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성 189조원 투입…연내 0.25~0.5%P 추가 인하 가능단기 금융에 자금 지원…역레포 7일물 금리 0.2%P 낮춰연준 빅컷 덕분에 숨통…"올해 성장 달성 위해 완화 개시"이례적 금융당국 수장 3인 합동 기자회견…경제 부양 위한 당국 '의지' 피력
  • ▲ 베이징 인민은행 본사. 171229 AP/뉴시스. ⓒ뉴시스
    ▲ 베이징 인민은행 본사. 171229 AP/뉴시스. ⓒ뉴시스
    경기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중국이 조만간 은행 지급준비율(지준율, RRR)을 다시 낮추는 등 대대적인 금융완화 조치를 통해 시중에 유동성을 공급하기로 했다.

    증권시보와 신경보 등에 따르면 판궁성 중국 인민은행장은 24일 오전 국무원 신문판공실 주최로 열린 금융당국 합동 기자회견에서 "조만간 지준율을 0.5%P 낮춰 금융시장에 장기유동성 1조위안(189조원)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판궁성 행장은 "연내 시장 유동성 상황을 보고 시기를 택해 지준율을 0.25~0.5%P 추가 인하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중국의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 우려 속에 2022년 4월과 12월, 지난해 3월과 9월에 지준율을 0.25%P씩 각각 낮췄고, 올해 춘제(春節, 설날) 연휴를 앞둔 2월5일에는 0.5%P 더 인하했다.

    연이은 지준율 인하로 현재 중국 금융권의 가중 평균 지준율은 약 6.9% 수준이 됐다.

    인민은행의 정책금리인 7일물 역환매조건부채권(역레포) 금리를 현재 1.7%에서 1.5%로 0.2%P 인하할 것이라는 방침도 밝혔다.

    판 행장은 "이번 정책금리 조정 이후 중기유동성지원창구(MLF) 금리가 약 3%P 낮아지고 (사실상의 기준금리인) 대출우대금리(LPR)와 예금금리 등도 이에 따라 0.2~0.25%P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통화시장의 호가 금리와 예금금리의 동반 하락을 유도하고, 상업은행의 순이자마진(NIM) 안정을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존 주택담보대출금리를 신규 주담대금리와 맞추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판 행장은 상업은행이 기존 주담대금리를 신규 주담대금리 근처로 낮추도록 유도하면 평균 인하폭이 대략 0.5%P 안팎이 될 것으로 예측된다고 설명했다.

    또한 전국적으로 2주택 대출 최저 계약금 비율을 현행 25%에서 15%로 낮춰 첫 주택과 2주택의 계약금 비율을 맞추겠다고도 했다.
  • ▲ 중국 위안화. 161125 AP/뉴시스. ⓒ뉴시스
    ▲ 중국 위안화. 161125 AP/뉴시스. ⓒ뉴시스
    인민은행은 이날 침체한 주식시장 활성화를 위한 통화정책을 신설하겠다는 계획도 공개했다.

    판 행장은 조건에 부합하는 증권·기금·보험사가 자산을 담보로 중앙은행으로부터 유동성을 공급받을 수 있도록 해 자금확보 및 주식보유능력을 높이는 제도를 새로 만들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자기주식 매입과 보유량 증대를 위한 특별 재대출을 신설, 은행이 상장사와 주요 주주에 자금을 지원할 수 있게 할 것이라고도 언급했다.

    다만 판 행장은 이런 일련의 금융완화 조치가 언제 개시할지는 자세히 언급하지 않았다.

    경제 둔화 상황이 이어지면서 올해 '5% 안팎'의 성장률 목표를 설정한 중국은 금리인하 등 다양한 부양책을 꺼내 들고 있다.

    이날 합동 기자회견에도 판 행장 외에 리윈쩌 국가금융감독 관리총국장, 우칭 중국증권감독 관리위원회 주석 등 3대 금융수장이 이례적으로 모두 참석해 경제 부양을 위한 중국 당국의 의지를 보여줬다는 해석이 나왔다.

    중국 금융당국 수장들은 이날 부동산 침체와 지방정부 부채난, 지방 중소은행 연쇄 위기 등 중국 경제의 구조적 리스크로 떠오른 문제들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리윈쩌 국장은 "현재 고위험 금융기관이 집중된 지역에선 모두 구체적인 개혁·리스크 해소방안이 만들어져 '1성(省) 1대책'이 질서 있게 추진되고 있고, 우리는 은행·보험기관이 부동산·지방정부 부채 리스크에 적극 협조하도록 유도하는 중"이라면서 "현재 중국의 금융업, 특히 대형 금융기관 경영은 안정적이며 리스크는 통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우칭 주석은 "현재 자본시장은 중장기 자금 부족과 구조의 최적화 부족, 선도적 역할 부족 등 문제가 여전히 두드러지고 장기투자를 위한 제도적 환경이 만들어지지 않았다"며 "주식형 공모펀드 발전과 상장기업 투자가치 향상 등을 대책으로 준비 중"이라고 했다.

    이번 중국 경제 당국의 고위급 기자회견은 지난주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연준, Fed)의 금리인하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연준이 예상보다 큰 폭의 빅컷(0.5%P)을 단행하며 중국 위안화 활력이 약해졌고, 완화의 숨통이 트인 셈이다.

    CNBC 방송은 "인민은행이 디플레이션 압력 속에서 성장을 촉진하기 위해 금리를 더 낮출 수 있는 완화 사이클을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스탠다드차타드의 중국 거시전략 책임자인 베키 리우는 블룸버그통신에 "금리인하와 지준율 인하가 동시에 발표되면서 통화정책 완화는 예상보다 과감하게 이뤄졌다"고 말했다.

    이어 "연준의 대규모 금리인하에 이어 (중국도) 앞으로 몇분기 동안 더 과감한 완화 정책이 나올 여지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