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들 "'취업제한' 박찬구, 대표·회장직 역임하며 220억 보수 부당"재판부 "특경법 제14조 1항은 단속규정 … 취업 무효 아냐""박찬구 보수, 임원보수규정에 따른 것 … 과다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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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찬구 금호석유화학그룹 회장. ⓒ금호석유화학
금호석유화학 주주들이 배임 혐의로 대법원서 유죄를 확정받고 취업제한 통보를 받았음에도 자리를 지키며 수백억 원의 급여를 수령한 박찬구 회장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가 패소했다.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7부(부장판사 이승원)는 금호석유화학 주주 6명이 박 회장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고 판결했다. 원고 1명에 대해서는 소송 도중 지분을 모두 매각해 원고적격을 상실했다고 보고 각하 판결했다.주주들은 박 회장이 2018년 11월 배임 혐의로 집행유예를 확정받아 금호석유화학에 취업이 제한됨에도 회사 및 주주에 해당 사실을 알리지 않은 채 2021년 6월까지 대표이사직을 유지하고 회장직도 함께 수행하면서 회사로부터 과다한 보수액을 받았다며 2022년 7월 박 회장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박 회장은 2016년 3월과 2017년 3월 각각 금호석유화학 대표이사와 회장으로 취임했다. 회장직은 지난해 4월까지 유지했다.이들은 박 회장이 금호석유화학의 임원보수규정에 따른 절차를 거치지 않고 보수를 수령한 것과 이사회에 취업제한 상태를 알리지 않은 점 등은 자기거래에 해당해 무효이며 회사로부터 지급받은 보수는 부당이득에 해당한다며 박 회장이 금호석유화학으로부터 법률상 원인 없이 지급받은 보수 220억4599만 원을 반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경법) 제14조 제1항에 따르면 유죄 판결을 받은 사람은 유죄판결된 범죄행위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기업체에 취업할 수 없다.소송을 심리한 재판부는 박 회장의 취업제한 위반에 대해 "특경법 14조 1항은 단속규정"이라며 "효력규정을 전제로 박 회장의 이 사건 취업행위가 무효라는 원고들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고 판단해 기각했다. 효력규정의 경우 위반 시 행위 자체가 법적으로 무효가 되지만 단속규정의 경우 위반 시 형사처벌 또는 행정처분 등의 제재가 가해질 뿐 행위 자체는 무효가 되지 않는다.재판부는 구체적으로 "사전에 법무부장관의 승인을 얻지 않은 채 취업한 경우, 장관은 기업체의 장에게 취업자의 해임을 요구해야 하고 기업체의 장은 그 요구에 따라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면서도 "특경법에서 그 취업을 전면적으로 제한하거나 제한을 위반한 취업의 사법상 효력 자체를 부인하는 규정을 두고 있지는 않다"고 말했다. 이어 "취업제한 대상 기업체에 이미 재직하고 있는 사람의 경우와 관련한 취업승인 절차와 취업 효력에 대한 사항은 규정돼 있지 않다"고도 판시했다.보수를 부정·과다 수령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박 회장이 대표이사 지위에서 보수 금액을 정한 것은 박 회장이 임의로 정한 것이 아닌 금호석유화학의 임원보수규정에 따라 그 범위와 한도에서 정해졌다"고 판단했다. 이어 "원고들이 박 회장의 보수와 금호석유화학 사장의 보수가 차이난다 해도 이는 박 회장과 사장의 금호석유화학 내 지위와 기여도에 있어서 차이가 발생한 것"이라며 "원고 주장의 사정만으로 박 회장의 보수가 과다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아울러 재판부는 "제출된 증거만으로는 박 회장이 과다하게 보수를 수령한 것이 배임 행위에 해당한다거나 금호석유화학의 재산을 부당하게 유출했다고 보기 부족하고 달리 인정할 근거가 없다"고 했다. -
- ▲ 금호석유화학. ⓒ뉴데일리 DB
앞서 박 회장은 변제능력 등을 적정하게 심사하지 않고 아들 박준경 금호석유화학 사장에게 계열사 법인 자금을 담보 없이 낮은 이율로 빌려주는 등 130억 원 규모의 특경법 배임 혐의를 받아 2014년 10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았다. 박 회장에 대한 판단은 2018년 11월 대법원에서 확정됐다.박 회장은 이후 집행유예 기간임에도 2019년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금호석유화학의 대표이사직에 중임(重任)되면서 자리를 유지했다.법무부는 2020년 1월 박 회장에 금호석유화학이 취업제한 대상 기업에 해당한다며 취업승인신청서를 제출하면 취업승인이 가능한지 검토하겠다고 통지했다. 박 회장은 같은 해 2월 법무부에 자신의 대표이사 취업승인을 신청했지만 법무부는 그해 5월 공공의 이익 등을 고려해 박 회장의 취업을 불승인했다.박 회장은 법무부 처분에 불복해 2020년 6월 행정소송을 냈지만 대법원은 2020년 10월 법무부 처분이 정당하다며 원고 승소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징역형의 집행유예기간이 종료된 날부터 2년'은 취업제한 기간의 종기를 규정한 것으로, 집행유예 기간도 취업제한 기간에 포함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봤다. 행정소송은 박 회장이 파기환송심에서 항소를 취하하면서 2021년 3월 박 회장 패소가 확정됐다.박 회장은 2023년 4월 회장에서 물러난 이후 무보수 명예회장으로 6개월간 남아있다가 지난해 광복절 특별사면 대상에 포함되면서 그해 10월 금호미쓰이화학 대표로 선임되며 경영에 복귀했다.한편 주주들은 1심 판결에 불복해 법원에 항소장을 제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