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대 ‘뉴 노멀’이 된 ‘핑계’와 ‘탓’그걸로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경험에 의해 학습된 ‘국민’들이 있는데도?
  • 李 竹 / 時事論評家

      억지가 담긴 비유라고 비난해도 할 말은 없다. 핑계는 대지 않으려고 한다.

      어느 날 여객기가 추락했다. 조종사의 과실(過失)이 확실하다고들 수군거렸다. 항공사에서 기자회견을 했다. 
      “여객기는 추락한 것이 아니고, 착륙(着陸)을 다소 험하게 했을 뿐이다.” 비난이 거셌다. 그러자...

      “추락한 건 맞지만, 원인은 조종사 과실보다 ‘만유인력’(萬有引力) 탓이 더 크다.” 여기저기에서 항의가 벌 떼처럼 일어났다. 그 다음 날이던가...

      “조종사 대신 여자 승무원이 조종간을 잡고 착륙을 하려다보니... 널리 이해하시길 바란다.”

      그 후에 벌어진 일은 상상에 맡긴다. 

    +     +     +     +     +     +

      ‘핑계’ ①내키지 아니하는 사태를 피하거나 사실을 감추려고 방패막이가 되는 다른 일을 내세움. ②잘못한 일에 대하여 이리저리 돌려 말하는 구차한 변명.

      ‘탓’ ①주로 부정적인 현상이 생겨난 까닭이나 원인. ②구실이나 핑계로 삼아 원망하거나 나무라는 일.

      ‘핑계’와 ‘탓’의 밀접한 상관관계에 대해서는 두 단어의 사전적 의미를 나열하는 것으로 대신한다. 

      그리고 ‘덕분’도 있다. “베풀어 준 은혜나 도움”

      일상에서 흔히 ‘탓’과 ‘핑계’는 자신의 잘못이 1도 없다는 의미로 쓰인다. 반면에 ‘덕분’은 “누군가의 지원·조력은 있었지만, 내가 노력·실천의 주체(主體)다, 공(功)이 가장 많다.”는 뜻을 포함하지 싶다. 

    +     +     +     +     +     +

      “코로나19와 장시간 사투를 벌이며 힘들고 어려울 텐데, 장기간 파업하는 의사들의 짐까지 떠맡아야 하는 상황이니 얼마나 힘들고 어려우시겠습니까?... 지난 폭염 시기, 옥외 선별진료소에서 방호복을 벗지 못하는 의료진들이 쓰러지고 있다는 안타까운 소식이 국민들의 마음을 울렸습니다... 의료진이라고 표현되었지만 대부분이 간호사들이었다는 사실을 국민들은 잘 알고 있습니다...”

      이 나라 ‘국민’(國民)들은 많이 놀랐다. “장기간 파업하는 의사들의 짐까지...” 또는 “의료진이라고 표현되었지만 대부분이 간호사들...”이라는 대목에서는 섬뜩한 느낌마저 받았다고들 했다. 그리고...

      “의사와 간호사 간에 편 가르기”라는 아우성과 “진정성을 이해 못한다”는 우기기가 맞섰다. 이와 함께 그 ‘격려 메시지’라는 것은 비서관이 대신 작성했을 뿐이라고 한다. 그저 둘러대는 거 아니냐는 지적이 많았다.
      그리고 나서는 여론이 불리하게 돌아가는 듯하자 슬그머니 “의사분들께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는 글을 뿌렸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이 나라 ‘국민’들은 ‘문주주의’(文主主義) 체제가 들어서고 나서 생겨난 이른바 ‘뉴 노멀’(New normal)을 잘 겪고 있단다. ‘내로남불’의 고전적·상투적인 맞춤어에 더하여 ‘내편과 니네 편으로 가르기’와 ‘남 탓하기’와 ‘핑계대기’, 그리고 ‘막무가내 우기기’와 ‘안면(顔面) 바꾸기’가 표준·기준이 되어버렸다고들 한다. 가끔 ‘덕분’으로 생색을 내기도 하고...

      그런 측면에서 그 무슨 ‘격려 메시지’에 얽힌 사연은 ‘뉴 노멀’의 콜바보, 특히 ‘핑계’와 ‘탓’의 전형을 보여준 게 아니냐고들 수군거린다. 물론 ‘빙산(氷山)의 일각(一角)’에 불과하다지만...

      더군다나 저들이 말하기로 ‘운명 공동체’에서 날아 들어온 ‘우한폐렴’[武漢肺炎]은 꼬리에 꼬리를 무는 ‘핑계’와 ‘탓’을 합리화시켜주는 역할을 단단히 하고 있다고. 
      현재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는 ‘의료계’ 사태가 대표적이란다. 강행하겠다는 무리는 ‘4대낙(樂) 의료정책’이라고 우겨대지만, 의료계에서는 ‘4대악(惡)’이라서 철회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의과대학 정원 확대, 공공의대 설립, 첩약급여 시범사업, 비대면 진료 육성 등이란다.

