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은 진정성, 책임감 있어야 한다"며 송파 전략공천도 거부해
  • ▲ 새정치민주연합 전현희 전 의원. 그는 대치동 은마사거리에 위치한 자신의 사무실에서 다가올 내년 총선을 준비하고 있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 전현희 전 의원. 그는 대치동 은마사거리에 위치한 자신의 사무실에서 다가올 내년 총선을 준비하고 있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강남 3구(서초, 강남, 송파)는 야권에 좀처럼 열리지 않는 콘크리트 지역이다. 이른바 여당의 텃밭이다.

    단지 강남 3구가 전통적인 여당의 텃밭이면 모르겠으되, 강남 3구는 수도권 판세를 주도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집권하던 시절에도 강남 3구는 굳건한 여당 지지세로 수도권의 판세에 큰 영향을 끼쳤다.

    정치권 관계자들 사이에서 "야당에겐 영남보다 힘든 곳"으로 불렸다. 사실상 야당 정치인의 무덤인 셈이다. 심지어 19대 총선 당시에는 대권후보였던 정동영 전 당의장도 새누리당 김종훈 의원에 20%p의 표차이로 패했을 정도다.

    이런 지역에서 꾸준히 명함을 내미는 야당 정치인이 있다. 그것도 여성정치인이다. 새정치민주연합 전현희 전 의원이다.

    그에 대한 수식어는 다양하다. '엄마친구 딸', '최초의 의사-변호사 자격증 소유자', '촉망받는 여성 정치신인'. 모든 수식어는 그가 가진 독특한 이력에서 생겨났다.

  • ▲ 새정치민주연합 전현희 전 의원에 대한 수식어는 다양하다. 그는 치과의사면서 동시에 변호사 자격증을 가지고 있으며, 18대 국회에서도 정치경력 없이 곧바로 원내대변인을 맡아 일했다. '엄마 친구 딸' 로 불리기에 손색이 없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 전현희 전 의원에 대한 수식어는 다양하다. 그는 치과의사면서 동시에 변호사 자격증을 가지고 있으며, 18대 국회에서도 정치경력 없이 곧바로 원내대변인을 맡아 일했다. '엄마 친구 딸' 로 불리기에 손색이 없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이런 수식어에 걸맞게 전현희 전 의원은 18대 국회에서 비례대표 7번으로 국회에 입성했다. 당선 안정권이었고, 국회 입성한 후에는 박지원 전 원내대표 밑에서 원내 대변인을 지냈다. 그만큼 소위 '엘리트 코스'를 밟아왔다고 할 수 있다.

    경남 통영에서 태어난 그가 왜 새정치연합을 택했을까. 그리고 왜 강남 을을 다시 나오려고 할까. 그는 '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다른 누구라도 할 수 있는 정치가 아니라 저만이 할 수 있는 가치있는 정치를 하고 싶다"고 당당하게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 정치가 너무 양극화 돼 있고 이념 대립의 골도 크다"면서 "여기는 여당 밭 저기는 야당 밭이다 하는건 대한민국 정치 발전에 있어서는 불행"이라고 했다.

    시대적 사명 중 하나인 지역주의 타파를 '권역별 비례대표제' 같이 룰을 바꿈으로 이루기보다는 유권자에게 선택받아 돌파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그에게서는 재선이 아니라 패기 넘치는 정치 신인 같은 도전자의 자세가 엿보였다.

    그는 강남을 출마에 자신감을 나타냈다. 국가가 보살펴야 할 저소득층이 의외로 많다고 했다. 본인이 할 수 있는 일이 분명히 있는 지역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현희 전 의원은 "지역구 내에 임대아파트가 있는데 60%~70%에 해당하는 노인들이 휠체어를 타고 잔치에 나오신 적 있다"며 "부자동네라는 이미지에 어렵가 사는, 끼니를 걱정하는 분들이 가려져있다"고 했다.

    실제로 서울 강남을은 기초생활수급자 비율이 전국7위 권에 들 정도로 사회적 약자가 많은 동네다.

    최근 세곡동 개발이나 개포동 재개발로 인해 전·월세 값이 상승하면 문제는 더 심각해질 수 있다. 그의 말을 빌리자면 강남 을 지역구는 지금 '몸살'을 앓고 있는 셈이다.

    또한 전 전 의원은 서울시와 강남구와의 효과적인 중재자가 될 수 있을것이라고도 했다.

    그는 "서울시도 구청도 서로 협조해서 주민들을 위해 봉사할 수 있는 행정을 해야한다"며 "싸워서 피해보는 것은 부지를 매입한 현대와 개발로 인해 이익을 얻을 주민들"이라는 점을 준명히 했다.

    그러면서 "제가 야당소속 의원이기 때문에 서울시와 협조를 구하는 균형추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고 밝혔다.

    그의 불굴의 도전정신은 상임위를 묻는 질문에도 계속됐다. 치과의사 출신인 그는 전문성을 인정받아 보건복지위에서 일했지만 20대 총선에서 당선된다면 더 많은 상임위를 경험해보고 싶다고 했다.

    그는 "산자위에서 경제분야, 통상분야의 전문 변호사로서 활동하며 쌓아온 전문성을 활용해보고 싶다"면서 "통상마찰과 관련된 국가적인 현안 문제들을 해결해보고 싶다"는 포부도 내비쳤다.

