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 경제활성화 막는 국회에 일침 "정치권 스스로 개혁하고 변화해야"
  • ▲ 박근혜 대통령이 4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2016 신년인사회에 5부 요인 인 정의화 국회의장, 양승태 배법원장, 황교안 국무총리, 박한철 헌재소장, 이인복 선관위원장과 입장하고 있다. ⓒ뉴시스
    ▲ 박근혜 대통령이 4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2016 신년인사회에 5부 요인 인 정의화 국회의장, 양승태 배법원장, 황교안 국무총리, 박한철 헌재소장, 이인복 선관위원장과 입장하고 있다. ⓒ뉴시스

     

    박근혜 대통령이 정의화 국회의장을 만났다.

    4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신년인사회에서다.

    행사에는 5부(部) 요인인 정의화 의장, 양승태 대법원장, 박한철 헌법재판소장, 황교안 국무총리, 이인복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을 비롯해 여당 지도부, 경제 5단체장, 장·차관급 인사 등 220여명이 참석했다.

    초청을 받은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불참했다. 문재인 대표를 맹비난한 뒤 탈당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는 이종걸 원내대표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아들 병역비리 의혹]과 관련해 재판을 치르고 있는 박원순 서울시장은 빼꼼히 얼굴을 내비쳤다. 이날 신년인사회에는 사법부 핵심관계자들이 총출동했다. 다만 박원순 시장이 이들과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에 대해서는 알려지지 않았다.

    오후 2시 55분. 정의화 의장은 행사장으로 입장하는 길에 청와대 출입기자들과 만났다.

    정의화 의장은 '경제 5단체장이 찾아갔다고 하는데 만났느냐'는 질문에 "어, 아니요. 못 만났는데..."라고 답했다.

    '(처리가 미뤄지고 있는) 경제법안을 직권상정할 계획이 있는가'라는 질문에는 "어..."라며 말을 얼버무렸다.

    오후 3시 17분. 박근혜 대통령이 행사장에 입장했다.

    참석자들은 국민의례 후 애국가를 제창했다. 이어 호국영령과 순국선열을 위한 묵념을 한 뒤 일제히 착석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말문을 열었다.

    박 대통령의 새해 인사 속에는 노동개혁 5법과 경제활성화법을 신속히 처리해 달라는 당부가 고스란히 녹아 있었다.

    박근혜 대통령의 주요 발언 내용이다.

    "여러분. 반갑습니다. 2016년 새해, 여러분 모두 건강하시고 소망하는 일들이 이뤄지기를 기원합니다. 작년 한 해는 글로벌 경제환경이 계속 좋지 않았지만 국민과 정부가 합심해서 위기를 극복하고 도약을 위한 토대를 다질 수가 있었습니다.

    특히 공무원 연금 개혁과 17년만의 노사정(勞使政) 대타협으로 공공개혁과 노동개혁의 큰 걸음을 내디뎠고, 금융개혁과 교육개혁의 성과가 하나 둘 구체화된 것은 우리사회의 큰 변화를 이루어 내기 위한 시작이었습니다.

    중국을 비롯한 주요 국가들과의 자유무역협정(FTA) 확대로 우리의 경제영토를 크게 넓힐 수 있었고, 선진국들의 신용등급도 줄줄이 떨어지는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우리의 국가신용등급은 역대 최고를 기록했습니다.

    또한 남북 관계와 한-일 관계에서도 새로운 관계 구축을 위한 진전을 만들어 냈습니다. 지난 한 해 각고의 노력을 다해주신 공직자 여러분과 힘든 여건 속에서도 최선을 다해주신 국민 여러분께 깊이 감사를 드립니다.

    새해에도 우리 앞에 놓인 도전이 만만치가 않습니다. 세계 경제가 여전히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특히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 경제의 둔화가 우려스럽습니다.

    청년일자리, 기업경쟁력 약화, 인구절벽 등 당장 우리가 극복해야할 내부과제들도 산적해 있고 한반도를 둘러싼 외교안보 정세 역시 잠시도 마음을 놓기 어려운 것이 사실입니다. 이런 상황일수록 우리가 변화와 개혁을 이루지 못한다면 과거로 돌아가서 국가적으로 어려움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입니다.

    지금 우리 앞에 놓인 경제개혁과 국가혁신의 과제들은 우리의 미래가 달려있는 것들이고 후손들을 위해 반드시 매듭을 지어야 하는 일들입니다.

