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조위 거치고도 '사법 3법' 건당 논의 5.5시간숙의 실종 속도전에 본회의 직전 '땜질 수정' 반복 與 지지자도 "누더기 법안 제조 전문"金, 2차 사법개혁 예고 … 변호사법 개정 추진 전망
  • ▲ 지난해 11월 11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추미애 위원장과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간사가 대화하는 모습. ⓒ뉴시스
    ▲ 지난해 11월 11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추미애 위원장과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간사가 대화하는 모습. ⓒ뉴시스
    1987년 개헌 이후 40년 가까이 이어 온 현행 사법 체계가 더불어민주당의 주도로 17시간 남짓한 '졸속 논의' 끝에 격변을 맞이하게 됐다. 국가 사법 제도를 전면 개편하는 사안임에도 국회 차원의 공청회는 단 한 차례도 진행되지 않았다. 각계의 우려에도 민주당 강경파는 '2차 사법 개혁'을 언급하며 추가 입법 추진을 예고했다.

    3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이 강행해 온 '사법 3법'이 지난달 26~28일 차례로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었다.

    사법 3법은 판검사가 법을 왜곡해 적용하면 10년 이하 징역형 등에 처하는 내용의 법왜곡죄(형법 개정안)와 법원의 재판에 대한 헌법소원을 인정해 사실상 4심제를 가능하도록 하는 재판소원도입법(헌법재판소법 개정안), 대법관증원법(법원조직법 개정안) 등으로 민주당이 추진한 사법개혁안이다.

    본회의에 오르기 전 반드시 거치는 관문인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이들 법안이 논의 테이블에 오른 시간은 단 16시간 47분에 불과했다.

    국회회의록을 살펴보면 법 왜곡죄 논의에 할애한 시간은 5시간 50분, 대법관 증원법은 5시간 38분, 재판소원 도입법은 5시간 19분으로, 법안 1건당 평균 심사 시간은 약 5시간 36분이었다.

    특히 법왜곡죄는 여야 이견을 조정하기 위한 최후 보루인 안건조정위원회 심사 단계까지 거쳤음에도 전체 논의 시간이 6시간을 넘지 않았다. 이마저도 야당이 여당의 독주에 반발해 정치적 공방을 벌이는 데 대부분의 시간을 소요했다.

    현직 대통령이 재임기간 중 22명의 대법관을 임명할 수 있는 권한을 갖게 되는 대법관증원법도 법사위 통과까지 6시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약 40년간 14명으로 유지돼 온 대법관 정원을 두 배 가까이 늘리는 초유의 사태임에도 숙의 과정은 사실상 실종됐다.

    표결도 야당이 반발하며 퇴장해 여당 단독으로 처리했다. 입법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최소한의 절차인 국회 입법 공청회는 단 한 차례도 진행되지 않았다. 일부 법안에 대해서만 민주당 차원의 내부 공청회만 열고 사법 3법을 밀어붙였다.

    절차적 정당성을 상실한 '속도전'은 결국 본회의 상정 직전 법안을 뜯어고치는 '땜질 입법'이라는 촌극으로 이어졌다. 

    법왜곡죄는 논의 과정부터 당 안팎의 위헌 우려가 끊이지 않았다. 민주당 정책위원회는 위헌 소지를 최소화하기 위해 법안 수정을 시도했지만 법사위 강경파로 분류되는 김용민 의원의 반대에 가로막혔다. 이에 원안 그대로 본회의에 상정되는 듯 싶었지만 친여 성향 시민단체인 참여연대마저 우려의 목소리를 내면서 본회의 직전 의원총회에서 수정안을 당론으로 추인했다. 

    법사위를 통과한 법안이 정부와 시민단체의 위헌 논란에 밀려 본회의에서 수정된 사례는 지난해 국회증언감정법을 시작으로 내란전담재판부법, 정보통신망법에 이어 이재명 정부 들어서만 벌써 네 차례다. 여권 지지층 사이에서조차 김 의원을 향해 "누더기 법안 제조 전문가"라는 냉소 섞인 비판이 나오는 배경이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러한 법사위 독주의 배경에는 민주당 강경파인 추미애 법제사법위원장과 여당 간사인 김용민 의원이 자리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법안심사제1소위원장인 김 의원이 소위에서 가속 페달을 밟으면 추 위원장이 전체회의에서 이를 넘겨받아 의결까지 속전속결로 밀어붙이는 구조다.

    실제로 김 의원은 지난해 11월 20일 법안소위에서 법왜곡죄를 두 차례 논의한 뒤 약 2주 만에 전체회의로 직행시켰다. 법무부 등이 법안 처리에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으나 제동을 걸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재명 대통령은 국회를 겨냥해 민생 입법 속도전을 주문했음에도 정작 국회 법사위는 민생과는 거리가 먼 사법부 압박용 개혁안 처리에 화력을 집중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 관계자는 뉴데일리에 "강경파가 주도한 17시간이 향후 대한민국 법치주의에 어떤 상흔을 남길지 우려된다"며 "절차적 정당성을 상실한 입법 독주는 결국 사법부 독립을 훼손하는 결과로 돌아올 수밖에 없고 피해는 오롯이 우리 국민이 감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사법 3법'의 여파가 가시지 않은 상황이지만 민주당 강경파를 중심으로 2차 사법 개혁 주장이 나온다. 김 의원은 지난 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사법개혁으로 공정한 재판의 토대가 마련됐다"며 "2단계 사법개혁을 준비하고 추진하겠다"고 예고했다.

    이어 "사법개혁의 다른 이름은 전관비리 근절"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이 언급한 2단계 사법개혁은 '전관 비리 근절'을 명분으로 법조인 개인의 신분과 퇴직 후 활동을 강력히 규제하는 내용이 골자가 될 전망이다.

    김 의원은 지난해 대법관, 헌법재판관 등 법조 고위 공직자에 대해 퇴직 후 3년간 변호사 활동을 할 수 없도록 하고, 재직 중 징계를 받은 판·검사는 퇴직 이후 1년간 변호사 등록을 제한하는 변호사법 개정안을 이미 발의한 상태다.

    민주당은 강경파의 행보에 우선 거리를 두는 모습이다. 한병도 민주당 원내대표는 김 의원의 '2단계 사법개혁' 추진 의사에 대해 "법사위 사안"이라며 "상임위의 정상적 입법 과정"이라고 말을 아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