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미래대신 '운동권 심판론' 내세워 패배""윤핵관들이 尹과 시너지 낼 수 있을지 의문""민주당發 민생지원금 25만 원은 절대 반대"
  • ▲ 오세훈 서울시장. ⓒ서성진 기자
    ▲ 오세훈 서울시장. ⓒ서성진 기자
    최근 언론 기고 등으로 보수계에 경종을 울리는 발언을 했던 오세훈 서울시장이 모처럼 방송에 나와 정치 현안에 대해 목소리를 냈다.

    한동한 정치보다 서울시정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던 오 시장은 지난 3일 오후 TV조선 유튜브 '강펀치 라이브'에 출연해 여당이 총선에 참패한 원인을 분석하고, 향후 보수정당이 나아가야 할 방향 등을 제시했다.

    여권의 유력한 '대권 잠룡'으로서 드디어 기지개를 펴는 모습. 그러나 오 시장은 "저는 정말 서울에 미쳐 있다"며 "최우선 순위는 서울"이라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오 시장은 "그래도 제가 당 중진 중 한 명인데, 선거에 참패하고 모두 상실감에 빠져 있을 때 한마디도 안 하는 건 무책임해 보일 수도 있고 자존심이 허락지 않아서 몇 마디 한 것"이라며 "다음 주부터 또 일로 돌아간다. 지지율이 0.1%도 나오지 않아도 다시 일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에 프레임 말려 총선 패배한 것"

    이날 오 시장은 지난 4·10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패배한 원인 중 하나는 '비전'과 '미래'가 아닌 '운동권 심판론'을 부각시킨 선거 전략 때문이었다며 당시 지도부가 잘못된 판단을 내렸다고 지적했다.

    오 시장은 "'심판론'으로 맞불을 놓은 것 같지만, 아무래도 우리가 2년간 집권했으니 정권심판론이 더 세 보인다"며 "여당 스스로 더불어민주당의 프레임에 말려들어 간 것"이라며 진단했다.

    "아당은 집권 중반기에 당연히 정권심판론을 할 수밖에 없다"며 "그런 주장에는 여당으로서 비전과 미래로 승부를 했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했다"고 지적한 오 시장은 "민생을 어떻게 보듬겠다는 확신을 드렸으면 제일 좋을 뻔했다"고 말했다.

    오 시장은 "이번 선거에서 우리가 간발의 차이로 진 선거구들이 많았다"며 "그 수십 개만 이겼어도 이기는 것인데, 결정적인 패착은 (국민의힘이) 대통령께 직언하는 당이 아니었다는 것"이라고 단정했다.

    "속된 표현으로 대통령 눈치 보는 당이었다"고 비판한 오 시장은 "그런 의미에서 그런 이미지를 불식시킬 수 있는 당대표와 원내대표가 등장하는 것이 당을 일으켜 세우는 길"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통령의 눈치를 보지 않는 정당을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질문이 나오자, 오 시장은 "쓴소리만 한다고 도움이 되는 건 아니고 대통령과 시너지 효과가 나는 게 베스트인데, '윤핵관'으로 분류되는 분들이 그런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어려운 이들 보듬어야 나라 부강해져"


    오 시장은 총선 직전 연달아 열린 윤석열의 대통령의 '민생토론'도 선거에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오 시장은 "민생토론이 선거 직전 3개월에 집중돼 너무 늦었다는 생각을 했다며"며 "아마도 유권자들은 선거가 다가와서 저러는 것이지, 선거가 끝나면 어떻게 될지 모른다고 판단하셨을 수 있다"고 추정했다.

    오 시장은 "선거에서 보수정당이 집권해야 부강한 나라를 만들 수 있는데, 그렇게 하기 위해선 약자를 잘 보듬는 것이 선거에도 도움이 된다"며 "당의 강령에도 약자와 동행하고 어려운 사람을 도우라고 돼 있다. 정치하는 사람은 어렵고 힘든 이들을 도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 시장은 더불민주당이 추진하고 있는 '민생지원금 25만 원'에 대해선 분명한 반대 입장을 밝혔다.

    오 시장은 "절대 반대"라며 "부자와 어려운 사람에게 똑같은 액수를 나눠주는 것은 정말 해서는 안 되는 정책"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만 "하후상박 구조라면 찬성하겠다"며 "어려운 분들에게 50만 원씩 나눠주고 형편이 괜찮은 분들은 주지 말자고 한다면, 한 번 협의해 볼 가치는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