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日 동맹, '인도·태평양 유일축' 공고화韓, 감정적 대응 넘어 '전략적 연대' 필요日 5년간 100조 엔 투입, 韓日 국방비 역전주일미군 4성 격상 vs 주한미군 3성 하향전작권 전환 딜레마 속 제도화 마련 시급
  •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28일 가나가와현 요코스카에 있는 미 해군 기지에 정박 중인 미 항공모함 USS 조지 워싱턴호에서 미군 장병들을 대상으로 연설하는 모습. 옆에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서 있다. ⓒAP·뉴시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28일 가나가와현 요코스카에 있는 미 해군 기지에 정박 중인 미 항공모함 USS 조지 워싱턴호에서 미군 장병들을 대상으로 연설하는 모습. 옆에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서 있다. ⓒAP·뉴시스
    일본 자민당의 중의원 선거 압승과 '강한 일본'을 표방하는 다카이치 사나에 내각의 출범은 한미동맹과 미일동맹 간 전략적 격차를 가속화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다카이치 총리의 승리를 '역사적 승리'로 규정하며 전폭적인 지지를 보낸 것은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의 일본 중심 재편이 가속화되고 있음을 뜻한다.

    미일동맹이 더 굳건해지는 계기가 도래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이재명 정부는 일본의 변화를 감정적 위협으로 치부할 것인지 아니면 국익 극대화를 위한 전략적 자산으로 전환할 것인지 선택의 기로에 섰다.

    ◆日 '2028년 국방비 韓 2배 시대' 현실로

    13일 외교가에 따르면 일본은 국가안전보장전략·국가방위전략·방위력정비계획 등 이른바 '안보 3문서' 개정을 연내 완료할 예정이다. 다카이치 내각은 향후 5년간 약 100조 엔(한화 약 945조 원) 규모의 국방 예산을 투입해 대중(對中) 억제 중심의 공세적 방위 체계를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반면 한국은 국가안보전략과 국방전략에 대한 공론화 과정조차 지체되고 있다.

    주일 국방·육군 무관을 지낸 한미일 안보 협력 전문가인 권태환 한국국방외교협회 회장(예비역 육군 준장)은 "일본은 미국의 국가안보전략(NSS)과 국방전략(NDS)에 보조를 맞춰 오는 8월 예산안 반영을 위해 속도를 내고 있다"며 "하지만 우리 정부는 아직 명확한 국가안보전략을 내놓기는커녕 공론화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전략적 공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수치상의 역전도 가시화되고 있다. 1992년 일본의 국방비는 한국의 2배 이상이었다가 2022~2023년 한국이 잠시 일본을 추월한 바 있다. 그러나 다카이치 총리가 GDP(국내총생산) 대비 국방비 3.5% 달성을 공약하면서 2~3년 내 일본의 국방비가 다시 한국의 2배를 넘어서는 시대가 도래할 전망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상대적으로 열세였던 일본의 과거 군사력을 기준으로 현재를 오판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 ▲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지난해 8월 20일 한미연합군사령부 전시지휘소를 찾아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 겸 한미연합사령관, 강신철 한미연합사 부사령관과 대화하며 이동하는 모습. ⓒ국방부 제공
    ▲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지난해 8월 20일 한미연합군사령부 전시지휘소를 찾아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 겸 한미연합사령관, 강신철 한미연합사 부사령관과 대화하며 이동하는 모습. ⓒ국방부 제공
    ◆주일미군 사령부 격상과 '전작권 전환'의 딜레마

    가장 시급하고 민감한 현안은 미일 지휘 구조의 변화다. 미국은 현재 주일미군 사령부를 '통합군사령부'로 격상하고 사령관을 4성 장군으로 보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는 일본 자위대의 통합작전사령부 창설에 맞춘 행보다.

    문제는 이것이 한국의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과 충돌한다는 점이다. 전작권 전환 후 한국군 4성 장군이 한미연합사령관을 맡게 되면 현실적으로 미군 4성 장군(주일미군 사령관)이 그 지휘권 아래 놓이기는 어렵다. 만약 주한미군 사령관이 3성급으로 하향 조정된다면 인도·태평양 전구 내 작전 지휘의 주도권은 자연스럽게 주일미군 통합사령관에게 넘어갈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해 권 회장은 "전작권 전환을 위해서는 미·일과의 공동 목표와 역할 분담이 선행되어야 한다"며 "일본의 후방 군수 지원 없이는 한반도 유사시 미 항모전단이나 제3해병원정군(III MEF)의 신속 투입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미일 통합작전계획(통합작계)에는 이미 한반도 유사시 일본의 후방 지원이 포함돼 있다. 다카이치 총리가 강조한 '존립 위기 사태'는 일본이 한반도 유사시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는 법적 근거다. 단, 자위대의 한반도 작전 참여에는 한국의 사전 동의가 필요하다.