      전문가가 아닌 이상 일일이 옳고 그름을 따질 수는 없다. 하지만, 그 정책 추진을 둘러싼 배경에 대해 아무개 신문의 칼럼이 지적한 부분은 특히 주목할 만하다. 
      
      “...더 어처구니없는 것은 정부가 의료계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조차 거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의사들의 반발을 예상하지 못했을까? 아니면 반발하더라도 코로나 사태와 엘리트 집단의 밥그릇 싸움이라는 프레임으로 싸잡으면 무릎 꿇릴 수 있다고 계산한 걸까? 예상하지 못했다면 무능하고 멍청한 것이고, 계산했다면 비열하고 악랄한 것이다...” 

      범위를 넓혀서, 이 나라 ‘국민’들의 ‘먹고 사는’ 문제, 즉 ‘경제’에 대해서는 ‘핑계거리’인 ‘우한폐렴’[武漢肺炎]이 돌기 이전부터 그래왔다는 게 중론(衆論) 아니던가. 이 나라 ‘경제’는 ‘문주주의’(文主主義) 체제가 들어선 이래 ‘통계주도 성장’을 거듭해 왔다는 게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역시 이 분야도 전문적인 지식이 절대 부족함에 아무개 신문의 지난해 기사 토막을 인용하며 동의를 구하고자 한다. 

      “안 좋은 지표는 못 본 체하고, 도저히 피해갈 수 없을 때는 다른 데서 핑계거리를 찾으며, 통계를 입맛에 맞게 왜곡하고, 근거 없는 낙관론을 펼친다는 것이다.”

      이런 경우에서는 ‘막무가내 우기기’가 끼어들게 마련이다. ‘문주주의’(文主主義) 체제를, 아래의 말씀이 금과옥조(金科玉條)로 받아드려지던 시절과 유사하다고 지껄이는 항문이 넓고 깊은 분들도 있다. 

      “대중은 거짓말을 처음에는 부정하고, 그 다음에는 의심하지만, 되풀이하면 결국 믿게 된다.” [요제프 괴벨스]

      이외에도 나라 곳곳에 속속들이 ‘핑계’와 ‘탓’을 비롯한 ‘뉴 노멀’이 자리 잡았다는 장탄식(長歎息)이 터져 나오고 있다는데... 
      위의 두어 가지 사례만을 언급한데 대해서는 딱히 일일이 열거하지 않아도 읽는 이들이 두루 꿰고 있을 것 같아서라는 ‘핑계’를 대본다. 더하여 글 쓰는 작자의 게으름 ‘탓’으로 돌리면서 양해를 구한다. 아무튼 그럼에도 불구하고...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 등 여론조사 전문업체 4개사가 지난 [9월] 3~5일 전국 18세 이상 남녀 100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다섯 번째 전국지표조사(NBS·National Barometer Survey) 결과에 따르면, 문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해 ‘잘하고 있다’는 긍정평가는 53%로 집계됐다. 직전 조사인 8월 3주차와 비교하면 긍정 평가는 2%포인트(p) 상승했다...”

      ‘확진자’ 숫자의 증가도 ‘니네 편’이나 ‘미운 놈’ 핑계와 탓으로 버무릴 수 있는 ‘돌림병’의 위력을 새삼 실감하며, 그래도 갸우뚱해지는 머리통을 어쩌지 못한다. 
      정신을 차리고, 지난 1990년대 유행가 가사(歌詞) 일부를 소개하면서 글을 마무리하기로 하자. 

      “지금도 이해할 수 없는 그 얘기로 / 넌 핑계를 대고 있어 / 내게 그런 핑계를 대지마 / 입장 바꿔 생각을 해봐, 니가 지금 나라 면은 / 넌 웃을 수 있니... 

      2년 전(前) 이맘때쯤에도 그 ‘핑계’가 SNS에 돌아다녔었다. 

      “핑계로 성공한 사람은 김O모 밖에 없다!” 그런데...

      이제 바뀌어야 하나? 

      “핑계로 재미 보는 사람은 또 있다. 그도 성공할지 모른다.” 그러나...

      3년여 동안 경험에 의해 학습된 이 나라의 깨어있는 ‘국민’들이 굳건하지 않은가. 굳게 믿으며, 씁쓸하고 우울한 기분을 떨쳐버린다. 

      맞다. 그리고 맞아야 한다. “핑계로 성공한 사람은 김O모 밖에 없다!”
    <이 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