 인정한 제1심 판결이 확정된다면, 2017년 제19대 대통령선거 당시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이루어진 드루킹의 댓글 여론조작 범행사실은 대선 무효사유에 해당할 수 있다. 나아가 문재인 정부의 존립과 정통성이 송두리째 흔들릴 수 있다는 절박한 위기감의 발로일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헌법과 법률을 수호하고 국민의 인권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인 법관으로서, 피고인을 무죄로 추정한 상태에서 과연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 유죄를 인정할 수 있는 것인지 꼼꼼히 따져 나갈 것이다"며 "그러한 판단을 함에 있어 1심이 잘못한 것은 없는지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 심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법조인인 필자로서 헌법과 법률 및 양심에 따라 형사재판에 임하는 대한민국의 모든 법관이 지니고 있는 지극히 당연한 덕목이라고 믿고 있다.

    한편 항소심 첫 공판기일에는 김경수 지사 측이 신청한 보석에 관한 심문이 있었다. 제1심 판결이 선고된 후 집권여당의 당 대표는 "도정의 공백이 없도록 하는게 상식"이라고 말했고, 집권여당 소속 광역단체장들은 도정 공백과 도주우려 부재 등을 이유로 김 지사의 보석을 촉구하는 탄원서를 제출했다.

    이에 대해 항소심 재판부는 "보석 신청 이유의 하나로 도지사로서 도정 수행의 책임과 의무를 들고 있으나, 그런 사정은 법이 정한 보석허가 사유가 아니다"고 하고, "헌법과 법률이 정한 원칙에 입각해 법이 정한 보석불허 사유가 있는지 엄격하게 심사하면서 보석허가 여부를 진지하게 고민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다음달 11일 열리는 공판 이후 김 지사의 보석 허가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덧붙였다.

    김 지사는 "항소심으로 뒤집힌 진실을 바로잡을 기회가 있지만 법정구속으로 발생한 도정 공백이 도민, 경남민생에 연결돼 안타까움이 크다"고 진술했고, 이에 대해 '현직 도지사로서 업무를 처리해야 한다는 점. 도주 우려가 없고 증거인멸 우려도 없다는 사실' 등을 이유로 보석을 청구했다. 반면 허익범 특별검사 측은 김 지사의 혐의가 무겁고 증거인멸 우려가 있는 만큼 보석을 허가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었다.

    김 지사 측 "도주 및 증거인멸 우려 없다" 보석 청구

    이 폭주정권에 의해 사법부가 장악되고 있고, 이 정권의 운명이 결정될 수 있는 이 사건에 대해 이 정권이 동원한 어용언론의 보도와 법관에 대한 겁박으로 인해 현존하는 위협적 상황에 놓여져 있다. 이러한 상황에 따라 항소심 재판부가 김 지사의 보석이 허가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한 듯하고, 이러한 관측은 얼마 전의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보석 허가 사례를 그 근거로 드는 듯하다.

    그렇지만 항소심 재판부가 김 지사 측의 주된 보석허가 주장인 도정 공백은 보석허가 사유가 아니라면서 무죄추정과 불구속재판 및 보석 허가·불허가 사유 등 형사소송제도의 원칙을 강조했던 것은 유의할 점이다.

    또 얼마 전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보석신청에 대해 "보석을 허가할만한 특별한 사정 변경이 없다"고 해 보석신청을 기각했고,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보석허가는 재판부의 변경과 증인신문 일정 등으로 구속기한인 4월 8일까지 재판을 마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사유로 보석허가를 하면서, 적지않은 법조인들이 지적하는 바와 같이 형사소송법에서 정하고 있지 아니한 가택연금이나 다름없이 초법적인 조건을 부여했다. 필자 개인적으로는 김 지사에 대한 보석 불허의 가능성을 결코 배제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필자가 공동대표인 한변은 지난 18일 김 지사에 대한 보석은 절대 허용되어서는 안된다는 취지의 성명을 발표했고, 이러한 취지의 탄원서를 항소심 재판부에 제출했다.

    '김 지사의 보석이 불허돼야 한다'는 첫째 이유로, 형사사건은 불구속 재판이 원칙이지만 김 지사의 경우 제1심 판결에 나타난 바와 같이 이미 불구속 상태에서 충분한 방어기회를 부여받으면서 제1심 재판이 진행됐고, 그 결과로 제1심 법원이 제반 증거를 토대로 합리적 심증에 의해 유죄로 인정한 후 실형선고와 함께 김 지사를 법정구속했다는 것이다. 제1심 법원의 판결에 나타난 바와 같이 제반 양형요소를 고려해 고심한 결과에 따라 법정구속 상태로 항소심 재판을 받게 했던 제1심 판단은 당연히 존중돼야 한다는 취지이다.

