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말 녹음파일' 공개됐지만… 美 국민, 변화 위해 트럼프 찍어미끼 덥석 문 MBC의 공명심… '좌파 대선가도' 망칠 위험성 높아
  • ▲ 지난 16일 방영된 MBC 시사프로그램 '스트레이트' 방송 화면.
    ▲ 지난 16일 방영된 MBC 시사프로그램 '스트레이트' 방송 화면.
    법원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부인 김건희씨의 통화녹음 보도 금지 가처분 신청을 일부 인용했다. 이 결정에 따라 MBC는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 등 김씨가 받는 수사 중인 사건에 대한 발언 등은 보도할 수 없고 공익 목적이 인정되는 나머지 다른 내용에 대해선 2주에 걸쳐 보도할 예정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MBC가 어떻게 가공을 하든 김씨의 통화녹음 보도가 대선 판세를 좌우할 큰 영향을 줄 수 없다는 게 필자의 판단이다. 그리고 공익을 핑계로 여당 쪽 선수로 나선 MBC는 다시 한 번 신뢰성에 타격을 입을 것이다.

    대선에서 상대의 약점이 담긴 통화녹음이 활용된 경우는 미국 대선에서도 있었다. 최근 대표적인 사례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출마해 당선됐을 때다. 공화당 대선후보였던 트럼프를 반대하고 민주당 대선후보인 힐러리 클린턴을 지지했던 미국 유력 일간지 워싱턴포스트는 대선이 한창이었던 2016년 트럼프의 성추문 막말이 담긴 녹음파일을 보도해 히트를 쳤다.

    당시는 특유의 개성으로 공화당 내에서도 반감을 사던 트럼프가 궁지에 몰렸을 때였고 여성의 신체 부위를 언급한 음담패설 녹음파일이 공개되자 더욱 곤혹스런 처지에 빠졌다. 반대로 반트럼프 진영은 판세가 기울어졌다며 환호성을 내질렀다.

    하지만 결과는 예상을 어긋났다. 이미 모두가 잘 알다시피 그 대선에서 민주당 오바마 정권에 완전히 질려 있던 미국 국민은 녹취록 파문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변화를 위해 트럼프를 선택했다. 물론 바닥 민심과 동떨어진 힐러리 클린턴에 대한 거부감도 트럼프 당선에 한몫을 톡톡히 했던 것도 사실이었다.

    녹취록이 까지자 대부분 진보적이고 좌파적이었던 미국 주류 언론은 트럼프 과거 추문을 집요하게 들춰내 전면전을 펼쳤지만 무용지물이었다. 막장 드라마를 써 내려간 언론의 네가티브 공격은 그악스러웠지만 주류 언론에 이미 신물이 나 있던 유권자들은 그러한 행태에 더욱 반감을 가질 뿐이었다. 네가티브 진흙탕전이 기승을 부릴수록 악착같이 투표장에 나갔다는 얘기다.

    공영방송에 대깨문 사장을 앉힌 정권의 선택이 불러올 결말은

    역대 보기 드문 비호감 후보들의 막장 대선이라는 점에서 이번 대한민국 대선은 묘하게도 그때의 미국 대선과 닮아있다. 미국처럼 공개지지 선언을 하지 않았을 뿐 주류 언론이 선수로 나서서 대선에 개입하는 막장 드라마의 조연으로 뛰고 있다는 사실도 닮았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느 나라든 국민이 뜨겁게 갈망하는 시대정신을 꺾지는 못했다. 이번 대선 온갖 여론조사에서 보이는 공통점은 여야 대선 후보들의 지지율 부침과 변화에도 불구하고 정권교체 여론이 줄곧 높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이 열망은 윤석열, 안철수 등 야당 대선후보의 지지로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자신들이 미워하는 트럼프를 꺾기 위해 민심에 역행해 녹취록을 깠던 미국 주류 언론의 행태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검증은 간과하면서 야당 대선후보에 관한 검증이라는 명분을 앞세워 후보자 아내인 김건희씨 녹취록에 집요하게 매달리는 MBC의 행태와 뭣이 다른지 모르겠다.

    일부 강성 여당 지지자들 생각은 조금 다르겠지만 많은 국민은 MBC의 보도행태가 대선개입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이재명 후보에 관한 검증보도나 여러 의혹이 담긴 녹취록이 존재하는데도 일절 구체적 보도가 없는 상황에서 야당 유력 대선 후보, 그것도 배우자에 관한 저질 녹취록에 매달리는 행태는 누가 봐도 상식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공정성과 형평성을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다.

    이번 MBC의 김건희 녹취록 보도는 그나마 위태로운 공영방송 MBC의 존재감에 회의감을 더욱 불러올 뿐이라고 생각한다. 이미 ‘검언유착’ 왜곡보도 사태로 ‘권언유착’ 선례를 보여준 ‘전과’가 있는 MBC라는 사실을 국민이 모르지 않는다. 김건희씨 녹음파일이 친여 매체들의 공작의 산물임이 이미 알려진 상황에서 굳이 미끼를 덥석 문 MBC의 공명심이 일을 오히려 망칠 위험성이 높아 보인다. “조국수호 집회 딱 보면 100만 명”이라는 대깨문 사장이 버티고 있는 MBC의 필연적 운명이라고 해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