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택시조합 매관매직·금품수수 사건, 연루 임원 절반이 여전히 현직유죄 인정돼 법적 처벌 절차 진행에도 징계 없어조합 "면직하면 소송 부담, 임원 대거 해임 시 재선거도 큰 비용"서울시 "조합 내부 문제" 사실상 관망…법상 감독 권한에도 조치 없어"수천억 이권 구조 속 반복된 비리, 감독 책임 확실해야"
  • ▲ 서울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 사무실 ⓒ김승환 기자
    ▲ 서울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 사무실 ⓒ김승환 기자
    선거 과정에서 금품을 주고받아 처벌받았거나 매관매직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서울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 간부들이 사건이 드러난 지 반년이 넘도록 자리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은 약 5만 명의 개인택시 기사가 가입한 시내 최대 개인택시 단체다. 민간 이익단체 성격이지만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에 따라 일부 업무를 서울시로부터 위탁받아 수행하고 있어 서울시의 관리·감독 대상이기도 하다.

    비리 사건 관계자 상당수가 여전히 조합 핵심 직책을 유지하고 있지만 조합과 서울시 모두 뚜렷한 조치를 내놓지 않으면서 미온 대응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금품 수수·매관매직 사건…기소된 21명 중 13명 현직 유지

    5일 본보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개인택시조합 내부 선거 과정에서 금품 수수 및 매관매직 사건으로 기소된 인물 21명 가운데 13명이 현재도 조합에서 직책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지난 2021년부터 2024년까지 진행된 조합 임원 선거와 임명직 지명 과정에서 금품을 주고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 공소장에 따르면 일부 인사는 전임 이사장 당선을 전후해 임명직 자리를 요청하며 4천여 만원의 현금을 건넸고 이후 실제로 해당 직책에 임명됐다. 또 선출직 임원 선거 과정에서도 이사장에게 전달된 5천 만원 가량의 금품이 투표권을 가진 대의원 등에게 쪼개져 전달된 정황이 확인됐다.

    이 사건의 핵심 인물로 꼽히는 전임 이사장은 자택 압수수색 과정에서 현금 17억 원이 발견되기도 했으며 현재 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고 있다.

    전임 이사장 구속 이후 조합은 지난해 보궐선거를 통해 새 지도부 체제로 전환됐지만 금품 수수 사건에 연루된 인물 상당수가 여전히 조합 본부장과 지부장, 대의원 등으로 재직하며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특히 선거 과정에서 표를 주는 대가로 금품을 받은 대의원 5명의 경우 불법 사실을 인정해 법원의 추징금 절차가 진행 중임에도 여전히 직책을 유지하고 있다.

    ◆조합 "소송·재선거 비용 부담"…서울시 "조합 내부 문제"

    조합 측은 이들의 자리를 유지하고 있는 이유로 소송 부담을 들었다.

    조합 새 지도부 관계자는 "재판 결과가 나오기 전에 면직할 경우 당사자들이 무효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 있어 부담이 크다"고 설명했다.

    조합은 전 부이사장 등 일부 임원을 면직했다가 무효 소송을 당했고, 임원과 별개인 대의원 자격을 박탈했을 때도 추가 소송이 제기돼 한 사람을 상대로 여러 건의 소송이 진행 중이라는 입장이다.

    조합 측은 "기소된 임원 전원을 면직할 경우 여러 명을 상대로 동시에 소송을 진행해야 하는데 비용 부담이 크다"고 밝혔다.

    이미 유죄가 인정돼 처벌 절차가 진행 중인 일부 임원에 대해서는 "임원이 대거 면직될 경우 재선거를 치러야 하는데 비용 등 현실적인 문제가 있어 고민 중"이라고 설명했다.

    조합을 관리·감독하는 서울시 역시 적극적인 개입에는 선을 긋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우선 조합 내부의 결정을 지켜보는 상황"이라며 "조합 정관에 따라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인 만큼 내부 판단을 존중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에 따라 서울시가 조합 임원 개선 명령을 내릴 수 있는 권한이 있지만 실제로 이를 적용할 수 있는 사안인지에 대해서는 추가 법률 검토가 필요하다고도 덧붙였다.

    이 때문에 사건에 연루된 임원들은 당분간 직책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조합측 입장에 따라 임원 대거 면직에도 재선거를 하지 않으려면 올 연말까지는 면직할 수 없고 이후에도 소송 가능성을 고려하면 다음 선거가 예정된 내년 11월까지 직을 박탈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경우 직을 유지하고 있는 비리 의혹 임원들은 임기를 모두 채우는 셈이 된다.

    ◆이권 구조 속 반복된 비리…감독 책임 도마

    조합 내부에서는 이번 사건이 일회성이 아닌 조합 내 이권 구조와 관리·감독 부재가 낳은 반복적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우선 조합 임원은 연봉 2억 원 수준의 이사장부터 수천만 원의 직책까지 다양하다. 택시운행을 하지 않더라도 보장되는 수익이다. 상근하지 않더라도 월 4회 가량의 회의 참석만으로 월 백여 만 원을 받는 자리도 있다. 

    또 서울 개인택시조합은 조합비만해도 연간 예산 150억 원 규모의 조직으로 택시기사 상조회와 복지회, 가스충전소 등 별도 사업까지 운영하고 있다.

    조합의 한 관계자는 "조합의 가스충전소 사업 매출만 해도 연간 2000억 원이 넘는다"며 "고령자가 많은 조직 특성상 감투에 대한 욕구도 있지만 직책을 통해 다양한 이익 기회가 발생하기 때문에 돈을 주고라도 직을 사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2023년에는 조합 간부들이 특정 자동차 수리업체에 일감을 몰아주는 대가로 금품을 받은 사건이 드러나 수사를 받기도 했다.

    일부 지부장의 경우 지부 소속 기사들의 택시면허 매매 과정에 관여하면서 추가 수수료를 얻는 구조도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조합 관계자는 "1인 사업자인 개인택시 기사들의 권익 보호를 위해 만들어진 조직이 폐쇄적이고 권위적인 구조로 운영되고 있다"며 "조합을 견제할 장치가 부족하다 보니 같은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서울시는 법적으로 관리·감독 책임이 있지만 실제로는 책임을 미루고 있다"며 "보다 적극적인 관리·감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