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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영 칼럼] <노란봉투법> 만들면 '노동자 세상' 오나?

이미 팔다리 묶인 기업 목줄까지 조이는 악법기업 죽으면 노조-조합원도 사라져...모두에게 독배

이철영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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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2-10-06 10:26 수정 2022-10-07 08:37

▲ 이은주 정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달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개정안)발의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민노총은 지난 9월 24일 용산 대통령실 인근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었다.
그들은 이 자리에서,
사측의 노조에 대한 손해배상·가압류 청구 등을 원천 차단하기 위해,
<노란봉투법> 입법을 위한 투쟁에 적극 나서겠다고 밝혔다.
민노총은 서울 외에 전국 13개 지역에서도 비슷한 집회를 동시에 개최했다.

민노총이 입법에 투쟁력을 집중하겠다는 <노란봉투법>은,
민주당과 정의당 등이 제출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개정안을 말한다.
이 개정안은,
노조의 불법 파업에 따른 손실에 대해
사측이 노조와 노조원을 상대로 손해배상·가압류 청구를 못하게 하고,
파업 허용 사유를 더 넓히고,
하청 노동자가 원청 회사와 교섭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야당과 노동계의 이와 같은 움직임에 대해,
경영계에선 이같이 반발했다.

“손해배상과 가압류 제도는,
사측이 노조의 불법 행위를 방어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다.
법 스스로 불법을 보호하는 꼴이다”

그러나 민노총은 <노란봉투법>에 더해,
▲ 기간제·파견제 철폐 
▲ 민영화 금지법 제정 
▲ 교원·공무원의 노동기본권·정치기본권 보장 등
10대 노동 입법을 위한 투쟁을 벌이겠다며,
오는 11월 총 10만명 규모의 전국노동자대회를 열 것이라고 예고했다. 

왜 지금 <노란봉투법> 입법을 강행 하려는가?

여당과 경제계의 반발에 아랑곳없이,
민주당은 정의당 등과 함께
<노란봉투법>을 이번 정기국회에서 통과시키기로 방침을 정했다.

<노란봉투법>은 원래,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5년
당시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이
<노조법> 2조(‘정의’) 일부와 3조(‘손해배상 청구의 제한’)를 개정하기 위해 발의한 법안이다.
이 법안은 19·20대 국회에서 발의되었다가 모두 폐기된 바 있다. 

현행 <노조법> 3조는 이렇다.

"사용자는 이 법에 의한 단체교섭 또는 쟁의행위로 인하여 손해를 입은 경우에
노동조합 또는 근로자에 대하여 그 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

그렇기에, 불법 쟁의행위에 대해서는,
기업들이 손해배상 소송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되어 있는 것이다.

그러나 <노란봉투법>은,
“쟁의로 인한 폭력과 파괴 등 직접적인 피해가 있어야만”이라고 단서조항을 넣어
사측이 소송을 청구할 수 있는 권한을 제한하려고 하고 있다. 

정부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는,
이런 <노란봉투법>에 대해 위헌 소지가 있다는 입장이고,
전경련(전국경제인연합회), 경총(한국경영자총협회), 상의(대한상공회의소) 등 경제단체들도 이 법안의 국회 통과를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여당인 국민의힘도,
<노란봉투법>이 노조의 불법 행위를 조장해서 산업계를 마비시킬 것이며,
노조의 불법 행위에 대한 기업의 유일한 대응 수단인 손해배상 소송 청구를 제한하는 것은,
국민의 재산권을 보장하는 헌법정신 위배라는 입장이다. 

이와 같은 위법성과 산업계와 노동계의 첨예한 갈등으로 인해,
<노란봉투법>은 박근혜 정부는 물론 문재인 정부 시절에도 국회 관문을 넘지 못한 것이다.
그럼에도 7년 넘게 표류해온 법안을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자마자 민주당을 위시한 야권에서 과반 의석을 무기로 입법을 강행하려는 저의는 무엇인가? 

