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들 "재검토가 아니라 철회 명문화해야… 의협 회장 탄핵도 불사" 거센 반발
  • ▲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왼쪽)과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의·정 협의체 구성 합의서 체결식을 마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정상윤 기자
    ▲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왼쪽)과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의·정 협의체 구성 합의서 체결식을 마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정상윤 기자
    더불어민주당과 보건복지부·대한의사협회가 4일 의과대학 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신설 등의 정부 추진 정책을 코로나 사태 마무리 후 원점에서 재논의하기로 했다. 

    그러나 전공의들이 주축이 된 젊은의사비상대책위원회가 이에 크게 반발하면서 파업 지속 방침을 밝혀 혼선이 여전하다. 

    박지현 대전협 비대위원장은 "우리가 의사협회 참여단체이지만 주체적이고 자율적으로 행동하는 전공의들"이라며 "의협의 결정에 따라 전공의들의 단체행동을 중단할 수 없으며, 이는 전공의들이 결정할 사항"이라고 밝혔다.

    정부-의협 5개 합의문에 서명

    박능후 보건복지부장관과 최대집 의협 회장은 이날 오후 2시40분쯤 정부서울청사에서 합의문에 서명했다.

    합의문에는 ▲보건복지부는 의대 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신설 추진을 중단하고 코로나19 안정화 이후 의·정협의체에서 의협과 협의하고 일방적 정책 추진을 강행하지 않을 것 ▲보건복지부는 주요 의료현안을 의제로 하는 의·정협의체를 구성하고 협의체의 논의 결과를 보건의료발전계획에 적극 반영하고 실행할 것 ▲정부의 4대 정책(의대 증원, 공공의대 신설,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 비대면진료)의 발전적 방안과 관련 협의체에서 논의할 것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해 의협과 복지부는 상호 공조하며 의료인 보호와 지원에 따른 구체적 대책을 마련해 시행할 것 ▲의협은 집단행동을 중단하고 진료현장에 복귀할 것 등 5개의 합의안이 담겼다.

    서명식은 장소와 시간이 수차례 변경되며 우여곡절 끝에 성사됐다. 정부와 의협은 당초 오전 11시에 서명식을 진행하기로 했지만, 젊은의사비상대책위원회의 반대로 오후 1시로 미뤄졌고 재차 오후 2시로 미뤄졌다.

    전공의 반발로 회견 장소·시간 수차례 변경

    젊은의사비대위는 대한전공의협의회·전국전임의협의회·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가 통합된 목소리를 내기 위해 지난 1일 출범한 단체다.
  • ▲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4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증진개발원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의과대학 정원 확대 등 의료정책과 관련한 협상에 대한 합의문 서명식' 전공의들의 반대로 무산되자 돌아가고 있다. ⓒ뉴시스
    ▲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4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증진개발원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의과대학 정원 확대 등 의료정책과 관련한 협상에 대한 합의문 서명식' 전공의들의 반대로 무산되자 돌아가고 있다. ⓒ뉴시스
    젊은의사비대위 회원 70~80명은 이날 오후 2시로 예정된 정부와 의협의 협약식 장소인 서울 중구 한국건강증진개발원에서 '졸속 합의'라고 항의하며 정부 측 대표인 박 장관을 막아섰다. 

    박 장관은 협약식 장소를 빠져나갔고, 협약식 장소는 정부서울청사로 또 다시 변경됐다. 젊은의사비대위 측은 정부서울청사 앞으로 자리를 옮겨 항의를 계속했지만, 결국 서명식은 진행됐다. 앞서 의협은 오전 10시쯤 여의도 민주당사에서 민주당과 같은 내용의 합의문에 서명했다.

