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진·유증상자 속출해도 내일 대규모 개학 '강행'… "집단감염 우려" 40만 청원 '무시'
  • ▲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2017년 4월 13일 광화문 광장을 찾아 '안전한나라를 위한 대국민약속 서약식'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안전 때문에 눈물짓는 국민이 단 한명도 없게 만들겠다'는 공약을 적었다. ⓒ정상윤 기자
    ▲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2017년 4월 13일 광화문 광장을 찾아 '안전한나라를 위한 대국민약속 서약식'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안전 때문에 눈물짓는 국민이 단 한명도 없게 만들겠다'는 공약을 적었다. ⓒ정상윤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26일 하루 앞으로 다가온 대규모 등교개학과 관련해 "코로나19의 위협이 두렵지만 우리의 일상을 멈춰 세울 수 없다"며 강행 의지를 드러냈다. "등교개학이야말로 생활방역 성공 여부를 가늠하는 시금석"이라고도 강조했다.

    최근 서울 이태원 클럽과 인천 학원발 집단감염이 수백 명으로 늘어난 상황이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아이들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등교개학을 미뤄달라는 글이 올라와 25만 명 넘게 동의했다. 이 때문에 대규모 등교 이후 학교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할 경우 문 대통령을 향한 책임론이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文 "등교개학은 생활방역 성공 가늠하는 시금석"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학교에서 안전수칙을 철저히 지키는 것과 함께 학교 밖에서도 방역에 소홀함이 없어야 할 것"이라며 등교개학 강행 의지를 밝혔다.

    우한코로나 사태로 미뤄진 등교개학은 지난 20일 고등학교 3학년부터 시작됐고, 27일에는 고등학교 2학년, 중학교 3학년, 초등학교 1∼2학년, 유치원생으로 확대된다.

    인천·대구서 고3 확진자…유증상 96명 등 '공포감'

    그러나 고교 3학년 등교수업 나흘 만에 인천·대구 등에서 고등학생 우한코로나 확진자가 발생했고, 전국에서 유증상 학생 96명이 선별진료소로 이송된 데다, 코로나 바이러스와 관련성이 의심되는 '어린이 괴질(소아다기관염증증후군)' 의심 사례 2건이 발생하면서 학부모·학생들의 불안감과 공포감은 일파만파로 커졌다.

    문 대통령은 "불안이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는 부모님들의 무거운 마음을 잘 알고 있고, 정부의 마음도 같다"면서도 "우리의 방역 역량과 축적된 경험으로 볼 때 우리는 새로운 일상을 충분히 감당해낼 수 있다고 믿는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문 대통령은 이어 "교사·학부모·학생은 물론 지역사회 모두가 방역의 주체"라며 "모두가 힘을 모아 아이들의 안전을 지켜낼 때 K-방역이 또 하나의 세계 표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학교 내 집단감염이 없으면 세계적으로 칭찬받아 국가적 위상이 높아질 것이라고 기대하는 '극단적 성과주의' 행태를 보인 것이다. 현재 문 대통령의 60%대를 넘는 지지율 고공행진 현상은 우한코로나로 인한 국난 극복을 위해 여론이 현 정권에 우호적으로 결집했기 때문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세월호 때는 "미안하다"더니…이제는 "세계 표준 K-방역" 희망

    문 대통령은 2017년 3월10일 전남 진도 팽목항을 찾아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학생 200여 명을 두고 "얘들아, 미안하고 고맙다"고 방명록에 적었다. 대통령이 되면 '안전'을 최우선 가치로 삼겠다는 의지로 해석됐다. 하지만 이번 등교 강행으로 학생 안전을 외면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지난 4월부터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등교개학 시기를 미뤄주시기 바랍니다'라는 청원이 올라와 25만5333명 동의를 받고 24일 마감됐다. 청원인은 "학교는 코로나19에 가장 취약한 장소이며, 등교개학을 실시할 경우 비록 현 신규 확진자 수가 적음에도 집단감염의 우려가 크다"고 호소했다.

  • ▲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자신을 현직 보건교사라고 밝힌 또 다른 청원인도 '등교개학은 누구를 위한 것입니까?'라는 글을 지난 21일 올려 이날 오후 기준 13만3291명 동의를 받았다. 청원인은 "한 학년이 왔는데도 전혀 통제가 안 되고 학교가 난장판"이라면서 "단 하루만 학교에 나와 보시라. 쉬는 시간에 가급적 움직이지 말라고 하면 아이들이 로보트처럼 듣겠나"라고 지적했다.

    이외에도 지난 20일 이후 국민청원 게시판에서 3000명 이상 동의를 받은 등교개학 반대·연기 청원글은 4개에 달했다. 이들 청원에 동의한 사람들을 모두 더하면 같은 취지의 동의 수는 현재 40만 명이 넘는다.

    "학생이 실험체인가" SNS상 절규 확산

    또한 전날부터 트위터상에서는 학생들을 중심으로 '개학 반대 트위터 총공(총공격)'이 벌어져 실시간 인기 검색어에 '등교개학반대'가 올라왔다.

    총공격에 동참한 학생들은 등교개학을 두고 "학생이 실험체인가" "죽기 싫어서라도 무서워서 말하고 싶다" "어른들 편하자고 학생들을 전염병 속에 학교를 가게 하는 건가" "벌써 확진자 나왔는데 더 욕심을 부릴 건가" "공부도 중요하지만 학생 안전이 더 중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