입법 찬성측 주장

2014년 쌍용자동차 파업 당시
파업 참여 노동자들은 47억 원의 손해배상 판결을 받았다.
그러자 한 노조 지지자가 이에 맞서 손해배상액의 10만 분의 1인 47,000원이 담긴 노란봉투를 언론사에 보냈다.
그후 고 박원순이 설립한 <아름다운재단>이 정식 모금에 적극 나섰다.
총 47,000여 명이 참여, 14억7000만 원이 모아졌다.
이를 계기로 이른바 <노란봉투법>이란 명칭이 생겨났다.

현재 입법이 추진되고 있는 <노란봉투법> 입법안은,
‘사용자’ 정의에 ‘근로계약 체결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사용자로 볼 수 있는 경우’를 단서조항으로 달았다.
또 <노조법> 적용 대상을,
하청과 특수고용노동자, 프리랜서, 플랫폼 노동자 등으로 확대하고,
손해배상으로 인해 노조의 존립이 불가능하게 되는 경우에는
손해배상 청구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내용과
노동쟁의 개념에 ‘정리해고’를 추가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 입법안이 통과되면,
원청 사용자는,
하청 노동조합 등에 대해서도 <노조법>상 ‘사용자’로서 단체교섭 의무가 생기고,
하청 노조는,
교섭 결렬로 쟁의행위를 벌여도 ‘불법’이 되지 않는다.
즉, A사의 하청노동자가 A사와 직접 단체교섭을 할 수 있으며,
결렬 시 쟁의행위에 나설 수 있고,
A사의 ‘정리해고’도 ‘노조쟁의’의 요건이 된다.

결론적으로,
<노란봉투법> 개정안은,
‘노동 3권’(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을 보장한다는 취지로
노조의 쟁의행위의 범위는 늘려주면서
불법쟁의에 따른 손실에 대해
사측이 노조나 근로자에게 손해배상 청구를 하기 어렵게 만드는 내용이 핵심인 것이다.
참여연대, 민변, 경실련 등은,
“노동자들이 단결해 파업하고 사용자와 대등하게 교섭을 할 수 있어야 한다”며
<노란봉투법> 개정에 목소리 높여 찬성하고 있다.

입법 반대측 입장

<노란봉투법> 입법안에 대해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 장관은,
“위헌 소지부터 여러 가지 많은 문제”가 있디고 지적했다.
여당도,
“불법 행위에 대해 기업이 손해배상 청구조차 할 수 없다면, 노조의 이기적·극단적 투쟁을 무엇으로 막느냐”고 반박하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노란봉투법>이 헌법 제11조 1항(‘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및 헌법 제23조 1항(‘모든 국민의 재산권은 보장된다’)을 침해(위헌)할 소지가 다분하다는 의견이다.

즉, <노란봉투법>은,
노조에만 일방적으로 유리한 법으로 헌법의 ‘평등 원칙’에 위배되며,
사측이 노조의 불법행위들에 대해 개인을 상대로 소송을 할 수 없고,
노조에 대해서는 노조의 존립이 불가능해지는 소송을 할 수 없도록 하고 있어
‘재산권 보장 원칙’에 위배된다.
또한 가해자의 손해배상 책임을 명시한 <민법> 제750조에도 위배되며,
점거·폭력·파괴 등으로 회사의 손해가 커질수록 노조에 소송을 할 수 없다는 모순을 내포하고 있다는 판단이다.

재계는,
<노란봉투법>은 불법 쟁의행위에까지 면죄부를 줘서
노조의 점거·농성을 통한 파업 행위가 더욱 과격-빈번해지고,
그에 따라 사용자의 재산권이 지나치게 침해될 것을 우려했다.
경총은,
“‘노사 대등’ 원칙에 어긋나고, 시장경제 질서 자체를 훼손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하며,
노동쟁의 문제에 대해서는,
“노조 스스로의 노력과 정부의 불법행위에 대한 신속하고 원칙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해외의 노동쟁의 관련 법규

전경련의 지적과 주장은 이렇다.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일본 등 주요 선진국들은,
사업장 밖에서만 쟁의행위를 허용하고
쟁의행위 시 대체근로를 허용하고 있다.
그에 반해 우리나라는,
노조의 쟁의행위 권리는 충분히 보장하나
주요 선진국들과 달리 사용자의 방어권 보장은 아주 미흡하다.
따라서 주요 선진국들처럼,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는 노조법 개정이 시급하다.”

