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의 임박했다더니 양측 또 '충돌' … 협상 장기화 조짐이란 강경파 "핵 포기 안 해" vs 트럼프 "서두를 것 없다"
  •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출처=AP통신)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출처=AP통신)
    미국과 이란이 휴전을 위한 합의를 놓고 막판 조율에 난항을 겪고 있다. 양국 간의 종전 양해각서(MOU) 체결이 임박했다는 보도가 나왔지만 핵 폐기 및 호르무즈 재개방 문제를 둘러싸고 여전히 뚜렷한 견해 차를 보이고 있다.

    뉴욕타임스, CNN, AP통신, 악시오스 등 미국 주요 매체는 24일(현지시간) 미국과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과 이란의 고농축 우라늄 폐기에 원칙적으로 합의했다는 취지의 내용을 일제히 보도했다.

    이들 보도에 따르면 종전 양해각서가 체결될 경우 60일간 추가 휴전이 유지되고 이란은 원유 수출 제한을 일부 완화받게 될 것으로 예상됐다. 또 핵 프로그램 축소를 위한 별도 협상이 병행되고 해외에 동결된 이란의 자산도 단계적으로 해제되는 구조였다.

    양국 간 협상의 최대 쟁점은 이란이 보유 중인 60% 고농축 우라늄 처리 문제로, IAEA(국제원자력기구)는 이란이 약 441kg 규모의 고농축 우라늄을 확보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아울러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은 이란이 추가 농축에 나설 경우 10기 이상의 핵탄두 제조가 가능하다고 평가했다.

    미국은 이 가운데 일부를 희석하거나 러시아 등 제3국으로 반출하는 방안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약 200kg 분량의 농축 우라늄은 이스파한 핵시설 지하 터널에 보관된 것으로도 추정되고 있다.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이날 "최종 합의 단계는 아니지만 상당한 진전이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세계는 더 이상 이란의 핵무기 보유를 두려워할 필요가 없을 것"이라고 했다.

    또 루비오 장관은 호르무즈 해협을 정상화한 뒤 핵무기 비보유 선언, 농축 제한, 고농축 우라늄 폐기 등 3개 의제를 단계적으로 논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서는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도 국영방송을 통해 "우리는 핵무기를 추구하지 않는다는 점을 세계에 확인시킬 준비가 됐다"면서 협상 기조에 힘을 실었다.

    하지만 이란의 내부 분위기는 단일하지 않은 상황이다. 이란 정부를 대표해 미국과 협상을 주도해왔던 페제시키안 대통령, 외무부는 미국과의 협상 확대를 주력해왔다. 반면 최초지도자 아야톨라 모즈타바 하메네이와 혁명수비대(IRGC) 등 경경파는 핵 비축분 반출 및 호르무즈 통제권 문제에 강한 거부감을 드러내고 있다.

    이란의 내부 구조가 혼란한 탓에 미국의 보도와 이란 측 발표는 결국 엇갈렸다. 

    이란에서 강경 성향으로 분류되는 파르스통신은 "미국 일부 언론과 관리들이 '이란이 핵 비축분을 줄이고 핵시설을 중단하기로 미국과 잠정 합의했다'고 주장하지만, 합의한 초안 최종본을 보면 전혀 근거 없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매체는 특히 핵 관련 사안은 되레 문서 서명 이후 60일간의 추가 협상으로 넘겨졌으며, 호르무즈 해협 자유 통항을 보장하는 조항 역시 포함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혁명수비대와 가까운 또 다른 강경 매체인 타스님통신, 메흐르통신은 "해협 통제권은 이란이 그대로 유지한다"며 "호르무즈 해협 통항은 30일간 이란 감독 아래 점진적으로 전쟁 이전 수준 통항을 회복하는 방식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전했다.

    에스마일 바가에이 이란 외무부 대변인도 "양측 간 견해 차가 일부 좁혀지고 있지만 동결자산 문제부터 명확히 해결돼야 한다"고 밝혔다.

    협상 타결이 근접했다는 기대감이 흔들리자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도 "성급하게 합의에 도달하지 말라"고 지시했다.

    그는 이날 '트루스소셜'에 협상 대표단을 향해 이같이 말하며 "양측 모두 시간을 갖고 제대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서명 전까지 대이란 해상 봉쇄를 유지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양국 간의 견해차가 뚜렷한 것으로 나타나자 AP통신은 미 당국자를 인용해 24일 중 공식 서명은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보도했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은 2015년 오바마 행정부 시절의 핵 합의(JCPOA)보다 더 강한 조건 이상의 양보를 받아내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상황이다.

    그는 "이란과 합의를 맺게 된다면 과거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시절 협상과는 정반대로 훌륭하고 적절한 합의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도 SNS를 통해 "이란과의 어떤 최종 합의도 핵 위협을 제거해야 한다는 점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의견을 같이했다"고 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고농축 우라늄을 뺀 합의는 나쁜 선례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미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 소장은 이스라엘 채널12에서 이같이 말하며 "이란이 보유한 농축 우라늄 10톤 전체를 들어내는 것이 목표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