    저는 10년 뒤 우리나라가 무엇으로 먹고살지, 우리 청년들이 어떤 일자리를 잡고 살아가야 할지를 생각할 때마다 두려운 마음이 들곤 합니다. 그리고 그때마다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 4대 구조개혁을 반드시 완수해야 한다는 절박감이 생깁니다.

    그렇지 않으면 국민들이 바라는 경제 활력의 불꽃이 일어나지 못할 것이고, 우리 청년들이 간절히 원하는 일자리와 미래 30년 성장의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공허한 메아리에 그칠 것이기 때문입니다. 과거 우리는 전쟁의 폐허와 최악의 상황 속에서도 함께 힘을 모아 세계가 놀란 발전을 이뤄냈습니다. 우리는 할 수 있습니다.

    '정신을 집중해서 화살을 쏘면 바위도 뚫을 수 있다'는 옛 말씀이 있습니다. 지금 우리 앞에 많은 난관과 도전이 있지만 우리가 마음과 힘을 하나로 모은다면 못해낼 일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 자리에 참석하신 여러분께서 앞장서 주시기 바랍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치가 국민을 위한 일에 앞장서야 하고, 국민의 민생에 모든 것을 걸어줘야 합니다."



     

  • ▲ 정의화 국회의장.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정의화 국회의장.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청와대는 이번 임시국회가 끝나는 8일까지는 민생(民生) 관련 경제법안들이 반드시 국회에서 처리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여야가 핵심법안들을 놓고 여전히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어 현실적으로 남은 대안은 정의화 의장의 직권상정 뿐이라는 게 청와대의 인식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정치권이 스스로 개혁에 앞장서서 변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새해, 국민의 삶을 돌보는 참된 정치를 실천에 옮겨서 국민의 사랑과 신뢰를 회복하길 기대하고 공직자들은 부패척결과 비정상의 정상화 작업을 일관되게 추진해 기본이 바로 선 사회를 만들어가는 데에 앞장서 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직권상정을 직접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사실상 정의화 의장에게 결단을 요청한 것으로 해석된다.

    경제계는 노동개혁 5법과 경제활성화법의 연내 처리가 무산되자 답답한 마음에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최근 지역 상공회의소 회장단은 정의화 의장을 직접 방문해 법안 처리를 호소했고 경제 7단체 대표들도 입법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남규 부산상공회의소 수석부회장은 "(경제법안들이) 통과 안 돼서 많은 기업인들이 고통을 겪고 있다"면서 정의화 의장에게 직권상정을 에둘러 촉구하기도 했다. 다른 회장들은 "동남권 지역 기업들은 중소협력업체들로 구성돼 경기 부진의 영향이 큰데 법안 처리를 통한 법적 지원이 절실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영자총협회 등 경제 7단체 대표들도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법안 처리의 시급성을 강조했다.

    대한상공회의소, 전국경제인연합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한국무역협회, 한국경영자총협회, 한국상장회사협의회는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은 서비스산업이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발전하기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는 법안으로, 서비스산업의 경쟁력을 높여 내수기반을 확충하고 일자리창출을 동시에 견인해 나가야 우리 경제의 지속 성장을 담보할 수 있다"고 역설했다.

    기업인들의 타들어가는 속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정의화 의장은 '화합이 으뜸'이라는 애먼 소리만 내고 있다.

    박 대통령의 모두발언에 이어 건배사에 나선 정의화 국회의장은 노자의 도덕경(道德經)에 나오는 '청정위천하정(淸靜爲天下正)'을 언급하며 "우리 사회는 갈등과 분열이 너무 심한데 이것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화합하고 서로 통합의 정신을 가지고 나라를 하나로 마음을 다져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또 "우리 박근혜 대통령님께서 지금 추구하고 계시는 4대 개혁은 물론이고 앞으로 닥칠지 모르는 위기 상황을 우리가 잘 이겨내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화합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새신발(새해에는 신바람나게 발로 뛰자)'이라는 건배사를 외쳤다.

    오는 6일에는 대한상공회의소 주최로 경제계 신년인사회가 열린다.

    경제활성화와 성장기반 확충을 위한 필수 법안들이 야당의 끝없는 반대로 연내 처리가 갈수록 불투명해지고 있는데 따른 절박한 호소가 쏟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국회는 요지부동이다. 헛바퀴만 돌고 있다.

    우리 경제를 좌우할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정의화 의장이 언제까지 느긋한 선비마냥 팔장만 끼고 앉아 있을지 이목이 집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