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방' 대구에 몰려 … "여기가 은신처인가"경기도에는 전직 장관·의원들만 돌려막기'탈환' 의지 민주당 … 서울시장 후보만 7+α
  • ▲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와 송언석 원내대표가 지난달 29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대화를 나누고 있는 모습. ⓒ이종현 기자
    ▲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와 송언석 원내대표가 지난달 29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대화를 나누고 있는 모습. ⓒ이종현 기자
    6·3 지방선거를 115일 앞둔 가운데 국민의힘의 '심장'이라 불리는 대구·경북(TK)은 출마 선언이 줄을 이으며 일찍이 경선 과열을 걱정해야 할 처지다. 반면 승부처인 수도권, 특히 경기도는 '인물 기근'으로 위기감마저 엄습하고 있다. 

    당의 중진들은 너도나도 '양지'만을 찾아 등을 돌리고 있고, 험지로 나가 깃발을 흔들겠다는 '선당후사'(先黨後私)의 정신은 실종됐다. 이대로면 4년 전 압승의 기억은 사라지고 패배의 성적표를 받아들일 것이라는 경고음이 당 안팎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8일 정치권에 따르면 대구시장 선거판은 가히 국민의힘 '별들의 전쟁'이 됐다. 하지만 그 별들이 모두 '안방 챔피언'을 자처하고 있다는 점이 문제로 꼽힌다.

    주호영(6선), 윤재옥(4선), 추경호(3선) 의원 등 당의 핵심 자산이자 중진들이 일제히 대구시장 출마를 선언하거나 저울질하고 있다. 여기에 초선 유영하·최은석 의원까지 가세했고, 이진숙 전 방통위원장까지 하마평에 올랐다.

    경북지사 상황도 다르지 않다. 3선 도전에 나선 이철우 지사에게 도전장을 내민 이는 최경환 전 부총리와 김재원 최고위원, 이강덕 포항시장이다. 하나같이 당의 부름을 받고 수도권이나 격전지에 나가 전열을 이끌어야 할 중량감 있는 인사들이다.

    이들이 TK로 몰려드는 이유는 자명하다. 국민의힘 공천이 곧 '당선'이라는 공식이 성립하는 유일한 지역이기 때문이다. 정치를 계속하고 싶으나 패배 리스크는 지기 싫다는 보신주의가 당 전체를 지배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이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수도권의 한 의원은 "당의 혜택을 입어 다선을 지낸 분들이 지금 당이 어려운데 가장 쉬운 길을 택하고 있어 걱정"이라며 "중진들이 살신성인의 자세로 수도권 탈환에 앞장서는 모습은 이제 기대조차 하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꼬집었다.

    반면 대한민국 인구의 4분의 1이 몰려 있는 최대 격전지 경기도는 '동토(凍土)'다. 민주당 소속 이재명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이자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이 고배를 마신 이곳에 국민의힘 인사 중 출사표를 던지는 이는 보이지 않고 있다.

    현재 그나마 거론되는 인물은 심재철·원유철 전 의원 등이다. 경쟁력 재고 차원에서 '유승민 카드'가 유일한 대안으로 거론되지만, 당내 계파 갈등과 지지층의 호불호 속에서 파괴력을 발휘할지 미지수다.

    이처럼 기존 보수·우파 인사는 패배의 낙인이 찍힐까 경기도를 기피하고 있다. '포기 상태'라는 말이 당직자들의 입에서 공공연하게 나오는 이유다. 수도권에서 무너진 정당은 '전국 정당'이 될 수 없다. 대구에서 압승을 거둔다고 해도 수도권을 잃으면 지방행정의 주도권은 고스란히 상대 진영에 넘어가게 된다.

    국민의힘이 안방 싸움에 함몰된 사이, 민주당은 무서운 기세로 수도권 전열을 정비하고 있다. 서울시장 선거에는 이미 박홍근(4선)·서영교(4선)·박주민·전현희(이상 3선)·김영배(재선) 의원 등 당의 핵심 간판들이 출사표를 던졌다. 현직 구청장인 정원오 성동구청장과 시민사회 출신의 신예들까지 합세해 '붐업'을 일으키고 있다.

    국민의힘 소속 박형준 시장이 '현역 사수'를 노리는 부산도 해양수산부 이전 등을 주도한 전재수 전 해수부 장관이 출마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국민의힘이 '누가 공천을 받느냐'에 매몰돼 있을 때 민주당은 '누가 이길 수 있느냐'를 고민하며 전장의 폭을 넓히고 있는 것이다. 

    국민의힘에서는 조정훈 인재영입위원장 임명과 공천관리위원회 구성이 서둘러 진행되고 있지만, 시스템보다 중요한 것은 인적 쇄신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TK 중진들이 스스로 수도권 출마를 선언하거나 최소한 후배들에게 자리를 내어주고 조력자로 물러나는 결단이 없다면 이번 지방선거는 2018년의 악몽이 재연되는 보수·우파 정당사의 '재앙'으로 기록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국민의힘 서울 지역의 한 당협위원장은 "선거는 투표 일주일 전 여론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예단하기는 어렵다"면서도 "확실한 건 당에서 희생하고자 하는 선당후사의 풍토는 사라진 지 오래다. 이대로 간다면 지방선거에서 승리하기 어렵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