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대법관 증원·재판소원·법 왜곡죄 처리 속도전병헌 "사법부 개딸화 미화한 사법부 장악 불과""나치식 일극체제, 마두로식 독재 로드맵" 비판도
  • ▲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지난 3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국정에 관한 교섭단체 연설을 하는 모습. ⓒ이종현 기자
    ▲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지난 3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국정에 관한 교섭단체 연설을 하는 모습. ⓒ이종현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사법 제도의 뼈대를 바꾸는 이른바 '재판 3법'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민주당은 법치주의를 위해 대법관 증원과 사실상의 4심제라 불리는 재판 소원 도입, 판·검사 처벌죄인 법 왜곡죄 도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사회적 합의와 숙의 과정이 없는 사법부 흔들기이자 이재명 정권의 삼권분립 파괴에 불과하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4일 정치권에 따르면 한병도 민주당 원내대표는 전날 국회 교섭단체 연설에서 "사법 개혁도 국민 눈높이에서 이른 시일 내 완수하겠다"며 "국민의 기본권과 법치주의를 지키기 위해 3대 개혁 법안을 신속히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한 원내대표가 우선 처리 대상으로 언급한 3대 개혁 법안은 법원조직법 개정안(대법관 증원),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재판소원 도입), 형법 개정안(법왜곡죄 도입)을 뜻한다.

    우선 법원조직법 개정안은 현재 14명인 대법관 정원을 26명으로 늘리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민주당 안대로라면 이재명 대통령은 임기 중 조희대 대법원장의 후임을 포함해 22명의 대법관 인선을 주도할 수 있게 된다. 이를 두고 국민의힘에서는 "베네수엘라의 사법 장악 모델"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권력이 대법관 임명권을 활용해 사법부 다수 의석을 장악하는 구조가 고착되고, 이를 통해 사법부를 장악해 독재 정권으로 들어선 베네수엘라의 사례를 연상시킨다는 것이다.

    재판 소원을 도입하는 헌법재판소법 개정안도 논란이다. 헌재가 대법원의 판결을 다시 보는 사실상의 '4심제'나 마찬가지라는 우려가 잇따르고 있다.

    민주당의 개정안 입법 취지는 사법 권력의 최고점인 대법원 판결에서 발생할 수 있는 오판이나 기본권 침해를 헌재가 최종적으로 통제함으로써 국민의 기본권 보장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사법 절차가 한 차례 더 반복되는 사실상의 4심제가 구조적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소송 장기화로 인한 사건 적체가 불가피하고, 패소한 당사자들이 헌법재판소로 몰리면 헌재의 심판 지연과 질적 저하로 이어져 국민의 기본권 보장 강화라는 본래 취지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재판 소원이 고착화되면 결국 사법 판단은 반복적으로 정치화 될 수도 있다.
  • ▲ 대법원 외경. ⓒ대법원 홈페이지
    ▲ 대법원 외경. ⓒ대법원 홈페이지
    형법 개정안에 담긴 법 왜곡죄도 반발이 거세다. 법 왜곡죄는 판사와 검사의 판단 과정을 형사 처벌 대상으로 삼을 수 있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하지만 판사와 검사의 재판·수사 판단을 형사 처벌 대상으로 삼으면 법률 해석이나 증거 판단 등 본질적인 사법 행위에 대한 침해로 이어지고, 이를 통해 사법 독립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재명 정부 초대 국민통합위원회 이석연 위원장 또한 지난해 12월 정청래 민주당 대표에게 "(법 왜곡죄는) 정말 부끄러운 문명국의 수치"라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국민의 권리 구제 강화를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정작 그 진정성에 대해서는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민주당이 이른바 사법 개혁의 명분으로 내세우는 상당수의 사건이 '정치적 사건'과 무관하지 않기 때문이다.

    아울러 고환율·고금리·고물가 등 3고(高) 현상 장기화와 부동산 시장 문제 등 민생경제의 시급성에 비해 과연 '재판 3법' 처리가 우선돼야 하는지에 대한 의구심도 낳고 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재판 3법에 대해 "사법부 파괴 악법"이라며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저지하겠다"고 반발했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릴레이 천막 농성'을 할 때 "재판 독립 훼손, 판사 겁박 사법 파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곽규택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전날 논평을 통해 "민주당은 입만 열면 민생을 외친다"면서도 "한병도 원내대표의 교섭단체 연설은 민생 현장의 비명소리를 외면한 현실 도피적 자화자찬이자 이재명 정부라는 모래성을 지키기에만 급급했던 연설이었다"고 비판했다.

    전병헌 새미래민주당 대표도 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거대 집권당이 외치는 이른바 사법 개혁은 개혁이 아니라 사법 농단"이라며 "사법부를 특정 정치 세력의 하부 조직으로 만들려는 시도, 다시 말해 '사법부의 개딸화'를 미화한 사법부 장악 프로젝트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나치식 일극 체제, 그리고 차베스·마두로식 사법 장악을 통한 독재의 로드맵을 그대로 답습하는 위험한 발상"이라며 "민주주의의 대원칙인 삼권분립을 부정하는 사법부 장악을 아무렇지 않게 입에 올리는 모습을 보며 이미 변질돼 버린 민주당의 정체를 다시금 확인했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