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접수 사건 폭증…법원, 무관용 기조 강화가상자산·현금 회수는 여전히 난항전문가 "실형 강화만으론 부족…금융기관 책임 강화 필요"
  • ▲ 보이스피싱 1심 실형 선고 수. ⓒ황유정 디자이너
    ▲ 보이스피싱 1심 실형 선고 수. ⓒ황유정 디자이너
    최근 3년 간 보이스피싱 범죄로 1심에서 실형이 선고되는 비율이 46배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법원이 보이스피싱 범죄에 대해 과거보다 엄격하게 '무관용' 원칙을 적용한 영향이다.

    29일 법원행정처 집계에 따르면 보이스피싱 1심 실형 선고 수는 2022년 19건에서 2025년 올해 881건으로 폭발적으로 늘었다. 이는 3년 사이 약 46배 증가한 수치다.

    전국 지방법원에 접수된 보이스피싱 사건 수도 2022년 72건에서 2023년 154건, 2024년 194건으로 소폭 늘어나다가 2025년에는 4303건으로 급증했다. 접수 사건 수도 60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이런 추세는 단순 사건 증가뿐 아니라 법원의 처벌 강화 기조와 맞물려 있다.

    실제 서울동부지법 형사8단독 이준석 판사는 지난달 29일 중국 콜센터에서 경찰과 검사를 사칭해 피해자들로부터 9억 원이 넘는 돈을 편취한 노씨에게 징역 5년과 추징금 1388만 원을 선고했다. 

    노씨는 '385000원 승인완료'라는 허위 문자메시지를 보낸 뒤, 전화를 건 피해자에게 쇼핑몰 직원을 사칭하며 "경찰청에 확인하라"며 가짜 전화번호를 안내했다. 이후 피해자에게 경찰과 검사를 사칭하며 원격 조종 앱 설치와 금융감독원 계좌 송금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법원은 "보이스피싱은 다수 피해자를 양산하는 조직적·지능적 범죄"라며 엄벌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 ▲ 전국지방법원 보이스피싱 접수 증가 추이. ⓒ황유정 디자이너
    ▲ 전국지방법원 보이스피싱 접수 증가 추이. ⓒ황유정 디자이너
    문제는 보이스피싱 피해 회복이 여전히 어렵다는 점이다. 최근에는 범죄 수익을 은닉하기 위해 규제가 상대적으로 약한 가상자산을 활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지만, 현행 통신사기피해환급법은 금융회사 계좌만 지급정지·환급 대상으로 규정해 가상자산은 제외된다.

    보이스피싱 조직원을 검거해 현금을 압수하더라도 피해자에게 직접 반환되기도 쉽지 않다. 부패재산몰수법에 따라 몰수·추징 여부는 법원 재량으로 결정되는데, 최근 판결을 보면 실제 추징 금액은 피해액에 훨씬 못 미치는 경우가 많다.

    서울동부지법 제12형사부 이정형 판사는 지난달 28일 검사와 금융감독원 직원을 사칭해 19명으로부터 20억 원 넘는 돈을 가로챈 서씨에게 징역 5년과 추징금 200만 원을 선고했다. 서씨는 피해자에게 휴대폰 교체와 원격 앱 설치를 강요하고, 자산 추적을 빌미로 2800만 원 상당의 이더리움(가상자산)을 전송받는 등 신종 수법을 사용했다. 

    전문가들은 실형 선고 강화와 함께 금융기관의 책임 있는 대응이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전민재 법무법인 트리니티 변호사는 "보이스피싱 피해는 대부분 계좌이체를 통해 발생하지만, 금융기관의 감지 시스템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전 변호사는 "'보이스피싱 피해 가능성이 있습니다' 정도의 안내 메시지로는 사회적 책임을 다했다고 볼 수 없다"며 "피해자의 이성에 기대기보다 금융기관이 이상 징후를 발견하면 거래를 즉시 중단하고 책임 있는 대응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범죄자에 대한 형사 처벌과 별개로, 금융기관이 고의·과실이 없음을 입증하지 못하면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을 지도록 하는 구조를 만들면 은행들도 예방 조치를 강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