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외조항만 늘어난 규제 … "강한 메시지, 약한 실행"4.1조 중 상당수 임대사업자 … 실제 타격 범위 제한적매물 출회·세입자 보호 충돌, 정책 목표 간 엇박자금융은 조였지만 출구는 없다 … 생산적 자금 전환 로드맵 부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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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동산과 금융을 끊겠다는 선언은 거창했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의 "망국적 부동산 공화국을 끝내겠다"는 메시지는 강렬했고, 이재명 대통령도 "다주택 금융 특혜는 자산 불평등을 키우는 관행"이라며 강한 어조로 규제를 예고했다. 문제는 언제나 그 다음이다. 선언은 직선인데, 정책은 늘 곡선으로 돌아간다.

    이번 가계대출 대책도 다르지 않다. 이름은 '절연'이지만, 내용은 '연결 유지'에 가깝다. 핵심 카드로 내세운 다주택자 주택담보대출 만기 연장 제한은 겉으로 보면 강력하다. 하지만 들여다보면 예외가 규제를 압도한다. 세입자가 있으면 가능하고, 임대사업자면 가능하고, 계약갱신이면 가능하다. 공익 목적까지 열어두니 사실상 대부분의 길이 열려 있다. 절연이 아니라 조건부 통행 허가다.

    규모를 봐도 그렇다. 당국이 제시한 만기일시상환 대출은 약 4조 1000억원. 전체 가계대출 잔액과 비교하면 일부 구간에 불과하다. 이미 상당수 대출이 분할상환 구조로 넘어간 상황에서 정책이 건드릴 수 있는 영역은 더 좁다. 칼을 뽑았지만 베일 수 있는 범위가 제한적인 셈이다.

    정부는 이번 대책으로 약 1만 가구 수준의 매물이 시장에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 그러나 시장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자산가들은 늘 우회로를 찾는다. 대환, 증여, 명의 분산, 법인 활용. 규제가 한쪽을 막으면 자금은 다른 쪽으로 흐른다. 이미 마이너스통장과 신용대출 잔액이 한 달 새 2조원 가까이 증가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돈은 멈추지 않는다. 방향만 바꾼다.

    정책 내부의 충돌도 뚜렷하다. 세입자 보호를 위해 대출 연장을 허용하면서 동시에 매물 출회를 기대하는 건 양립하기 어렵다. 충격을 줄이면 효과는 약해지고, 효과를 높이면 시장은 흔들린다. 그래서 나온 결과가 '강한 메시지, 약한 실행'이다. 시장은 이 모순을 가장 먼저 읽는다.

    풍선효과 대응은 더 늦다. 사업자대출, 온투업까지 규제를 넓혔지만 이미 자금이 이동한 뒤다. 규제는 늘 뒤따라간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자금은 더 느슨한 곳을 향해 흘러가고, 정책은 그 뒤를 쫓는다. 마치 이미 지나간 물을 막으려 둑을 쌓는 모습과 닮았다.

    총량 규제도 불확실성을 키운다. 가계대출 증가율을 1.5%로 묶겠다는 목표는 강력하지만, 배분 기준은 불투명하다. 은행은 눈치를 보고, 차주는 타이밍을 잰다. 시장은 규제를 해석하는 데 더 많은 에너지를 쓴다. 정책이 명확하지 않을수록 시장은 과잉 반응한다.

    문제는 금융이다. 부동산을 겨냥한 규제가 금융 시스템으로 되돌아올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경·공매가 늘고 집값이 조정되면 담보가치는 떨어진다. 은행의 충당금 부담은 늘어난다. 정책은 부동산을 향했지만, 충격은 금융으로 전이된다. 금융 안정에 대한 대비는 상대적으로 얇다.

    더 근본적인 질문은 남는다. 부동산으로 흐르던 돈을 막았다면 그 돈은 어디로 가야 하는가. 생산적 금융으로 유도하겠다는 말은 반복되지만, 구체적 설계는 보이지 않는다. 투자할 산업, 수익을 낼 구조, 자금이 머물 이유가 없다면 돈은 다시 부동산으로 돌아온다. 규제로 방향을 바꿀 수는 있어도 목적지를 만들 수는 없다.

    부동산 정책은 쇼가 아니다. 숫자와 구조로 증명해야 하는 영역이다. 선언이 아니라 설계가 필요하다. 지금처럼 우회로만 넓히는 규제라면 결국 같은 자리로 돌아오는 원을 그릴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