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훈, 2014년 교회 강연서 직접 밝혀"보좌진에 교회·목사 명단 확보 지시"이혜훈이 지목한 기재위엔 朴 전 대통령도李 대통령은 "종교 정치 개입 헌법 위반"野 "대통령은 정교분리, 이혜훈은 정교유착"
  • ▲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가 지난 15일 서울 중구 예금보험공사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을 뒤돌아보고 있다. ⓒ뉴시스
    ▲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가 지난 15일 서울 중구 예금보험공사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을 뒤돌아보고 있다. ⓒ뉴시스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가 과거 자신과 뜻이 다른 국회의원들의 지역구 교회에 전화를 걸어 '낙선운동'을 요청했다고 말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슬람 채권에 세제 혜택을 주는 '스쿠크법'을 막고자 이에 찬성하는 동료 상임위원들을 압박했다는 것이다.

    16일 뉴데일리가 입수한 영상에 따르면 이 후보자는 2014년 5월 서울 강북구의 한 교회에서 연단에 섰다. 

    그는 이 자리에서 자신이 스쿠크법에 반대하고 막았던 일화를 소개했다. 스쿠크법은 이슬람 채권에 세제 혜택을 통해 중동의 '오일머니'를 유치하고 외화 조달의 다변화 등 목적으로 2011년 이명박 정부가 직접 추진하던 법안이었다. 대규모 외화를 유치할 수 있다는 정부의 주장과 달리 당시 기독교계에서는 이슬람 자본이 한국을 집어삼킬 수 있다며 강하게 반대했다. 

    이 후보자는 법안 통과를 막기 위해 담당 국회 상임위원회 소속 동료 의원들을 찾아 설득에 나섰다고 밝혔다. 기독교 신자인 변호사 3명이 당시 현역 의원이던 이 후보자의 의원회관 사무실을 찾아 직접 법안에 반대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했고, 이 후보자도 이에 동의했다고 한다. 

    그는 "(법을 통과시키기 위한) 두 번째 관문(상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26명이 투표를 한다"면서 "이 사람들을 찾아다녔더니 두 명 빼고 전부 자기는 '어쩔 수 없다'고 했다. 세 번, 네 번씩 찾아갔는데 23대3에서 더 (진도를) 못 나갔다"고 말했다. 

    이 후보자에 따르면 이들은 대통령이 추진하는 법안에 반대하면 공천을 못 받을 것으로 걱정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후보자는 "공천은 대통령이 주라고 하면 줄지 모르겠지만 표는 유권자들이 주라고 하면 주겠느냐"면서 "대형 교회 목사님들이 주라고 하면 몰라도"라고 했다. 

    설득이 막히자 이 후보자는 압박을 위해 교회에 낙선운동을 요청했다고 한다. 이 후보자는 "제가 전화하면 목사님들이 도와줄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전화를 했다"고 밝혔다. 

    이 후보자는 또 "우리 보좌관 비서관 10명을 다 모아서 빨리 23명 지역구에 무슨 동이 있는지 뽑아와라(고 지시했다)"며 "동마다 인터넷에 들어가면 무슨 교회가 있는지, 한기총(한국기독교총연합회)에 연락해 교회 편람을 받아서 각 동 교회에 다 쓰고, 교회 담임목사 전화번호 다 적고, 전화를 돌려서 '목사님 동네에 의원 스쿠크법 찬성하니까 이 사람 낙선운동한다고 전화 좀 해주세요'(라고 요청했다)"고 언급했다.

    이어 "하나님이 국회의원 자리를 주신 것이 이 때를 위함인 줄 알겠다"면서 "우리나라를 무슬림 천국으로 만드는 것은 일도 아니다. 하나님 나라가 그대로 무너지는 법"이라고 했다. 

    국회 회의록에 따르면 이 법이 2010년 12월 7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상정될 당시 기재위원은 26명이다. 당시 회의에는 25명이 참석했다.

    이 후보자를 비롯해 강길부, 권경석, 권영세, 김광림, 김성곤, 김성식, 김성조, 김혜성, 나성린, 서병수, 오제세, 유일호, 윤진식, 이강래, 이영애, 이용섭, 이정희, 이종걸, 이종구, 이한구, 전병헌, 정양석, 조배숙 의원이 참석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당시 기재위원으로 회의에 참석했다.

    이 후보자는 2011년 한 인터뷰에서 스쿠크법 상정 전 반대 의사를 표시한 의원은 자신을 비롯해 전병헌·조배숙 의원 뿐이라고 밝혔다. 이 후보자의 말대로 라면 당시 친박(친박근혜)계로 불리던 이 후보자가 박 전 대통령과도 다른 견해를 표출하며 종교 신념에 투신한 셈이다.

    실제 한기총이 비슷한 시기, 스쿠크법안이 통과되면 낙선운동에 돌입하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한기총 위원장은 2011년 2월 17일 집권당이던 한나라당(국민의힘의 전신)을 찾아 대표와 원내대표를 면담해 낙선운동 불사를 경고했다. 이 면담 자리에는 기독교 신자 자격으로 이 후보자가 동석했다. 

    국회의원들 중에 하나님의 뜻을 따를 사람이 늘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 후보자는 "국회 안에 하나님의 사람, 의인이 있어야 된다. 그래야 이 나라가 지켜진다"며 "우리 국회 안에도 하나님에 뜻을 간절히 구하고 그 뜻대로 순종하기로 결단 내린 하나님의 사람이 확보되길 기도해 달라"고 했다. 

    정치권에서는 정교분리가 중요한 화두로 떠오른 상황에서 교회를 동원해 압박에 나섰다는 이 후보자가 정부의 중책을 맡는 것이 타당하냐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이 대통령은 지난 2일 국무회의에서 "정교분리의 원칙은 정말 중요한데 종교 재단이 조직적·체계적으로 정치에 개입한 사례가 있다"면서 "종교가 정교분리 원칙을 어기고 정치에 개입하는 것은 헌법 위반"이라고 했다. 

    국민의힘의 한 중진 의원은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자신과 생각이 다른 국회의원의 지역구 교회에 전화에서 낙선 전화 돌리라고 한 것이야말로 전형적인 정교 유착"이라며 "대통령이 불과 열흘 전에 정교분리 원칙을 강조해 놓고 교회 동원회 동료 의원 낙선운동했다는 이 후보자를 장관 임명하면 국민이 납득하겠느냐"고 지적했다. 

    이 후보자 측은 이날 뉴데일리에 "그런 사실이 전혀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