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원 345명 감축 개헌안 국민투표서 찬성 69.6%…주변 국가도 의원 수 감축 고민
  • ▲ 지난 20일(현지시간) 로마의 한 투표소에서 개헌 국민투표를 하는 주세페 콘테 이탈리아 총리. ⓒ뉴시스 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지난 20일(현지시간) 로마의 한 투표소에서 개헌 국민투표를 하는 주세페 콘테 이탈리아 총리. ⓒ뉴시스 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탈리아가 국회의원 36% 감축에 성공했다. 현재 상·하원을 합쳐 945명에 달하는 의원은 2023년 이후 600명으로 줄게 된다. 상·하원 체제를 채택해 의원 수가 많은 다른 유럽 국가들도 이탈리아의 이번 개헌을 예의주시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탈리아, 개헌 성공으로 상하원 의원 945명→600명으로 줄이게 돼

    AP통신 등에 따르면, 이탈리아는 지난 20일부터 21일(이하 현지시간)까지 의원 정원 감축 개헌안을 두고 국민투표를 실시했다. 개헌 지지율은 69.6%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상원은 315명에서 200명으로, 하원은 630명에서 400명으로 의원 수를 줄이게 됐다. 의원 총원의 36%에 해당한다.

    이탈리아는 2차 세계대전 이후 독재를 예방한다는 명분 아래 의회 권력을 꾸준히 강화해 왔다. 그러자 의회가 비대해지면서 ‘고비용 저효율 정치’라는 문제가 생겼다고 한다. 총선 때만 되면 군소정당들 간의 합종연횡이 일어났고, 총선에서 승리한 정당들은 의석 나눠 갖기에만 골몰했다. 이 문제로 연립 정부가 깨지는 일도 많았다. 수시로 치르는 선거 비용은 덤이었다.

    이에 이탈리아 정계는 1983년 이후 7번이나 의원 수 감축을 시도했지만 모두 실패했다. 2016년 12월 마테오 렌치 당시 총리가 개헌을 과감하게 추진했지만 실패했다. 그는 개헌실패에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그런데 이번 개헌을 주도한 정당은 역설적이게도 ‘포퓰리즘 정당’이라고 경원시 당하던 오성운동이다.

    외신들 “우한코로나 때문에 개헌 가능했다”

    오성운동-민주당 연정이 의원 수 감축 개헌에 성공할 수 있었던 원인을 두고 외신들은 우한코로나 확산을 꼽고 있다. 올해 3월 중국발 우한코로나가 급속히 번진 이탈리아에서는 30여만 명의 확진자, 3만5000여 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국내총생산(GDP)의 13%를 차지한다는 관광업은 사실상 붕괴되다시피 했다.

    우한코로나가 급속히 확산된 이후 정부가 방역에 실패했다는 비난 여론이 거세졌고, 결국 검찰 수사까지 이뤄졌다. 이런 일을 겪으면서 이탈리아 국민들 사이에서도 국회의원 수를 감축하자는 여론이 커졌다고 외신들은 지적했다.

    우한코로나 확산으로 지역폐쇄를 실시, 경제적 타격이 컸던 다른 유럽국가들 또한 이탈리아의 의원 수 감축 개헌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특히 상·하원 체제를 채택, 의원 수가 많은 프랑스, 독일, 영국 등이 대표적이다.

    동아일보에 따르면, 에마누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상원의원을 현재 348명에서 261명으로, 하원의원을 577명에서 433명으로 감축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독일도 709석에 달하는 연방 하원 의원 수를 감축하는 법률 개정을 논의 중이라고 한다. 영국 또한 2017년 상원 의원을 25% 감축하는 개혁안을 내놓은 바 있다고 신문은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