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승부하고 국민 설득 노력 뒷받침 돼야… "남양주 자존심 지키겠다"
  • ▲ 분구가 예상되는 남양주 병에 출마를 준비중인 김장수 전 청와대 선임행정관은 '소득 상위 2%~10%구간을 차지하고 있는 좌파 기득권이 소득을 분배해야 대한민국 경제상황이 나아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분구가 예상되는 남양주 병에 출마를 준비중인 김장수 전 청와대 선임행정관은 '소득 상위 2%~10%구간을 차지하고 있는 좌파 기득권이 소득을 분배해야 대한민국 경제상황이 나아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2015년 하반기 최대의 화두는 노동개혁이었다.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신년사에서도 앞장서서 "노동개혁을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야당을 총선에서 심판해달라는 절박한 호소도 쏟아졌다.

    야당은 노동개혁을 '노동개악'이라고 부르면서, 비정규직을 늘리고 쉬운 해고를 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비난했다.

    여야는 반년 넘게 첨예한 대립을 이어갔다. 서로의 방향이 잘못됐다고 손가락질하기 바빴다.

    그러나 정작 현재 논의되고 있는 노동개혁이 본질적인 부분인 '이중적 노동시장'의 모순을 비켜간 채 진행되고 있다는 주장이 일각에서 제기 됐다. 그 주장의 주인공은 전 청와대 선임행정관을 지냈던 김장수 박사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참모였던 그의 주장이라 더욱 이목이 집중됐다.

    내년 총선에서 분구가 유력한 남양주 병 지역 출마를 결심한 그는 국회의원이 돼 '이중적 노동시장' 철폐와 '수도권규제완화'를 외치기 위해 총선에 출마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김장수 박사는 먼저 "한국 노동시장의 문제는 상위 10%가 가져가는 몫이 너무 많다는 것"이라며 "민주노총과 같은 좌파기득권이 상위 10%의 핵심"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덴마크 같은 국가는 상위 10%가 전체 부의 26%밖에 안 가져가지만 한국은 최대 48%까지 가져간다"면서 상위 10%가 전체 부의 50%를 가져가고 다음 상위 10%가 전체 부의 20%를 가져가는 식이다. 그러니 밑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죽어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파리 경제대학 데이터베이스에 등록된 대한민국 상위 1%의 소득점유율은 12.23%로 OECD 가입국 중 높은 편이긴 하지만 다른 나라와의 격차가 아주 크지는 않다. 영국의 상위 1% 역시 12.93%, 독일의 상위 1%의 소득 점유율도 10.88% 수준이다.

    반면, 대한민국의 상위 10%의 소득점유율은 미국과 함께 압도적으로 높은 편에 속한다. 정규직 개념이 강한 일본의 40.5%보다도 높은 44%를 기록했다. 26.88%의 덴마크, 31.64%의 핀란드와 비교해도 현격한 차이다. 노동개혁을 앞장서서 이뤄 훨씬 시장 친화적이라고 평가받는 국가인 독일과 영국마저도 상위 10%의 소득점유율은 각각 34%, 39%였다.

    한국만 유독 2~10% 구간이 가져가는 몫이 많은 셈이다. 그는 2~10% 구간의 사람들을 좌파 기득권이라고 불렀다 민주노총 등 노조들이 상위 10%까지를 주로 구성하고 있다고 지목했다. 대부분 민주노총 등 '귀족노조' 소속 노동자들은 생산성 향상이 아닌 정치적 투쟁을 통해서 현재의 지위와 임금을 얻어냈다. 그 결과 대기업 노조는 경쟁을 잃었고, 하청업체·중소기업 노동자는 각박한 현실에 내몰렸다.