    이낙연 "의협 합의 충실히 이행… 전공의 고발 문제도 해결"

    민주당과 의협의 합의문 서명식에 참여한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의료진 여러분께서 코로나19 대처 과정에서 보여주신 희생적 노고에 거듭 감사드린다"며 "민주당은 의협과 합의를 충실히 이행하고 전공의 고발 문제도 최선의 방법으로 해결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지난달 28일 업무복귀명령을 어긴 응급실 전공의 10명을 서울지방경찰청에 고발했고, 이 중 4명을 대상으로는 고발을 취하했다. 

    최대집 의협 회장은 "정부의 일방적 정책 강행으로 14만 회원들이 큰 혼란을 겪었다"며 "비록 '철회'가 (합의문에)들어가 있지 않지만 '철회 후 원점'과 '중단 후 원점' 재논의는 사실상 같은 의미라고 생각해 비교적 잘 만들어진 합의안으로 본다"고 밝혔다. 

    양측은 합의문 도출까지 팽팽한 줄다리기를 했다. 한정애 민주당 정책위 의장은 1일 의협과 대전협 관계자들을 만나 의료계 단일안을 요청했다. 

    이에 의협과 대전협이 소속된 범의료계4대악저지투쟁특별위원회(범투위)는 3일 단일안을 논의했다. 의협은 이를 바탕으로 같은 날 오후 9시부터 민주당과 협상에 돌입했다. 

    양측의 협상은 4일 새벽까지 이어졌고, 오전 6시쯤 합의문이 도출됐다.

    의료계, 합의문에 불만 폭발… 화살은 의협 집행부로

    하지만 민주당과 의협의 합의문이 발표되자 의료계의 불만이 증폭됐다. 서명식 이후에는 비판이 의협 집행부를 향했다. 

    파업을 주도하는 대전협을 중심으로 구성된 젊은의사비대위와 의료계는 합의문에 '철회'라는 문구가 들어가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하며 수긍하지 않는다.  젊은의사비대위 측은 파업을 철회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도 "젊은의사비대위를 전적으로 지지한다"며 "젊은의사비대위가 동의하지 않는 의협과 여당· 정부안에 결단코 반대하고, 최대집 의협 집행부가 젊은 의사들의 뜻에 반해 강행한다면 회장 탄핵 등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젊은 의사들을 지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한병원의사협의회는 "젊은의사비대위와 회원들의 의도에 반하는 내용의 합의안은 원천무효"라며 "독단적 결정을 한 의협 회장과 집행부는 즉각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젊은의사비대위의 반발은 이미 예견됐다. 젊은의사비대위를 중심으로 민주당·정부·의협의 합의한 합의문을 의료계 단일안으로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민주당 관계자에 따르면 이들은 4일 새벽 합의문 협상 과정에서도 의협과 이견이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지현 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은 4일 오전 8시쯤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자고 일어났는데 나도 모르는 보도자료가(나왔다)"라며 이날 합의문이 대전협과 사전에 조율된 것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박 위원장은 이어 대전협 단체 채팅방에도 글을 올렸다. 박 위원장은 "'젊은의사비상대책위원회'는 어제 저녁 범투위 협상팀에 최종 합의문을 정책 철회 및 원점 재논의를 포함해 제출했다"며 "범투위 의결은 '단일화된 합의안을 도출하는 것'을 의결한 것이고, 확정된 합의안을 의결한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최대집 "선배 믿고 진료현장 복귀 부탁… 논의의 장서 역랑 동원"

    최 회장은 젊은의사비대위의 반발에 담화문을 발표하며 진화에 나섰다. 최 회장은 "이미 고발조치된 전공의를 비롯해 복지부가 고발을 미룬 수백 명의 전공의, 오늘을 마지막으로 시험의 기회를 잃게 될 의대생들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며 "이제 조건 없는 복귀와 구제가 가능해진 만큼 선배를 믿고 진료현장으로 돌아가줄 것을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최 회장은 그러면서 "투쟁의 결과물로서 얻어질 대화와 논의의 장에서 우리의 역량을 동원해 만들어가야 한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의료계가 분열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