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짜에 현혹되는 순간, 개인은 노예가 돼… 자유는 가졌을 때 지켜야
  • ▲ 김규나 작가. 뉴데일리 DB
    ▲ 김규나 작가. 뉴데일리 DB
    “난 자유인이었어. 난 노예가 아니야.”

    아무리 부정하고 발버둥 쳐도 벗어날 길이 없다. 손과 발에 쇠고랑이 채워진 이상 도망갈 수 없다. 달아나다 붙잡히면 주먹과 발길질, 굶주림과 채찍이 날아올 뿐이다. 견뎌야 하는 건 죽음보다 더한 지옥. 

    미국의 남북전쟁이 발발하기 전, 사랑하는 가족과 행복하게 살고 있던 바이올리니스트 솔로몬은 어느 날, 지인에게 속아 노예로 팔려간다. 그는 더 이상 솔로몬이 아니다. 주인이 붙여준 플랫이 그의 이름이다. 바이올린을 연주하던 손으로 밭을 갈고 목화를 따고 장작을 패고 집을 짓는다. 주인이 자라는 데서 자고, 주인이 주는 것만 먹고, 주인이 시키는 일만 해야 한다. 주인이 명령하면 동료 노예의 몸에 채찍질도 한다. 죽을 힘 다해 하라는 대로 하지만 주인이 기분 나쁘면 독한 매질이 다시 날아온다.

    대한민국, 전 국민의 노예화 향해 전력질주

    노예라고 하면 피부색이 다른 사람들의 역사만 떠올릴 뿐, 우리 자신과 관련짓지 못한다. ‘욕망의 노예’가 된 사건이 실린 사회면 기사라도 보면 제 맘 하나 조절 못하고 쯧쯧, 혀를 차며 나와는 상관없다고 쉽게도 손가락질 한다. ‘물질의 노예’란 말이 들리면 1초도 생각할 필요 없이 세뇌되어버린 문장, ‘자본주의는 악의 축’을 떠올린다. 21세기에 노예라니, 과거 먼 나라 이야기인 것만 같다. 그러나 천만에! 지금 대한민국은 전 국민의 노예화를 향해 전력질주하고 있다.

    "통일한국에서는 한 사람의 탄생에서 죽음까지 보육·의료·주거·교육 등 기본적인 문제들을 정부가 모두 책임지겠다."

    최근 더불어민주당이 내놓은 우리나라 향후 100년의 설계도 중 하나다. ‘2022년까지 국민의 기본생활을 보장하는 포용국가’를 선언했던 현 정권의 구상과 일치한다. 많은 사람들은 국민의 기본 생활을 보장하겠다고 큰소리치는 국가의 미래가 공산주의 사회라고 생각하지 못한다. 그들이 말하는 기본생활이 현재보다 나은 삶이 될 거라고 착각하며 대중매체에서 숱하게 보아온 북유럽의 아름다운 풍광을 상상할 뿐이다.

    그러나 현 정권이 찬양해마지않는 김정은이 책임지는 북한 주민의 삶은 어떨까. 최근 보도에 따르면 북한의 관광지구 건설에 투입된 15만명의 북한 주민은 ‘1월의 추운 날씨에도 양말 없이 맨발로 일’하고 있으며 ‘썩은 냄새가 나는 미역국, 소금에 절인 무 몇 조각, 노란 강냉이밥’으로 하루하루를 견디고 있다. 북한 주민의 자발적 의지와 재능에 따른 직업 선택의 결과가 아니다. 공산전체주의 사회에서 노예로 살아가는 국민의 참담한 현실이다.

    노예에겐 선택의 자유가 없다

    노예에겐 선택의 자유가 없다. 어디에서 살지, 어디로 갈지, 얼마나 머물지, 어떤 공부를 하고 어떤 직업을 가질지, 오늘은 누구와 만나 무엇을 먹을지, 심지어 누구와 사랑하고 결혼하고 몇 명의 아이를 낳아 어떻게 기를지, 그 모두를 결정하고 책임지는 것은 주인이다. 국민의 전 생애를 국가가 책임지겠다는 말은 국민을 노예로 부리겠다는 의미다. 국민이 갖고 있던 모든 것을 국가가 빼앗고, 개인의 자유와 권한을 철저히 제한하겠다는 말이다.

    <노예12년>은 실존인물이었던 솔로몬의 회고록에 근거해 만들어진 영화다. 솔로몬이 플랫이 되는 데는 단 하룻밤이면 충분했다. 그러나 플랫이 솔로몬으로 다시 돌아오는 데는 12년이 걸렸다. 그나마 운이 좋아 다른 사람의 도움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당시 자유인으로 살다가 영문도 모르고 납치돼 노예로 팔려간 뒤 다시는 자유인으로 돌아오지 못한 사례는 셀 수도 없이 많다.

    현대사회에도 노예는 많다. 터무니없는 보상이나 공짜에 현혹되는 순간, 개인은 노예가 된다. 국민의 행복을 책임질 수 있다며 무한복지를 주창할 때 국가는 전 국민을 노예로 부리는 공산주의 사회로 빠르게 전락한다. 그러나 자유 없는 삶을 살아본 적 없는 우리 세대는 자유가 없다는 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지 못한다. 자유가 없는 공산전체주의 사회, 선택할 일도, 책임질 일도 없는 노예의 삶이 얼마나 끔찍한지 상상조차 하지 못한다.

    자유는 가졌을 때 지켜야 한다. 일단 빼앗기면 자력으로 노예 신세를 벗어나는 건 불가능하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개인의 '행불행'을 국가의 손에 맡기면 혹독한 노예의 삶이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깨어나라, 개인이여! 일어나라,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이여!

    TMTU. Trust Me. Trust You.

    *‘TMTU. Trust Me. Trust You’는 김규나 작가가 ‘개인의 각성’을 위해 TMTU문화운동을 전개하며 ‘개인이여, 깨어나라!’는 의미를 담아 외치는 캐치프레이즈입니다.
    *소설가 김규나(장편소설 <트러스트미> <체리 레몬 칵테일>, 산문집 <대한민국의 시계는 거꾸로 간다>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