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무 AI '헤이즐' 등장에 美 자산관리주 급락전문영역 침투…화이트칼라 일자리도 위협"투자자들, 점유율 낮은 기업 무차별 매도"국내 금융권까지 번지는 AI發 인력조정 흐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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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무 담당 AI와 세무사의 대결 구도를 표현한 이미지. ⓒ OpenAI
[편집자주] 오늘의 글로벌 흐름이 한국 사회의 구도를 재편합니다. '정혜영의 넥스트월드'는 국제 정세와 경제를 분석해 변화의 흐름 속에 다가올 한국의 '다음 세계'를 전망합니다.올해 1월 세계 최대 정보기술·가전 전시회 CES 2026에서 '피지컬 AI'가 화두로 떠오르며 제조·물류 등 육체 노동 영역의 자동화가 빠르게 도입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그러나 정작 AI 충격은 공장이 아닌 월가에서 먼저 터졌다. 블루칼라를 위협할 것으로 여겨졌던 AI가 오히려 고연봉 화이트칼라의 일자리를 정면으로 겨냥한 것이다.◆ 월가가 먼저 반응했다 … 자산관리주 '패닉 셀'10일(현지시각) 뉴욕증시에서 자산관리주가 일제히 급락했다. 찰스슈왑(-7.3%), 레이먼드 제임스(-8.8%), LPL파이낸셜(-8.3%), 스티펠 파이낸셜(-3.8%) 등이 동반 하락했고, 자산관리 비중이 큰 모건스탠리도 2% 넘게 밀렸다.블룸버그는 일부 종목이 지난해 4월 상호관세 발표일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했으며 하루 만에 시가총액 수십억 달러가 증발했다고 전했다.이번 하락은 시장 예상과 엇갈렸다. 애널리스트들의 투자의견은 대체로 '매수' 또는 '중립'이었고, 찰스슈왑에 '매도'를 제시한 경우도 24명 중 단 1명에 불과했다.이에 대해 마이클 브라운 UBS 애널리스트는 "향후 12~24개월 동안 어떤 일이 벌어질지 전혀 알 수 없다"며 불확실성 자체가 리스크로 부상했다고 진단했다. -
- ▲ 미국 뉴욕 월스트리트. ⓒ서성진 기자
◆ 헤이즐의 등장 … 보조 기능 넘어 '전문 영역' 침투계기는 미국 핀테크 스타트업 알트루이스트(Altruist)가 공개한 AI 기반 세무·자산관리 플랫폼 '헤이즐(Hazel)'이다. 헤이즐은 고객의 세무신고서와 급여 명세서, 계좌 내역 등을 읽고 몇 분 만에 개인 맞춤형 세무 전략을 수립하도록 돕는다.기존 AI가 리서치·문서 요약 등 보조 업무에 머물렀다면 헤이즐은 세무 설계와 자산 전략 수립 등 전문 영역까지 기능을 확장한 셈이다.제이슨 웬크 알트루이스트 CEO는 "우리가 구축한 아키텍처는 자산관리 분야의 모든 직무를 대체할 수 있다"며 "기존에 팀 전체가 맡던 업무를 월 100달러 수준의 비용으로 처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시장 반응에 놀라움을 표하면서도, AI 자산관리 모델에 대한 시장의 경계심이 크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블룸버그 인텔리전스의 닐 사이프스는 이번 매도세의 배경으로 "AI가 전통적 재무 자문·자산관리 모델을 뒤흔들 수 있다는 우려"를 꼽았다. CNBC 역시 "AI가 금융 자문사의 일부 서비스를 대체하거나 최소한 이익률을 낮출 수 있다는 우려가 주가 하락으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자산관리 산업의 핵심 수익원은 운용 자산(AUM) 기반 수수료와 자문 수수료다. 세무 전략 수립과 포트폴리오 제안이 자동화되면 세무사와 프라이빗뱅커(PB), 애널리스트 등 고비용 인력을 유지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
- ▲ 최근 AI 챗봇 '클로드'를 운영하는 앤스로픽이 법률·금융 리서치 자동화 도구를 공개하자 관련 종목이 급락했다. ⓒ로이터 연합뉴스
◆ 과도한 공포인가, 변화의 시작인가일각에서는 이번 주가 급락이 과도한 공포라는 비판도 나온다. 월가는 과거 암호화폐와 핀테크, 모바일 금융 등 새로운 금융 기술의 등장에도 기존 대형 금융사의 지배력을 유지해 왔다.레이먼드 제임스의 윌마 버디스 애널리스트는 "사람들은 자신의 돈을 여전히 사람에게 맡기고 싶어 한다"며 고액 자산가 대상 자산관리는 관계 형성과 맞춤형 조언이 결합된 서비스이므로 AI가 완전히 대체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그러나 이번에는 상황이 다르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AI 기반 플랫폼이 기존 자산관리 모델을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는 경제 전반과 주식 시장의 여러 영역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다.AI 충격은 이미 소프트웨어 업계에서 나타났다. 오픈AI의 코드 작성·디버깅 자동화 도구가 소프트웨어 산업에 변화를 일으킨 데 이어, AI 챗봇 '클로드'를 운영하는 앤스로픽이 법률·금융 리서치 자동화 도구를 공개하며 관련 종목 급락을 야기했다.또한 온라인 보험 비교 플랫폼 인슈어파이가 지난 9일 챗GPT 기반 보험료 비교 앱을 내놓자 보험 중개업체 주가가 떨어지는 등 금융 전반으로 영향이 확대됐다.가벨리 펀드의 존 벨튼은 "잠재적 시장 파괴 위험이 있는 기업이 무차별적으로 매도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래닛쉐어즈 어드바이저스의 CEO인 윌 린드는 "점점 더 강력한 AI 활용 사례가 등장하면서 혁신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금융권도 예외 아니다블룸버그는 투자자들이 이제 AI로 성공할 기업을 고르는 대신, 시장 점유율을 잃을 위험이 있는 기업의 주식을 신속히 처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이러한 흐름은 미국에 국한되지 않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국내 금융지주와 증권사의 WM(자산관리) 조직도 수수료 기반 모델에 상당 부분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AI 기반 자산관리 플랫폼이 대중화될 경우 ▲수수료 인하 경쟁 ▲디지털 자문 플랫폼 강화 ▲PB 인력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수 있다.이번 월가 자산관리주 급락은 고연봉 전문직도 구조적 변화에서 예외가 아님을 시장이 주가에 반영한 사례로 평가된다. 국내 금융권이 어떤 대응 전략을 내놓고, 실제로 어떤 구조적 변화로 이어질지 역시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