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0억 달러 투자·800 달러대 구매 약속첨단 산업·농산물 시장 추가 개방
  •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 연합뉴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 연합뉴스
    미국과 대만이 상호관세를 15%로 낮추고 대만이 대미(對美) 관세 장벽의 99%를 철폐·완화하는 내용의 대규모 무역합의에 서명했다. 관세 인하와 함께 2500억 달러 규모의 투자, 에너지·항공·산업장비 등 미국산 제품에 대한 대규모 구매 계획까지 포함되며 양측 경제 협력이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12일(현지시각)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대만에 대한 상호관세(국가별 관세)를 기존 20%에서 15%로 인하하고, 대만은 미국산 제품에 부과해온 관세의 대부분을 해소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15% 상호관세는 한국·일본과 동일한 수준이다.

    USTR은 이번 합의가 주요 품목의 관세 인하와 비관세 장벽 제거, 투자 및 조달 확대를 통해 미국 제조업 성장과 공급망 안정성 강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양측은 지난달 15일 체결한 양해각서(MOU)를 바탕으로 첨단 기술 분야 협력도 확대하기로 했다. 대만은 미국 내 첨단 산업단지와 클러스터 조성에 협력하고, 반도체·에너지·인공지능(AI) 분야에서 2500억 달러 규모의 신규 직접투자를 추진한다. 대만 정부는 이와 별도로 최소 2500억 달러의 신용보증을 제공해 자국 기업의 대미 투자를 지원할 방침이다.

    또한 대만은 2025~2029년 동안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NG)·원유(444억 달러), 민간 항공기·엔진(152억 달러), 전력·산업 장비(252억 달러) 등 주요 품목의 구매를 장기적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대만은 자동차 및 부품, 화학제품, 수산물, 기계류, 전기제품, 금속·광물 등 미국 산업재에 우대 시장 접근을 제공하고, 원예작물·밀·쇠고기·유제품·돼지고기 등 농산물에 대해서도 관세와 비관세 장벽을 완화하기로 했다. 다만 쌀과 닭고기 등 식량 안보와 직결된 품목은 관세 인하 대상에서 제외됐고, 쌀 관세율할당(TRQ)도 유지된다.

    라이칭더 대만 총통은 이번 합의를 "대만 경제와 산업이 새로운 변혁을 맞는 계기"라고 평가하며, 국가·산업 이익과 식량 안보를 지키는 원칙을 견지했다고 밝혔다. 그는 난초·차·망고 등 2072개 품목의 무관세 혜택을 확보했으며, 이를 포함한 대미 평균 관세율은 12.33%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대만 정부는 이번 협상으로 수출 경쟁력을 높이고 공급망 안정성을 강화하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대만 중앙통신사는 2024년 대미 수출 기준 약 99억 달러 규모의 관세 면제 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산했다.

    반면 미국산 제품 유입 확대로 자동차·자동차 부품·농업 분야가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현지 언론은 올해 대만 자동차 시장에서 미국산 차량 비중이 6%에서 15%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행정원은 일반 승용차는 무관세 대상이지만, 군수 산업 보호를 위해 중소형 트럭에는 일부 관세를 유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합의는 대만 의회의 심의를 거쳐야 최종 발효된다. 경제·무역 관련 국제 협정은 의회 승인 이후 효력을 갖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