우선, 위의 선진국들은 모두 불법 쟁의행위에 대한 사측의 손해배상 청구를 인정하고 있다.

미국은,
노조의 불법 행위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이 자유롭게 이뤄지며 손해배상액 제한이 없다(‘연방노동관계법’(National Labor Relations Act: section 158(b)(4), section 303).

일본에서는,
불법 쟁의행위는 민·형사상 처벌 대상이다.

독일에서는,
노조가 불법파업을 하면
노조 및 파업 참가 근로자에 대해 사용자가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으며,
불법 파업 참가자들에게는 가처분 신청 등을 통해 업무 복귀를 청구할 수 있다.

프랑스는,
합법적인 파업의 인정 범위가 넓지만,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노조, 노조 대표 및 노조원이 손해배상 책임을 지도록 하고 있다.

영국의 경우는,
노조에 대한 손해배상액 한도를
노조의 규모에 따라 차등 적용하도록 법으로(Trade Union and Labour relations Act 1992, 제22조 ‘Limit on awarded against trade unions in actions in tort’) 정하고 있으나,
노조나 개인의 과실 또는 의무 위반으로 상해를 입히는 등의 상황에서는,
손해배상액 한도 규정을 적용하지 않는다.

<노란봉투법>은 노사(勞使) 양측 모두에 독배(毒杯)

우리나라의 노조활동은,
해방 직후 좌익 계열의 <조선노동조합전국평의회>(전평)에 대항하기 위해,
1946년 3월 ‘반공(反共)’과 ‘노자(勞資)협력’을 기치(旗幟)로 설립된
<대한노동총연맹>(대한노총)이
1961년 5.16 이후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으로 재결성되면서 본격화되었다.
그후 <한국노총>이 나름 상생의 노사관계 정립에 노력해 왔으나,
1995년 <민노총>이 등장하고 복수노조 체제가 인정되면서
그 후 20여년 동안 투쟁 일변도의 노동쟁의가 그치지 않고 있다.

현행 노조법에 따르면,
노조의 쟁의행위가 법령 기타 사회질서를 위반해서는 안 되고(37조 1항),
사용자의 점유를 배제하여 조업을 방해해서도 안 되며(37조 3항, 2021년 신설),
폭력·파괴 행위와 생산 및 주요업무 시설을 점거해서도 안 된다(42조 1항).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조의 불법 폭력·점거·파업이 난무하고 있는 현실에서
<노란봉투법> 입법 강행은 결국 ‘노조왕국’을 만들겠다는 것과 다름없다. 

야당이 정치적 목적으로 나서서 <노란봉투법> 입법을 강행하면,
그들이 주장하는 '노동자 세상'이 올까?

<노란봉투법>은,
야당의 입법독재나 <민노총>의 물리적 투쟁으로 쟁취할 보검(寶劍)이 아니다.
노사(勞使) 모두를 공멸시킬 독배(毒杯)다.
우리나라 기업들은 일시해고(layoff)나 쟁의기간 중 대체인력 투입이 불가능하다.
이미 법적으로 팔다리가 묶인 상태인 것.
<노란봉투법> 입법강행은 그런 상황에서 마침내 기업의 목까지 조르는 격이다.

노사문제는,
근본적으로 노사 양측이 상생의 의지로 해결할 문제이다.
법으로 강제할 문제가 아니다.
기업이 사라지면,
노조도 노조원도 사라진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란 말이 있다.
과욕(過慾)의 종말은 쪽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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