  • ▲ 그는 대한민국 경제의 문제를 노동시장 문제에서 찾았다. 특히 소득 상위 2%~10%구간을 형성하는 좌파 기득권을 가장 큰 문제로 보았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그는 대한민국 경제의 문제를 노동시장 문제에서 찾았다. 특히 소득 상위 2%~10%구간을 형성하는 좌파 기득권을 가장 큰 문제로 보았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그는 이어 "업종별 임금 격차 역시 덴마크 같은 곳은 자동차 정비사 자격증을 가지고 있으면 임금에서 2배 이상 차이가 나지 않는다"면서 "일본 역시 도요타가 1.77배를 받는다. 1년 차와 30년 차의 임금 차이가 3.8배가 나는 우리와는 다르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 문제가 좌우의 문제가 아니며 다음 대선 때인 2017년에는 반드시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도 했다. 그는 "우파의 핵심은 경쟁이고 시장인데, 누구는 대학교 졸업하고 시험만 딱 붙으면 30년간 쭉 가고, 못 붙은 사람들은 암만해도 안 되는 건 시장경제 체제에 맞지 않는다"고 일갈했다.

    좌파의 '공정성' 논리와도 맞지 않는다고 했다. 조선시대 신분제와 다를 바 없다는 이야기다. '수저 이론'을 꺼내는 정치인은 많지만, 이토록 자세한 숫자로 설명하는 사람은 드물다.

    그는 우리나라 정치의 수준이 올라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친노-386들은 경제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모르고, 100년 전 마르크스나 마오쩌둥이 했을 법한 이야기들을 하고 있다"며 "우리나라에 정치인들이 무식하다는 것은 매우 큰 약점"이라고 했다.

    나아가 "이 (이중적 노동시장)구조는 계속 유지될 수 없다. 인구가 곧 줄어들고 세금이 줄어드는데 그렇다면 경찰·소방 등 특수한 분야가 아니라면 공공부문부터 계약직화하는 수밖에 없다"며 "국민이 싫어해도 설득해 나가는 게 보수고, 보수가 그간 보여줬던 실력"이라고 했다.

    특히 이 의제를 통해 그는 국가가 나아갈 비전과 방향을 보수가 제시하고 국민을 설득해야 한다고 봤다. 진보진영과 표 싸움에서 반드시 불리하지만도 않다고 전망했다.

    김 박사는 "진보진영의 3대 축은 청년과 호남, 좌파기득권인데 진보진영이 좌파기득권을 일방적으로 대변하고 있다"며 "이대로 가면 청년과 호남이 떨어져 나가 진보가 몰락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 ▲ 그는 지난 해 책을 두 권 썼다. 그는 책에 있는 내용을 내년 총선의 메인 프레임으로 쓰겠다고 말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그는 지난 해 책을 두 권 썼다. 그는 책에 있는 내용을 내년 총선의 메인 프레임으로 쓰겠다고 말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김장수 박사가 이처럼 자신 있게 소신을 꺼내놓는 것은 그의 이력과도 관련이 있다. 그는 국가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옆에서 지켜볼 기회가 많았고, 또 많은 여론조사를 연구면서 여론에 민감해졌다.

    그는 대학생 때는 PD 계열의 학생운동을 강하게 했지만, 미국으로 유학을 갔다 오면서 생각의 많은 부분을 바꿨다. YS때는 대통령자문정책기획위원회에서 연구원을 맡았고, 이명박 대통령의 경선 때부터 여론조사를 도맡았다.

    그는 특히 이명박 전 대통령의 총애를 받았다고 했다. 이 전 대통령이 "장수야, 장수야 불렀다"고 회상했다. 그에게 중도 실용 노선을 다시 걸어야 한다는 패널조사 보고서를 써낸 사람도 본인이라고 했다. 그는 이명박 전 대통령 재임기에 청와대 정무수석실에서 선임행정관을 맡았다. 그는 정치권에서도 브레인으로 통했다.

    그의 자신감은 양날의 검이 되기도 했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무상급식에 대해 주민투표 카드를 만지작거리자 그는 "무상급식에는 반대하지만 저런 식으로 해서는 안 된다"며 부정적 견해를 피력했다. 당시 이재오 특임장관이나 청와대의 다른 사람들과 의견이 달랐던 그는 결국 청와대에서 쫓겨나 공기업으로 움직여야 한 적도 있었다.

    굴곡이 있긴 하지만, 김장수 박사는 자신의 소신을 후회하지 않았다. 그는 이명박 대통령이나 박근혜 대통령이 잘못한다고 하면 자정능력을 보여줘야 한다고 못 박았다.