    '1심 불구속 재판' 김 지사 충분한 방어기회 부여

    둘째로, 제1심 재판 이후 집권여당의 사법부 겁박 이외에는 아무런 사정변경이 없었고, 항소심에서 제대로 된 사건심리도 하지 않았음에도 만약 보석을 허가한다면, 집권세력의 압력에 굴복해 제1심 법원의 판단을 스스로 내팽개치는 결과가 된다는 점이다. 이는 공판심리의 원활과 형 집행확보를 목적으로 하는 구속제도와 보증금을 조건으로 구속의 집행을 정지하는 보석 제도의 취지에도 부합하지 않는다는 취지이다. 또한 전직 두 대통령을 항소심에서 계속 구속된 상태로 재판을 받게 했던 사례와도 부합하지 않는다.

    셋째로, 김 지사가 공모한 드루킹 여론조작사건은 그 범행의 성격이나 경과 및 영향력 등을 비추어 문재인 대통령의 관여 여부 등 그 몸통 내지 윗선에 대한 수사 필요성이 불가피하게 인정되는 사안이라는 점이다.

    형사소송법 제95조에서 보석의 불허가 사유로 정한 ‘제3호 피고인이 죄증을 인멸하거나 인멸할 염려가 있다고 믿을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는 때’이거나 ‘제6호 피고인이 피해자, 당해 사건의 재판에 필요한 사실을 알고 있다고 인정되는 자 또는 그 친족의 생명·신체나 재산에 해를 가하거나 가할 염려가 있다고 믿을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는 때’에 해당한다.

    무엇보다 현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이 정권의 실세인 김 지사가 석방될 경우에는 공범인 드루킹과 다른 공범들에 대한 회유나 협박 등으로 증거를 인멸하거나 위해를 가할 염려가 충분하다. 구체적으로 김 지사가 드루킹과 서로 등지게 된 원인인 ‘오사카 총영사 직 제공’ 이상이나 버금가는 자리를 제공해 드루킹 측이 자백을 취소하게 하는 등 김 지사의 유죄를 인정한 증거자료의 신빙성을 약화시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나아가 문 대통령의 개입 여부 등에 관한 추가 수사를 위한 증거인멸을 방지하기 위한 차원에서도 김 지사의 석방은 온당치 아니하다는 것이 상당수 법조인들의 견해이기도 하다.

    '윗선' 증거인멸 우려, '드루킹' 회유 가능성 높아

    문재인 대통령은 전대미문인 ‘북한 비핵화의 불투명, 자녀의 해외도피 의혹’ 이외에도 이 대선 여론조작 사건에 대해 침묵하더니, 이 사건들에 대한 여론을 잠재우려는 듯 ‘장자연, 김학의, 버닝썬’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지시했다. 사법부 수장인 김명수 대법원장은 집권세력에 의해 무차별적·속수무책으로 공박당하고 위협받는 사법부의 위기상황에 대해 무책임한 침묵을 이어가고 있다.

    만일 항소심 재판부가 김 지사 측이 주장하는 보석 신청을 받아들인다면 일반 국민들에게는 사법부가 살아있는 권력 앞에 굴복한 것으로 보여질 뿐만 아니라, 이로 인한 사법부 및 법관의 신뢰와 독립은 앞으로 더욱 요원한 일이 될 것이다.

    김 지사의 재판에 관한 「드루킹의 인터넷상 불법 댓글 조작 사건과 관련된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에서는 2개월 내로, 공직선거법에서는 3개월 내로 재판을 마치도록 되어 있는 등 이 항소심 재판은 일반 항소심 재판과는 다르게 진행된다. 그리 길지 않은 항소심 재판기간 내에 충실한 심리를 다하고, 한없이 추락하는 사법부 및 법관의 독립과 위상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김 지사에 대한 보석은 불허해야 한다는 의견을 가질 수밖에 없다.

    항소심 재판부 "유무죄, 법정 밖 아닌 법정 안에서 가려야"

    항소심 재판부는 "우리 재판부로부터 재판을 받는 동안에는 피고인의 유무죄 여부는 법정 밖이 아니라 이 법정 안에서 치열한 논쟁과 증거조사를 통해 답을 찾아나가야 한다. 관련된 분들이나 국민들 중 이 사건의 진실을 알고 있어 올바른 결론 도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은 검사나 변호인에게 그 증거들을 제출해달라. 그래서 피고인은 물론 모두가 승복할 수 있는 재판결과를 도출하기 위해 다함께 노력하자"고 해 국민들에 대한 이해와 도움을 구했다.

    자유민주주의를 추구하는 자랑스런 대한민국의 민주시민이라면, 섣부른 선입견과 조바심에 따른 부당한 압력과 간섭을 배격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항소심 재판부가 김 지사 사건으로 인해 위협받는 사법부의 독립 등 헌정 질서를 회복하는 계기를 만들고 부정선거라는 중차대한 의혹이 제기된 김 지사 사건의 진상을 역사와 국민 앞에서 진실로 규명하기 위해 노력하고자 한다는 이해가 필요하다. 항소심 재판부가 헌법과 법률 및 양심에 따른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평화적으로나 제도적으로 응원하고 격려해야 마땅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