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의장 후보 秋 "이재명과 깊은 얘기 나눠"비명계, '폭주기관차 의장' 등장 예고에 우려 강경파 秋에 중립 모범 사례 이만섭 의장 회자"與野·국민 바라보고 마지막 의사봉 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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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脫) 정치 중립'을 외친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차기 국회의장 0순위로 거론되자 입법부 수장이 특정 정파의 이익 대변자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쏟아진다.민주당 내에서조차 '중립은 없다'를 외치며 '친명(친이재명) 국회의장 단일 후보'라는 타이틀을 꿰찬 추 전 장관이 과거 국회의장들의 모범 사례를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13일 정치권에 따르면, 8선 의원을 지낸 고 이만섭 전 국회의장은 2000년 6월 제16대 국회 전반기 입법부 수장으로 취임하면서 '정치 중립'을 선언했다. 14대 국회에서 잔여 임기 국회의장을 맡았다가 청와대의 예산안 날치기 처리 요구를 들어주지 않아 낙마했던 그는 두 번째 의장에 취임하면서도 뜻을 굽히지 않았다. 그는 헌정 사상 최초의 '무당적 국회의장'이 됐다.이 전 의장은 취임 일성으로 "저는 앞으로 이 자리에서 의사봉을 칠 때, 한 번은 여당을 보고, 한 번은 야당을 보며, 또 마지막으로는 국민을 바라보며 양심의 의사봉을 칠 것"이라고 강조했다.이후 대한민국 국회에서는 의장의 정치 중립은 당연시되는 미덕으로 꼽혔다. 여야 어떤 정치인도 이 전 의장의 업적과 의회주의의 가치에 반대하는 사람은 없었다. 국회의장을 지낸 인사들도 그를 '국회의장의 교과서'로 삼으며 정치 중립과 의회주의를 거론했다.대표적으로 20대 국회 하반기 국회의장이던 문희상 전 의원이 있다. 그는 2018년 12월 '이만섭 평전'이 공개된 국회 학술 세미나에 참석해 "이 전 의장은 생전에 정치와 사랑은 계산하면 안 된다고 했다"며 "의회주의자로서 대화와 타협을 우선시했던 그 뜻이 20대 국회에서도 실현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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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대 후반기 새누리당 출신의 정의화 전 국회의장도 대표적인 '의회주의자'로 꼽힌다. 정 전 의장은 2015년 12월 박근혜 정부가 추진했던 노동 5법과 기업활력제고특별법,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등 쟁점 법안에 대해 "직권 상정할 수 없다"고 버텨 화제가 됐다.당시 현기환 청와대 정무수석이 국회를 찾아 정 전 의장을 설득했고, 새누리당에서는 소속 의원 전체의 서명으로 직권 상정을 압박했다. 이에 정 전 의장은 기자회견을 자처해 국회선진화법의 직권상정 요건인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 비상사태' 조항을 언급하며 "현 경제 상황을 직권 상정이 가능한 비상사태로 볼 수 있느냐, 동의할 수 없다"고 일축했다.국회의장의 정치 중립 의무 논란은 21대 국회에서도 있었다. 현직인 김진표 국회의장은 당내 의장 후보 선출 당시 "내 몸에 파란 피가 흐른다"며 민주당 정체성을 강조한 바 있다.그런 김 의장도 취임 후에는 쟁점 법안과 예산안 통과 등에서 '여야 합의 처리'를 원칙으로 내세우며 나름의 중립 의무를 지키려 애 썼다.반면 22대 국회 전반기 의장 선출 과정에서는 '탈중립 의장'이 가장 큰 공약이 됐다.차기 국회의장이 유력 시 되는 추 전 장관은 국회의 오랜 전통이던 정치 중립 의무를 저버릴 기세다. 추 전 장관은 여당이 반대하는 법안을 범야권과 연대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하고, 본회의 직회부와 국회의장 직권 상정 등 권한을 과감하게 쓸 것이라고 공언했다.보다 못한 '파란피' 김 의장이 지난 5일 "좀 더 공부하고 우리 의회의 역사를 보면 그런 소리 한 사람 스스로가 부끄러워질 것"이라며 "한쪽 당적을 계속 갖고 편파된 행정과 의장 역할을 하면 그 의장은 꼭두각시에 불과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하지만 추 전 장관은 경쟁 후보이던 친명계 5선 조정식 의원과 정성호 의원이 후보직을 내려놓고 물러서면서 계파색을 가감 없이 드러내고 있다.추 전 장관은 13일 유튜브 '김어준의 겸손은힘들다 뉴스공장'에 나와 "이 대표와 미리 여러 차례 깊이 (의장 선출 관련) 얘기를 나눴다"며 "(이 대표가) 다른 후보한테는 그렇게 안 했다고 그런다. 저한테 분명히"라고 전했다.사실상 친명계 후보들이 추 전 장관으로 후보를 단일화한 것 배후에 이 대표가 있다고 밝힌 셈이다.민주당 내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친명계로 분류되는 인사가 당선인 대부분을 차지하는 상황에서 차기 국회의장의 '폭주 기관차' 같은 모습을 국민이 이해해줄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비명(비이재명)계로 불리는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여야가 맞서는 법안을 의장의 권한으로 찍어 누르는 모습을 국민이 얼마나 참고 지켜봐 주겠느냐"면서 "역사적으로 힘으로 찍어 누르던 정치인의 마지막이 어땠는지 모두가 돌아봐야 한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