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 위기는 공급 쪽 문제근본 해법은,① 에너지 구조 바꾸고② 효율 높이며③ 공급망 다변화
  • ▲ 이재명 정권은 왜 긴급재정명령을 띄우는가? 거대의석 보유 집권여당이 말 안들어 그러는가? 그렇다면 벌써 레임덕? ⓒ 제미나이
    ▲ 이재명 정권은 왜 긴급재정명령을 띄우는가? 거대의석 보유 집권여당이 말 안들어 그러는가? 그렇다면 벌써 레임덕? ⓒ 제미나이
    ■ 어떻게 해야 하나

    고유가 충격은 분명 현실이다. 
    중동발 지정학 리스크가 국제 유가를 밀어 올리고, 그 여파가 서민 경제를 압박하는 상황에서 정부의 대응책 마련은 필요하다. 

    문제는무엇을 하느냐가 아니라어떻게 하느냐다. 
    이번에 거론된 긴급재정명령은 겉보기엔 신속하고 효과적인 처방처럼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한국 경제와 재정, 그리고 제도 전반에 걸쳐 큰 후유증을 남길 수 있다.  
     
    긴급재정명령은 헌정 질서 내에서도 매우 예외적인 권한으로 이를테면《비상조치》같은 것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전쟁 또는 금융 시스템 붕괴와 같은 극단적 상황에서만 정당화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고유가 대응 카드로 꺼내는 순간, 시장은《재정 규율의 완화 신호》로 받아들일 수 있다. 

    한 번 깨진 원칙은 다시 세우기 어렵다. 
    지금 당장은 국채를 발행하지 않는다 해도, 정부가 필요할 때마다 예외적 권한을 동원할 수 있다는 인식은 결국 국가 신용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 물가 상승 더욱 부채질

    정부는 재원을《초과세수》로 충당한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짚어봐야 한다. 

    반도체 업황 개선과 증시 호조로 세수가 늘었다고 해서 그게 지속 가능할지는 의문이다. 
    호황기에 늘어난 세입을 근거로 지출을 구조적으로 확대하면, 경기하강 국면에선 대책 마련이 더더욱 어려워진다. 

    세수 부족을 이유로 지출을 줄일 수 있을까? 
    결국 그 부담은 미래의 증세나 국채 발행 으로 되돌아온다.
    지금의《여유》는 사실상 미래의《부채》일 뿐이다. 
     
    실은 현금지원 정책 자체도 문제 다. 
    고유가는 전형적인 공급 충격이다.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비용이 올라가는 상황에서 현금을 지급해 수요를 떠받치면, 이는《언 발에 오줌누기》에 불과할 수 있다. 

    오히려 물가상승을 더 부채질 할 수 있다. 
    특히 이번처럼 소득 하위 70%에까지 광범위하게 지급하는 방식은 사실상 준보편적 재정 확대다. 

    차라리 필요한 계층에 집중 지원하는 게 더 효과적일 수 있다. 
    그렇게 지원계층 폭을 늘리면 물가상승만 야기할 수 있다.  

     
    ■ 빚 탕감 → 쿠폰 발행 → 현금지급

    더 근본적인 문제는 유인체계다. 
    한 번 현금지급이 시작되면, 그 다음부터는 모두가 같은《기대》를 한다. 

    빚 탕감 에 이어 쿠폰 발행 그리고 현금지급
    《순환 사이클》이 된다. 
    공식처럼 선거가 다가오면 재정 확대 압력이 더 커진다. 
    누군가 먼저 나서 재정건전화를 위해 현금지원을 줄이자고 말하면 큰 비난을 감수해야 한다.  
     
    이번 정책은 소비를 보전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하지만 고유가 문제의 본질은 공급 쪽에 있다. 

    ① 에너지 구조를 바꾸고, 
    ② 효율을 높이며, 
    ③ 공급망을 다변화하는 것이 근본적 해법이다. 
    현금 지급은 이러한 구조 개혁을 뒤로 미룬 채 근시안적 효과 발현에 그칠 수 있다. 

    이는 마치 체력 증강 대신 설탕을 먹게 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문제는 설탕이 아니라 그 오남용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경제의 체력은 약해지고, 다음 충격에는 더 취약해질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우려되는 것은 제도의 문제다. 
    긴급재정명령은 단순한 경제 정책 수단이 아니라 권력의 문제다. 

    입법부의 예산 통제를 우회할 수 있는 이 수단이 반복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하면, 재정은 점점 더 행정부의 재량에 맡겨지게 된다. 
    이는 정책의 속도를 높일 수는 있지만, 동시에 민주적 통제와 책임성을 약화시킬 수밖에 없다. 
    경제 위기를 이유로 제도 자체를 흔들면 결국 더 큰 불확실성으로 이어진다.  

     
    ■《긴급》으로 모든 것 정당화?

    정책엔 언제나 유혹이 있다. 
    빠르고, 눈에 보이며, 당장 지지를 끌어모을 수 있는 수단일수록 정치적으로 매력적이다. 

    하지만 경제는 단기적 만족보다 장기적 균형을 요구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대규모 현금 지급이나 예외적 권한 동원이 아니라, 재정 규율을 유지하면서도 취약 계층에 집중하는 정밀 대응, 그리고 에너지 구조 전환과 같은 근본적 해법이다. 
     
    《긴급》이라는 이름으로 모든 것을 정당화할 수 없다. 
    오히려 그 이름이 자주 호출될수록, 국가 경제는 더 큰 대가를 치르게 된다. 

    지금의 선택은 단순한 추경이 아니다. 
    이는 한국 경제가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위기를 대응할 것인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어떤 원칙을 지킬 것인지에 대한 시험대라고 볼 수 있다. 

    쉽고 빠른 길엔 위험이 도사릴 수 있다. 
    경우에 따라 그 빠른 길이 가장 먼 길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