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주의' 수명 다헤미국의 안보부담 분산 요구에 부응중국 막는 동맹 핵심국가로 부상 중
-
- ▲ 사실상 군사강국인 일본이 명목상 족쇄로 작동 중인 헌법을 개정하려 하고 있다. 보통의 한국인들은 일본의《보통국가화》를《전전의 군국주의 부활》로 이해하는 경향이 있다. 본능적 거부감이다. 중국의 군사적 팽창-압박-행패는 애써 외면하면서 말이다. 국내 친중-반미-반일 좌파의 내러티브에 세뇌된 탓이다. ⓒ 제미나이
■ 핑계거리 된 헌법지난 수십 년간 일본의 이른바 평화헌법은 일본이 군사적으로 무엇을 할 수 있고, 무엇을 할 수 없는지를 규정하는 제약으로 자주 언급되어 왔다.그러나 최근 이란 분쟁을 둘러싼 중동 위기는 이러한 인식의 한계를 더욱 선명하게 드러내고 있다.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사실상의 선택적 봉쇄가 이어지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에너지 수송로 중 하나를 보호하는 데 있어 일본을 포함한 동맹국들의 기여가 부족하다고 거듭 비판해왔다.페르시아만 원유에 크게 의존하는 일본 역시 이 사안에 명확한 이해관계를 가진 당사자다.그럼에도 일본은 이번에도 헌법 제9조를 근거로 신중한 대응을 유지하고 있다.다카이치 총리는 해협의 전략적 중요성을 인정하면서도, 법적 제약이 일본의 행동 범위를 제한한다고 강조했다.이는 익숙한 설명이다.일본은 할 수 있다면 행동할 것이지만, 헌법이 그것을 가로막고 있다는 논리다.■ 해석과 특별입법으로 구멍 메꿔그러나 이 주장은 날이 갈수록 설득력을 잃고 있다.1946년 미군 점령하에 작성된 일본 헌법 제9조는 전쟁과 무력행사를 국제분쟁 해결 수단으로 영구히 포기하고, 전력의 보유를 금하고 있다.하지만 현실에서 이 조항은 실질적 제약이라기보다, 이미 내려진 정치적 선택을 사후적으로 정당화하는 수사로 기능해 온 측면이 크다.실제로는 필요하다고 판단할 때마다 행동해 왔고, 그때마다 헌법 해석을 자유롭게 확장하거나 재구성해 왔다.1991년 걸프전 당시 일본은 재정적 기여에 의존하고 직접 참여를 회피했다는 국제적 비판에 직면했다.그에 대한 대응은 자제가 아니라 조정이었다.일본은 뒤늦게나마 페르시아만에 기뢰 제거 함정을 파견하며, 전후 최초의 본격적인 해외 군사 활동에 나섰다.법적 논리는 언제나 전략적 판단 뒤를 따라왔다.9·11 동시다발 테러 이후에는 대테러특별조치법을 제정해 아프가니스탄 작전을 지원했고, 인도양에서 약 10년에 걸쳐 해상 급유 임무를 수행했다.2004년에는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의 결정 아래, 특별 입법을 통해 이라크에 지상자위대를 파병했다.임무는《비전투 지역》으로 한정되었지만, 그 경계는 법적으로만 유지되었을지 언정 현실에서는 모호했다.이러한 흐름은 이후에도 이어졌다.2013년 남수단에서는 한국 평화유지군에 탄약을 제공하며 기존 제약적 해석의 범위를 넓혔다.2015년 아베 정권은《존립위기 사태》개념을 도입해 제한적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허용했다.평화유지활동 규정 역시 개정되어, 공격받는 동맹군을 지원하기 위해 자위대가 무기를 · 수 있는 조건이 확대되었다.그리고 이러한 변화는 더 이상 법적 해석의 차원에 머물지 않는다.일본은 이미 서남 도서 지역에 반격 능력을 갖춘 장거리 미사일을 배치했으며, 향후 이를 확대할 계획이다.치명적 무기를 포함한 방위장비 수출 규제 역시 완화되고 있다.기시다 정권에서는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기 위해 패트리엇 요격 미사일을 미국에 이전함으로써, 미국이 키이우에 제공할 물량을 보충하는 간접 지원도 이루어졌다.