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란했던 '가짜단식'··· 진정성 없는 '정치쇼' 막 내렸다많은 국민들, 이재명 정치 생명 끝났다고 보고 있다
  • ▲ 단식 중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이종현 기자
    ▲ 단식 중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이종현 기자
    <서지문의 이삭줍기 : 이재명 단식의 성과>

    동물들은 인간보다 본능적 지혜가 훨씬 발달해 있어서 병균에 감염 되었거나 상처를 입었을 때 치유가 될 때까지 먹지 않는 종이 많다고 한다.
    아마도 단식이 모든 세포활동을 치유에 집중하도록 하기 때문이리라.
    사실 인간도, 불교 경전이나 성경에 등장하는 금식수행, 금식기도를 보면 오래 전부터 자기 정화와 결의 강화의 방법으로, 그리고 외부 세력에 대한 탄원이나 항의의 방편으로 단식을 활용해 왔다.

    힘없는 자의 단식은 무력항거 이상으로 권력자가 두려워하는 바였다.
    굶기의 고통은 생명체에게 가장 극심한 고통이고 죽음과 직결되는 모험이어서 그 효과가 지대하고, 단식하던 사람의 사망은 민초들의 엄청난 분노를 결집시켰다.

    ■ 진정성 있던 YS의 단식

    우리 현대사에서 특기할만한 단식으로 1983년 YS단식을 기억한다.
    사실 YS는 정직을 생명처럼 존중하는 정치인으로 인식되지는 않았지만, 강단이 대단한 인물이어서 그의 20여일의 단식은 정권에 막대한 부담을 주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당시 그의 단식 소식은 보도가 되지 않았고 입소문으로만 전파되었지만, 그래서 더 국민을 긴장시켰는지도 모른다.
    그 때 그가 만약 단식 중 죽는다면, 우리 사회가 무사하지 못할 거라는 예측이 무성했다.

    정치인의 단식은 아니지만, 2003년 KTX 경부고속철도 건설 당시 천성산  파괴하지 말라는 지율스님의 단식은 지지하는 사람보다 비난하는 사람이 더 많았던 것 같다.
    그래도 나라가 한 사람의 목숨이 끊어지도록 내버려두기보다 1년 6개월의 공사지연, 직접 피해액 145억원과 조 단위의 간접 피해액을 감당했다는 사실은, 근대화의 성장통을 잘 소화한 기록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

    ■ 황교안 단식, 비장했건만···

    나의 느낌에 가장 비장했던 단식은 2019년 겨울 (당시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의 단식이었다.
    나는 황교안 대표를 정치인으로는 높이 평가하지 않는다.
    당시 정국에서 자유한국당 대표로서 절실히 필요했던 결단력, 추진력, 정치 감각 모두 몹시 부족해 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황교안 대표가 단식을 한다고 했을 때, 그것은 ‘진짜’ 단식일 것으로 확신하고 긴장했다.
    아마도 국민의 대다수가, 황대표를 지지하지 않는 국민도, 황대표의 단식은 눈속임이 아니라고 직감하지 않았을까?
    더구나 그 때는 겨울날 치고도 혹독하게 춥고 한 두 번 눈도 내렸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런데 황대표는 그냥 맨 땅에 깔개 하나 깔고 쇠약해진 몸을 누이고 밤을 보내는 것 같았다.

    나는 황교안대표가 안쓰러우면서도 그가 단식의 모진 고통을 통해서 강력한 정치인으로 거듭나기를 바랐다.
    단식이란 것이 인간이 할 수 있는 가장 극한의 투쟁이니까 황대표가 그동안에 그의 약점이었던 정치감각  부족, 결단력 부족, 장악력 부족 등 그의 네거티브 자산을 모두 극복하고 당당하고 강인한 정치인으로 거듭 나기를 염원했다.
    그리고 황교안 대표가 마침내 (의식불명 상태로) 병원으로 호송될 때, 그가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 나타나기를 간절히 기도했다.

    그러나 그는 조금도 변하지 않은 모습으로 다시 나타났다.
    어찌된 셈인지 더 허약해 보이기까지 했다.
    허황된 기대였지만 참담했다.
    그리고 곧 총선국면으로 들어갔는데, 그 전말은 모두 아는 바이다.

    ■ 이재명의 '가짜단식'

    이재명이 단식을 한다고 했을 때, 적어도 내가 알기로는, 그가 ‘진짜’ 단식을 하리라고 믿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물론 내 주변에는 그를 불신하고 혐오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지만, 그의 지지자들 중에도 그가 온전히 굶을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있었을까 싶지 않다.
    그의 지지자들이 그를 지지하는 이유가 그를 정직한 언행일치의 정치인으로 생각해서는 아닐 것 같아서이다.
    그의 지지자들은 오히려 그가 상식이나 도덕은 완전히 무시하고 보통 사람은 엄두도 못 낼 황당한 거짓말과 억지를 ‘자유자재로’ 구사하기 때문에, 그를 대단한 인물로 보는 것이 아닐까?
    그의 지지자들은 정말 그가 그의 말대로 ▲ 대장동비리 ▲백현동비리 ▲ 성남 FC 비자금 ▲ 쌍방울 대납 대북송금 기타 언급하기도 싫은 여러 건의 불상사들과 여하한 관련도 없고 눈처럼  결백하다고 믿을까?

    어쨌든 이재명은 단식이라는 약자의 절박한 수단을 맘껏 농락하고 24일 만에 ‘단식’을 끝냈다.
    그는 그의 체포동의안 가결 후에도 민주당을 단속하고 당대표로서 옥중공천을 하겠다고 선언했는데, 잘 될지 모르겠다.

    많은 국민이 직감적으로 그의 정치생명이 끝났다고 보는 듯하고, 나에게도 그렇게 보인다.
    이제 뉴스에서 그의 혐오스러운 면상을 좀 덜 보게 되리라고 생각하니 다행스러운데, 생전 처음으로 그의 앞날이 살짝 걱정된다.

    ■ 이재명은 '반성·자책·연민'을 알까?

    이제 그는 무엇으로 살까?
    자신은 대통령이 될 사람이라는 확신이 사라지면, 무엇이 그 무한한 공백을 채울까?
    반성도, 자책도, 연민도 모르는 비인간.
    그 비인간이 나는 ‘묻지마 살인범’들 보다도 더 끔찍했고, 그가 만약 대통령이 된다? 하는 상상만 해도 치가 떨리고 소름이 돋았다.

    민주당은 영장심사 판사에게 그의 구속영장을 기각하라는 탄원서에 서명할 100만명을 모집 중이라고 한다.
    100만명을 모을 수 있으면, 그의 전투의지가 부활하고 그는 다시 대통령에 도전할 수 있을까?

    그가 기진맥진해서 누워있는 동안, 그의 현란한 뇌가 초고속이 아닌 슬모우 모션으로 돌아가는 동안, 그가 잠간 자기가 어떤 괴물이 되었는가를 느껴보았기를 바란다.
    일생 전투만을 위해서 살면서 무수한 애꿎은 희생자를 냈는데 자신이 몰락할거라면 그 희생자들을 내지 말았더라면, 하는 생각이 들까? 
    그가 자기가 비인간이 되어버린 것을 참회하고 반성하는 마음을 갖게 된다면,  요란했던 그의 '가짜 단식'은 아주 무익하지는 않았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