    전현희 전 의원은 개인적인 아픔도 담담하게 털어놨다. 19대 총선 공천에 관해서다. 그는 19대 총선에서도 강남 을에 공천을 신청했지만 정동영 전 의원에 밀렸다. 대안으로 송파갑에 공천됐지만 받아들이지 않고 사퇴했다.

    전현희 전 의원을 대신해 총선에 나선 박성수 지역위원장은 9%p 차이로 박인숙 의원에 패했다.

    그는 당시를 회상하면서 "책임감 때문에 (송파 갑)전략공천을 받아들이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당에서 혜택을 받아 비례대표로 쉽게 국회의원이 된 셈이어서 더 어려운 지역에 도전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있었다"며 "당에서 저를 경쟁력이 있다고 평가해 공천을 주니까 한편으로는 감사했지만, 강남을 지역 유권자들에게 열심히 일하면서 소신을 펼치는 정치인이 되겠다고 한 약속을 저버릴 수 없다"고 떠올렸다.

    이어 "누구든 공천에 목을 매는 현실에서 저도 고민을 좀 했지만, 제가 한 말에 책임을 지기로 하고 눈물을 머금고 불출마 선언을 했다"고 말했다.

  • ▲ 새정치민주연합 전현희 전 의원은 지난 7일, 내년 총선에 서울 강남을 지역 출마 선언을 하면서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에 강남 동반 출마를 권유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손학규 전 대표가 다시 움직이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왔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 전현희 전 의원은 지난 7일, 내년 총선에 서울 강남을 지역 출마 선언을 하면서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에 강남 동반 출마를 권유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손학규 전 대표가 다시 움직이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왔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전현희 전 의원과의 인터뷰에서 손학규 전 대표의 도전정신을 쉽게 떠올릴 수 있었다. 손학규 전 대표는 지난 2011년 4.27 재보궐 선거에서 당시 여권 초강세지역 중 하나였던 경기 분당 을에 뛰어들어 선거에서 이겼다.

    당시 한나라당에서 나온 후보는 당 대표를 지낸 적이 있는 강재섭 후보였다. '천당아래 분당'으로 불리는 '여당 텃밭'에 후보 또한 만만치 않은 적지에서 승리를 따낸 것이다. 그의 승리 이후 수도권은 더 이상 여당 강세지역이 아니게 됐다. 지금의 여야가 수도권 지역을 팽팽하게 양분하게 된 것에는 손학규 전 대표의 공이 컸다.

    손학규 전 대표가 당 대표일 때 국회의원을 지내던 전현희 전 의원에게 손 전 대표에 대해 물었다.

    그는 "손 전 대표는 서민적이고 자신을 내려놓을 줄 아는 분"이라면서 지금은 정치를 은퇴하고 초야를 벗하고 계시지만 향후 중요한 역할을 할 때가 다시 오시지 않을까 한다"고 내다봤다.

    아울러 "원칙과 명분을 중요하시 하는 분이라 총선 전에는 명분이 없다고 생각해 움직이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지원 전 원내대표의 리더십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박지원 전 원내대표가) 연고를 떠나 정치경험도 없는 저를 원내대변인으로 임명하며 관행을 타파했다"며 "오랜 정치 경륜과 정국 돌파력을 지닌 우리당의 보배 같은 분"이라고 평했다.

    또 "박 전 원내대표는 완벽을 기하는 스타일이고 같이 일하는 사람에게도 자신의 잣대를 그대로 요구한다"며 "개인적으로는 버거웠지만 정치인은 성실해야 하고 엄격해야 한다는 점을 배울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

    문재인 대표에 대해서도 "당내의 혼란을 통합의 정신으로 잘 수습하고 첨예한 대립구도의 정국을 잘 돌파해 주시리라 믿는다"며 응원했다.

  • ▲ 새정치민주연합 전현희 전 의원은 인터뷰 내내 미소와 웃음을 잃지 않았지만 자신이 진정성 있는 정치인으로 기억되고 싶다는 말을 전할때 만큼은 진지한 표정으로 답변을 이어갔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 전현희 전 의원은 인터뷰 내내 미소와 웃음을 잃지 않았지만 자신이 진정성 있는 정치인으로 기억되고 싶다는 말을 전할때 만큼은 진지한 표정으로 답변을 이어갔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그는 인터뷰를 마무리 지으면서 끝으로 자신을 책임을 다하는 정치인으로 기억해줬으면 한다고 언급했다.

    그는 "사람들이 제 이미지만 보고 똑똑하다, 호감형이다 이렇게 얘기하시지만, 저를 책임을 다하는 정치인으로 생각해주셨으면 한다"면서 "제가 강남에 다시 출마하는 것도 국민들과 한 저의 약속을 지키는, 책임을 다하는 마음으로 나가는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지난 4년 칼을 갈며 재기를 꿈꿨을 전현희 전 의원은 다른 상임위에도 도전 의사를 밝힐 만큼 꾸준히 전문성을 키우려 노력 했다.

    그러나 유권자에겐 '유능한 정치인'보다는 그저 책임을 다하는 성실하고 포용적인 정치인의 모습으로 비쳐지길 바랬다.

    화려한 이력을 들이대기보다는 진정성 있는 모습으로 유권자들을 만나겠다는 그가 지난 2011년 분당에 야당 깃발을 꽂은 손학규 전 대표가 그랬듯, 강남에서도 야당의 깃발을 꽂고 대한민국 정치에 한 획을 그을 수 있을지 주목되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