■ 일본의 보통국가화물론 일본 내 정치와 법적 해석은 여전히 중요하다.여론 또한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으며, 정책 변화의 속도와 범위를 제약하는 내부 요인도 분명 존재한다.그러나 이는 절대적인 헌법상의 한계라기보다 정치적 선택의 문제에 가깝다.이를 불변의 법적 장벽으로 간주하는 것은 일본이 이미 확보한 역량과 책임의 범위를 오히려 흐리게 만든다.문제는 일본이 무엇을 할 수 있는가가 아니다.무엇을 할 수 있다고 스스로 착각하고 있는가이다.일본의 유력 싱크탱크 일본전략연구포럼이 실시한 한 위기 시뮬레이션은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대만 유사시를 가정한 시나리오에서 참가자들은 《존립위기 사태》가 언제 성립하는지 판단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고, 그 판단은 일본의 생존이 임박한 현실로 다가온 이후에야 내려졌다.그러나 실제 위기에서 그런 판단은 이미 늦다.대만해협이나 동중국해에서의 충돌은 매우 짧은 시간 안에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며칠의 지연은 억지력 약화와 대응 기회의 상실로 이어질 수 있으며, 그 비용은 일본과 동맹국 모두에게 치명적일 수 있다.전후 일본은 본국의 군사적 제약이 외부에서 강요된 것으로 주로 설명해 왔다.이는 한때는 현실에 기반한 설명이었다.하지만 지금은 다르다.직접적인 적대국을 제외하면 일본의《보통 국가화》에 대한 구조적 저항은 사실상 사라졌다 할 수 있다.실제로 미국은 글로벌 안보 부담을 분산하기 위해 동맹국들의 역할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유럽은 재무장을 가속하고 있고, 인도·태평양의 파트너 국가들 역시 일본이 역내외에서 보다 적극적인 안보 역할을 수행하기를 기대하고 있다.그리고 일본은 이미 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첨단 군사 능력을 갖추고, 미국 및 파트너국들과 유사시를 가정한 훈련을 긴밀히 실시하며, 전략적 가동 범위를 인도·태평양 쪽으로 빠르게 넓혀가고 있다.■ 평화주의에 나약해진 일본전후 일본의 평화주의는 한때 의미가 있었다.주변국을 안심시키고 경제 회복을 가능하게 했다.그러나 어느 내러티브에도 유효기간이란 게 있다.그 시기를 지나면, 그것은 안정이 아니라 비용으로 전환된다.오늘날 일본이 직면한 질문은 더 이상 헌법 제9조가 무엇을 허용하는가가 아니다.지난 30년의 경험이 이미 그 답을 보여주었다.남은 질문은 하나다.일본이 이른바《평화헌법》이란 환상에서 벗어날 수 있는가이다그 환상을 내려놓지 않는 한, 일본의 가장 큰 제약은 헌법이 아니라 일본 자신일 것이다. -
[편집자 주] 필자는 일본《산케이신문(産經新聞)》산하 유력 영자지인《재팬포워드(Japan Forward)》의 서울특파원이다.
- ▲ 필자 요시다 켄지 기자. ⓒ
22년부터 한국 관련 뉴스를 영어로 보도하는 그는 한국어문 구사에도 아주 능하다.미국 윌리엄&메리대에서 정치학을 전공했다.The Diplomat, Asia Times 등 영자지는 물론 일본의 주간《신쵸》월간《하나다》에도 활발한 기고활동을 하고 있디.본지에 "일본인 기자의 양심고백, 외신기자인 나도《계몽》되었다 …《한국 법치주의 붕괴》우려한다"를 기고, 주목을 받았다.이글은 원로언론인둘의 모임인 사단법인《대한언론인회》에서 발행하는 신문《대한언론인회보》에도 다시 실릴만큼 화제가 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