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반도 내 최초의 서양의학 학교, 제중원 의학교의 1회 졸업생 박서양은 이렇게 절규했다.

    “누가 좀 말해주면 얼마나 좋을까. 얼마만큼만 맞고, 꼭 언제까지만 당하고 나면 그 어떤 괴롭힘이나 방해도 더 이상은 없을 거라고 그렇게 약속해주면 얼마나 좋을까. 내가 무얼 어떻게 하면 이 모든 것을 끝내고 자유로워질 수 있을 거라고 누군가 말해준다면 얼마나, 정말 얼마나 좋을까.”

    박서양은 백정의 아들이었다. 그는 세브란스 간호원 양성소의 교수가 되었음에도, 신분이 낮다는 이유로 학생들에게 무시당했다.

    사실 박서양이 의사로 활동하던 때는 이미 갑오개혁(1894)으로 신분제가 폐지된 이후였다. 그러나 정책만 바뀐, 즉 형식적인 변화만 있었을 뿐이었다. 일할 땅과 교육권을 양반 출신들이 대부분 변함없이 착취하고 있었기에 천민(노비, 백정) 출신들은 여전히 양반의 노예일 수밖에 없었다. 박서양은 교육도 받고 일자리를 얻었음에도 천민 출신의 아들이라는 이유로 괴로움에 시달려야 했을 정도였다.

  • ▲ 올리버 애비슨(제중원을 세브란스 병원으로 확장·발전시킨 인물)이 조수 박서양의 도움을 받아 수술하는 모습. ⓒ문화재청
    ▲ 올리버 애비슨(제중원을 세브란스 병원으로 확장·발전시킨 인물)이 조수 박서양의 도움을 받아 수술하는 모습. ⓒ문화재청

    불평등 제도를 무너뜨리는 ‘자유’

    조선이 무너지고 일제시대와 미 군정기가 지난 후 1948년 7월 17일, 대한민국의 최초 헌법이 제정된다. 이승만 정부는 이 헌법의 제86조에 ‘농지는 농민에게 분배하며 그 분배의 방법, 소유의 한도, 소유권의 내용과 한계는 법률로써 정한다’라는 농지개혁 조항을 명시한다. 이로써 이제 ‘땅’이라는 것이 양반 출신들만의 것이 아니게 되었다. 법치주의의 시작이요, 백성들에게 자유를 가져다주는 발판이 되었다. 이는 현행 헌법 제121조에 남아있다.

    또한, 대한민국이 건국된 후 이승만 대통령은 국민들의 교육권 보장에도 열을 올린다. 이로써 문맹률을 80%에서 20%로, 그리고 중학생·고등학생·대학생 수를 각각 10배·3.1배·12배로 변화시킨다. 이제 ‘교육’도 양반 출신들만의 것이 아니게 되었다.

    이러한 농지개혁과 교육권 보장은 천민 출신들에게 결과적으로 ‘신분제 폐지’라는 평등을 가져다줬다. 하지만 그 시작은 노예 상태에 있는 천민 출신들에게 자유를 주는 것이었다. 천민 출신들에게 당장 필요한 것은 평등이 아닌 자유였다. 이 자유가 조선을 대한민국으로 거듭나게 했다.

    조선의 신분제보다 더한 불평등을 자아내는 제도 ‘성분제’ 속에서 살아가는 북한 주민들은 어떠한가. 그들을 구하기 위해 필요한 것 역시 자유다. 북한에 돈이나 쌀을 줘서 그 주민들을 구하겠다는 취지의 ‘햇볕정책’은, 평등을 자유보다 우선시한 나머지 북한에 돈이나 쌀을 줘서 평등을 먼저 이룬 후 개혁을 이루겠다는 발상에서 나온 정책이다. 하지만 조선에서도 그랬듯, 북한에 자유를 줘야 그 주민들이 돈과 쌀을 가질 수 있다.

  • ▲ 대한민국 제헌헌법과 정부조직법 서명을 마치고 헌법 공포서를 읽는 이승만 국회의장(1948.7.17). ⓒ이승만기념관
    ▲ 대한민국 제헌헌법과 정부조직법 서명을 마치고 헌법 공포서를 읽는 이승만 국회의장(1948.7.17). ⓒ이승만기념관

    자유, 그리고 평등

    자유는 어느 이념을 지향하는 사람이든 중요시한다. 이념은 크게 자유주의, 보수주의, 그리고 사회주의로 나눌 수 있는데, 각 이념을 지향하는 사람 모두 다 자유를 말한다. 하지만 자유의 앞과 뒤에 무엇을 두는지에 따라 이를 바라보는 사람의 이념이 자유주의인지, 보수주의인지, 혹은 사회주의인지 결정된다.

    자유와 함께 평등을 놓고 이 둘을 바라보는 순서를 보면 그 사람의 이념 중 일부를 알 수 있다. 자유가 있고 평등이 있다고 하는 사람은 우파 진영에 속하고, 평등이 있고 자유가 있다고 하는 사람은 좌파 진영에 속한다. 그래서 좌파 진영은 ‘평등’을 자유보다 우선시한 나머지, 자기 자신의 온전한 모습을 보지 못하고 계속하여 남과 비교하는 삶을 산다. 그래서 우월감 혹은 열등감에 빠지거나 상대적 박탈감 프레임에 쉽게 걸려드는 결과를 맞는다.

    또한, 평등을 자유보다 우선시하는 이들은 사회·공산주의나 차별금지법 등의 정책을 받아들인다. 결과적으로 이들은 사상·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어떤 사안에 대해 ‘옳다’ ‘그르다’ 하는 기준을 흐트러뜨린다. 그렇다고 평등을 가져오는 것도 아니며 역차별만 초래한다.

  • ▲ 대한민국 제헌헌법과 정부조직법 서명을 마치고 헌법 공포서를 읽는 이승만 국회의장(1948.7.17). ⓒ이승만기념관

    황선우 작가

    차별금지법 반대 청년연대(차반청) 회원
    <나는 기독교 보수주의자입니다> 저자
    전 세종대 트루스포럼 대표

    sunu8177@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