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70원대 고착되는 원·달러 … 달러 약세에도 원화만 '역주행'원화 실질가치 금융위기 이후 최저치 추락 … 펀더멘털 경고음'서학개미 탓론' 반복 … 개인투자자 아닌 구조가 만든 고환율 단기 수급이 아닌 구조적 사면초가… 정책 시선은 여전히 엉뚱한 곳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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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한국은행.
미국이 연속적으로 금리를 내렸지만 원·달러 환율은 좀처럼 하락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소식이 전해진 날에도 환율은 되레 상승했다. 글로벌 달러 약세 국면이라면 원화가 강세로 돌아서는 것이 자연스러운 흐름이지만, 국내 외환시장은 완전히 다른 방향을 선택했다.지난 11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거래일보다 2.6원 오른 1473.0원에 거래를 마쳤다. 장 초반 연준의 금리 인하 영향으로 1464원대까지 내려갔지만, 오후 들어 하락 폭을 대부분 반납하며 상승 전환했다. 글로벌 달러 약세 속에서도 원화는 좀처럼 강세로 전환되지 않는 현실이 다시 한 번 확인된 셈이다.그간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와 금융통화위원회 위원들은 최근 고환율의 원인을 '서학개미 해외투자'에서 찾는 설명을 반복해 왔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환율이 1500원을 넘는다면 이는 한미 금리차나 외국인 때문이 아닌, 내국인들의 해외 주식 투자가 많기 때문"이라고 말해 적잖은 논란을 불러왔다. 한 금통위원 역시 서학개미 등 거주자의 해외투자를 최근 고환율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했다. 금융당국이 곧바로 증권사 해외투자 영업 실태 점검에 착수한 것도 같은 문제의식에서다.그러나 최근 환율 움직임은 개인투자자의 매매가 아니라 구조적 요인에 의해 결정돼 왔다. 해외주식·해외 ETF 투자 등 해외투자 규모가 늘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최근 환율 흐름을 좌우한 건 훨씬 더 큰 구조적 요인들이다. 연말 원자재 결제와 로열티 지급, 대규모 수입 결제, 해외로 빠져나가는 기업 자금 흐름, 그리고 저성장에 따른 원화 자산 매력 하락까지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시장이 1460~1470원대를 '구조적 고착 구간'으로 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이창용 총재가 한국 경제가 직면한 저성장, 잠재성장률 하락, 자본시장 경쟁력 약화 문제를 모를 리 없다. 한국의 환율 구조가 이미 성장률·생산성·투자 매력도와 같은 장기 펀더멘털의 영향을 크게 받고 있다는 점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것이다.그럼에도 개인 투자나 해외주식 흐름이 주된 영향인 것처럼 설명하는 순간, 정책 당국의 시선이 본질에서 멀어진다는 점이 문제다. 시장이 듣고 싶은 설명은 '서학개미'가 아니라 한국 경제의 구조적 취약성에 대한 냉정한 진단이다.더 근본적인 문제는 한국은행만의 해결 영역이 아니라는 점이다. 자본시장의 깊이, 성장 잠재력, 투자 매력, 규제 환경 등은 재정·산업·정책 전반이 맞물린 문제다. 그럼에도 외환시장 관리 기능이 지나치게 강조되면서 한국은행이 모든 환율 논란의 책임을 홀로 떠안는 형국이다.달러 약세 환경에서도 환율이 1470원대로 다시 되돌아간 이날의 장세는 고환율의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를 분명하게 보여준다. 개인 투자자를 지목하고 규제를 강화한다고 환율이 안정되는 것은 아니다.한국 경제의 구조적 체력을 회복하고 자본시장의 매력을 높이는 것이야말로 환율 안정의 출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