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례없는 국민 앞 기관단총 노출… 문 대통령, 신변 안전에 대해 자국민 믿지 못한다는 방증
  • ▲ 이동복 북한민주화포럼 대표(전 국회의원).
    ▲ 이동복 북한민주화포럼 대표(전 국회의원).
    평택항에서 천안함 폭침 9주년 행사가 진행되던 지난 22일, 대구 칠성 종합시장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의 근접 경호관들이 다중(多衆) 살상용(殺傷用) 기관단총을 사람들의 시야(視野)에 노출된 상태로 지참하고 있었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 충격이다. 하지만 더 충격적 사실은 김의겸이라는 청와대 대변인이 (서면 브리핑을 통해) 그 경호관을 옹호하고 나섰다는 것이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필자의 머리에 아프게 떠오르는 과거지사(過去之事)가 있다. 필자가 정치부 기자로 직접 취재한 일이다. 1960년 3.15 정∙부통령 선거 때 경남 마산에서 투표 번호표를 받지 못한 시민들이 시청에 몰려 와서 투표 번호표를 달라는 시위를 벌였는데, 당시 경찰이 총기를 발사해 사람을 살상(殺傷])하는 사건을 일으켰다. 이는 4.19 학생시위와 4.24 이기붕(李起鵬) 일가의 일가(一家) 자살 및 4.26 이승만 대통령 하야로 이어졌고, 이 나라 현대사(現代史)의 큰 변곡점(變曲點)이었다.

    "총은 쏘라고 준 것이지…" 이기붕 망언, 외신도 보도

    그런데, 이 와중(渦中)에서 지금은 많은 사람의 기억에서 사라지고 있는 엉뚱한 사건이 있었다. 마산 사태에 충격을 받은 이기붕 부통령 당선자(?)가 1960년 3월 17일 서대문 자택에서 기자회견을 하는 도중 한 기자의 질문에 답변하는 과정에서 “총은 쏘라고 준 것이지 가지고 놀라고 준 것이 아니다”라는 어처구니 없는 망언(妄言)을 토해 낸 사건이다.

    자유당 정권 경찰의 작용으로 이기붕의 엉뚱한 이 망언은 당장에는 언론에 모습을 드러내지 못했다. 하지만 며칠 뒤 조재천(曺在千) 당시 민주당 대변인의 성명을 통해 각 신문에 대대적으로 보도됐고, 외신들도 "Guns are given for shooting, not as toys"라는 제목으로 확대 보도하자 대구 지역에서 시작된 '이기붕 망언'을 규탄하는 학생들의 시위가 요원(遼遠)의 불길처럼 전국으로 확대돼 끝내는 4.19 학생시위를 통해 자유당 정권의 붕괴로 이어졌었다. 

    물론, 이번에 문제의 ‘기관단총’이 실제로 발사돼 인명 피해를 초래하는 상황이 벌어졌던 것은 아니지만, 특히 이번 대구에서 일어난 사태를 옹호한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의 발언과 당시 이기붕의 ‘망언’은 궤(軌)를 같이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상념(想念)이 필자의 머리 속에서 강력하게 떠오르는 것을 느낀다.

    시민과 함께 한 자리에서 대통령의 근접 경호관이 총기(銃器)를, 그것도 그냥 소지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소지 사실을 인지(認知)하는 것은 물론 보도진이 사진 촬영을 해 보도할 정도로, 현시적(顯示的) 방법으로 지참한다는 것은 문제의 대통령 경호진이 대통령과 어울리는 시민들 쪽에, 잠재적으로나 현실적으로나 ‘기관단총’과 같은 위협적 경호 무기의 존재를 과시해야 할 정도의 위험을 느끼고 있었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이기붕 망언과 김의겸 발언, 궤를 같이 해

    만약, 그것이 사실이라면, 우리는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왜냐하면, 그 같은 사실은 문재인 대통령이 시민들을 육체적으로 접촉하는 경우에도 신변의 안전에 관해 안심하지 못하는 불안감(不安感)에 사로잡혀 있을 가능성을 강력하게 시사해 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언론보도에 의하면 김의겸 대변인은 "사진 속 경호처 직원은 대통령과 시장 상인들을 등에 두고 바깥쪽을 경계하고 있다"며 "외부에서 혹시 발생할지 모를 상황에 대처하는 것이다. 이는 대통령뿐만 아니라 시장 상인들도 함께 보호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같은 주장은 문제가 있다. "등 뒤에 둔 시장 상인들"은 '동원된 관제 시장 상인들'일 가능성이 농후한 만큼 문제의 ‘경호처 직원’의 ‘기관단총’이 향하고 있는 대상은 '동원된 관제 상인들'이 아닌 일반 상인들과 장꾼들일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문 대통령의 경호처는, 문 대통령 자신의 생각이 그러한 것인지 까지 단정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대구 지역의 일반 시민들을 “거죽에 보이는 상태로 지참한 기관단총”으로 경비해야 할 만큼 문 대통령 신변 안전을 위협하는 위해 요인으로 의심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되지 아니 할 수 없다.

    만약 경호처의 판단이 그럴 정도라면 그 같은 사실을 문 대통령 자신이 인지하지 않고 있을 가능성이 희박하다. 결국 이 같은 사실이 시사하는 것은, 그동안 내정과 외교 및 남북관계에서 실정(失政)에 실정을 거듭하고 있는 문 대통령이, 심지어는 자신의 신변 안전에 관해서도, 대한민국의 일반 국민들을 신뢰하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고 있다는 것을 뜻하는 것일 가능성이 없지 않다.

    전두환·노태우 시절, 경호관 무기 노출 없어

    이 같은 상황은 대한민국에서는 전례가 없는 일이다. 6.25 전란 중의 이승만 대통령 때는 물론이고 그 뒤 역대 대통령, 특히 박정희(朴正熙)나 전두환(全斗煥)∙노태우(盧泰愚) 대통령 때도 현직 대통령이 일반 국민을 만나거나 접촉하는 자리에 임하는 근접 경호관이 그처럼 치명적 무기를 노출된 상태로 지참하는 일은 없었다.

    만약, 작금 문 대통령 자신이 국내에서 일상적 활동을 할 때 스스로의 신변 안전에 위험을 느끼는 정신 상태라면 그 다음에 벌어질 상황은 더욱 우려스럽다. “총은 쏘라고 준 것이지 가지고 놀라고 준 것이 아니다”라는 '이기붕적 사고(思考)'가 어떠한 엉뚱한 사태를 불러일으킬 것인지 누구도 예상하기 어렵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