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의료계 파업에 소통 대신 행정명령·형사고발 등 '겁박' 택한 정부… 대통령은 SNS로 의료진 '이간질'
  • ▲ 문재인 대통령. ⓒ뉴데일리 DB
    ▲ 문재인 대통령. ⓒ뉴데일리 DB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만들겠다던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가 무엇인지 제대로 체감하고 있다. 의료계가 의대 정원 확대 등 문재인 정부의 의료정책에 반대하며 집단 휴진에 나선 이후 정부가 다양한 방법으로 의료계를 압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행정명령을 시작으로 의사면허 정지, 경찰 고발 등을 내세워 의료진을 겁박하더니 이제는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의사와 간호사 사이를 이간질하고 있다.

    의료진의 집단 휴진이 시작된 지 거의 한 달째다. 전공의들이 지난달 7일 집단휴진을 시작한 것이 의료진 집단휴진의 출발이었다. 이후 같은 달 14일에는 대한의사협회(의협)를 주축으로 한 집단휴진이 시작됐고, 앞서 집단휴진에 나섰던 전공의들이 여기에 동참했다. 

    전공의들은 또 일주일 뒤인 8월21일부터 무기한 집단휴진을 시작해 아직까지 이어오고 있다. 의협 역시 지난달 26~28일, 사흘간 2차 집단휴진을 진행했으며, 오는 7일 3차 집단휴진을 예고한 상태다.

    소통 대신 겁박 선택한 문재인 정부

    정부는 집단휴진에 나선 의료진과의 소통 대신 겁박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김강립 보건복지부차관은 전공의들의 무기한 집단휴진이 시작된 지난달 21일, 정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정례 브리핑에서 "대한의사협회와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가 정부 정책의 전면철회를 고수하며 집단휴업을 결정한 것은 매우 유감"이라며 "의료법에 의한 진료개시명령과 이 명령에 불응할 경우 (의사) 면허에 가해지는 조치가 있다"고 말했다. 진료개시명령에 따르지 않으면 의사면허를 정지시켜버리겠다고 돌려 말한 것이다.

    의료진은 정부의 겁박에도 물러서지 않았고, 이후 정부는 26일 수도권 내 전공의와 전임의들을 대상으로 업무개시명령을 내렸다. 그러면서 응급실·중환자실 위주로 현장점검을 실시해 일선에 복귀하지 않은 358명의 전임의·전공의에게 업무개시명령을 발부했다.

    이후 대부분의 의료진은 병원으로 되돌아갔지만, 업무개시명령에 불응한 일부는 휴진을 이어갔다. 같은 달 28일 정부는 집단휴진을 이어나간 응급실 전공의 10명을 경찰에 고발했다. 

    정부, 전공의 형사고발… 의협·의대 교수들 분노

    정부의 고발 소식이 전해지자 의료계는 발칵 뒤집혔다. 특히 최대집 의협 회장은 이날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전공의 등 의사들을 형사고발한 정부를 규탄한다"고 소리쳤다. 

    의과대학 교수진도 전공의 고발 이후 단체행동에 나섰다. 서울성모병원 외과, 중앙대병원 신경외과 교수 일동은 정부가 전공의에 내린 업무개시명령에 항의하고, 업무에 복귀하지 않은 전공의 10명을 형사고발한 것에 대한 반발의 의미로 진료 중단 및 사직 성명 등을 발표했다. 

    방점은 대통령이 찍는다… 의사·간호사 '이간질'하는 대통령

    이 가운데 방점을 찍은 것은 문재인 대통령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2일 페이스북에  "코로나19와 장시간 사투를 벌이며 힘들고 어려울 텐데, 장기간 파업하는 의사들의 짐까지 떠맡아야 하는 상황이니 얼마나 힘들고 어렵겠나"고 썼다.

    그러면서 "지난 폭염 시기, 옥외 선별진료소에서 방호복을 벗지 못하는 의료진들이 쓰러지고 있다는 안타까운 소식이 국민들의 마음을 울렸다"며 "의료진이라고 표현됐지만 대부분이 간호사들이었다는 사실을 국민들은 잘 알고 있다"고 글을 이어갔다. 

    의사들이 파업해서 간호사들이 더 힘들어졌으며, 폭염이 쏟아지던 날 의사보다 간호사가 더 힘들었다고 에둘러 말한 셈이다.

    대통령이 SNS를 통해 국민들과의 소통에 힘쓰는 것은 좋은 일이다. 하지만 국민과의 소통이라는 빌미로 집단과 집단을 이간질하고, 자신의 지지자들에게만 보여주는 입 바른 소리만해서는 안 된다. 

    문재인 정부 들어 국민 분열이 심해졌다는 이야기가 많다. 예전부터 이어지던 정치 갈등을 넘어, 남녀갈등·세대갈등·계층갈등 각종 이념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대통령이 보여준 의료진 '이간질'이 문재인 정부가 국민 분열을 심화시킨다는 명확한 증거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