    최근 친박에 불었던 '진실한 사람' 논쟁에도 그는 "촌스럽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자신과 친한 사람들에게 진실하다고 하는 것은 편 가르기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김장수 박사의 저격은 박근혜 대통령에 그치지 않았다. 오픈프라이머리를 외치는 김무성 대표에게도 쓴소리를 던졌다.

    원론적으로는 아주 좋은 이야기지만 실질적으로는 문제가 있다는 이야기다.

    그는 "저도 지역구 관리라는 것을 해보려고는 했지만 쓸데없는 짓이라고 느꼈다"면서 "국회의원이 조기 축구회 가서 공을 차고 상갓집을 많이 가는 사람을 뽑는 선거가 아니지 않으냐"고 되물었다.박 대통령도 김 대표도 자신의 트라우마로 정치해서는 곤란하다는 비판이다.

    그의 비판은 국회의원이 중앙 정치를 해야 한다는 점을 전제하고 있다. 국회의원의 지역개발론은 수도권 규제 완화 등을 국회에서 논의하고, 입법 활동을 통해서 실현해야 한다는 것이다. 당론을 따른다면 수도권 개발론을 외치지 못하는 야당은 남양주에서 설 자리가 없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박사는 "남양주가 수도권 규제로 인한 피해를 가장 많이 보는 지역"이라며 "그런데 최재성 의원이나 박기춘 의원 등은 그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정당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솔직하게 수도권 규제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설득할 수는 있겠지만 그러기 쉽지 않으리란 전망이다. 같은 남양주 병 지역구에는 비례대표였던 최민희 의원이 출마를 준비중이다.

  • ▲ 그는 사람들에게 국가를 걱정한 정치인으로 기억되고 싶다고 했다. 반드시 해야 할 일이라면 국민을 세련되게 설득하는 모습이 정치권에 필요하다고 했다. 대한민국 정치의 수준이 올라야 한다고 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그는 사람들에게 국가를 걱정한 정치인으로 기억되고 싶다고 했다. 반드시 해야 할 일이라면 국민을 세련되게 설득하는 모습이 정치권에 필요하다고 했다. 대한민국 정치의 수준이 올라야 한다고 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그는 후배들에게 항상 '나라를 걱정한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고 했다. 국회의원이 되고 안되고보다 중요한 것이 있다는 의미다. 국회의원이라는 자리에 연연하지도 않는다고 담담하게 털어놨다.

    김장수 박사는 "제가 국회의원 자리에 목숨을 걸지 않는게, 국회의원을 하면 더 일을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 나오는거지만, 그걸 안한다고 제가 해야할 일을 못하거나 안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저는 이 일을 좋아해요. 떠들잖아요. 남양주에 그래 노동개혁 하자는 이야기라도 하잖아요"라고 싱긋 웃었다.

    더불어 "제가 이 이야기를 하는건 제 생각이 틀리건 저 사람들이 맞건간에, 이대로 가면 우리 애들 미래는 없다. 제 마누라도 선생님이지만, 이대로 가면 나라가 망한다는 절박한 심정엔 변함이 없다"면서 " 선배들이 고생해서 여기까지 왔는데 이 우리도 우리가 조금 희생하더라도 이부분 풀고가야한다"고 호소했다.

    "(노동시장) 이 부분은 제가 많이 알잖아요? 제 책임이 된거죠"라는 말을 끝으로 자리를 일어난 그는 '위기의 대한민국, 재벌과 귀족노조 혁신해야 합니다'라고 써 있는 현수막을 기자에게 보여줬다. '100만 남양주 시대의 자존심을 지키겠다'라는 문구도 눈에 띄었다.

    노동개혁과 수도권 규제완화 같은 굵직한 역사적 담론을 중앙정치에서 책임지고 실현해 나가겠다는 김장수 박사. 차기 보수진영 대권후보 영입 1순위를 자부하는 그가 남양주에서 언급한 문제를 차기 대선공약에 올리며 남양주의 품격과 자존심을 끌어올릴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