    문제는 한일 간 구체적 협의가 전무하다는 점이다. 전작권 전환 후 한국군이 연합작전을 주도하려면 일본과의 직접 협력이 불가피하지만 한일 역할 분담과 작전 조율 체계는 구축되지 않았다. 미일 양자 간 통합작전계획만 구체화되는 가운데 한국이 자국 안보 사안에서 소외될 위험이 있다.

    권 회장은 "아카사카 프레스 센터 내 통합작전사령부(JJOC) 협력팀의 존재는 주일미군 통합군사령부 신설 문제가 이미 상당한 수준으로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이것이 언제, 어떻게 구체화되느냐에 따라 한미동맹에 대한 미국의 신뢰 수준이 가늠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 군 당국은 이러한 변화가 한반도 유사시 유엔사 후방기지 운영과 전작권 지휘 체계에 미칠 파장을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며 "이재명 정부가 전작권 전환과 국방 개혁을 실현하려면 한미일 공동 목표 설정과 역할 분담 합의가 선행돼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필요한 능력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 구체적 로드맵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방산 블록화 시대 'K-방산'의 생존 전략은 韓日 상호 보완성 활용

    다카이치 내각은 살상 무기 수출 제한 폐지를 추진하고 있고 글로벌 방산 시장은 지정학적 블록화로 재편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한국에 위기이자 기회로 손꼽힌다. 유럽연합(EU)은 역내 공동 조달을 장려하고자 막대한 금융 지원을 제공하며 지원 대상 장비의 비유럽산(Non-EU) 부품 비율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이와 함께 동남아시아와 아프리카 시장은 중국의 저가 물량 공세에 노출돼 있다.

    P-3C 해상초계기와 구형 패트리어트 시스템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미국 내 생산 라인이 폐쇄된 이들 장비에 대해 일본은 여전히 라이선스 생산을 통한 핵심 부품 제조 능력을 유지하고 있다. 현재 한국은 이들 부품을 미국을 거쳐 우회 구매하며 불필요한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 한일 간 직접적인 군수 지원 체계가 구축된다면 운영 유지 비용의 획기적 절감과 조달 기간 단축이 가능하다.

    일본이 추진 중인 고등훈련기 도입 사업은 한·미·일 방산 컨소시엄의 시험대가 될 수 있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T-50을 기반으로 록히드마틴과 일본 기업이 참여하는 협력 구조를 만든다면 일본 시장 진출을 비롯해 미 해군의 UJTS(고등훈련기) 사업 수주에도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

    저궤도 군집위성 운영도 협력의 핵심 분야다. 북·중·러의 군사 동향을 감시하는 저궤도 군집위성의 수명은 2~3년에 불과하므로 한일이 별개로 운영하기보다 정보 공유와 역할 분담을 통해 감시 자산의 효율성을 극대화해야 한다. 이는 전작권 전환의 전제 조건인 독자적 감시·정찰(ISR) 능력 확보를 위한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다.
  • ▲ 이재명 대통령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지난달 13일 일본 나라현에서 정상회담 후 환담장에서 드럼 합주를 하는 모습. ⓒ공동 취재
    ▲ 이재명 대통령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지난달 13일 일본 나라현에서 정상회담 후 환담장에서 드럼 합주를 하는 모습. ⓒ공동 취재
    ◆韓日 협력의 '아킬레스건'은 제도화 없는 단순 교류

    전문가들은 한일 안보 협력의 지속성을 위해 제도적 인프라 구축이 시급하다고 진단한다. 양국이 안보 위협과 전략적 이해관계를 공유하고 있음에도 구체적인 제도적 장치는 마련하지 않은 채 단순 교류 협력만 반복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일 상호군수지원협정(ACSA) 체결과 한일 간 군사 기밀 공유를 위한 법적 체계 정비는 한미일 작전 상호운용성 확보의 최소 조건이다. 전작권 전환 이후 한국군 주도의 연합작전을 위해서는 일본과의 직접 협력이 필수적이다. 유엔사 참전 16개국을 포함한 후방 군수 지원을 일본 자위대가 담당하는 구조에서 한일 간 직접 조율 없이는 작전 수행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권 회장은 "한일 역할 분담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이에 따라 3국 연합훈련을 선행해야 하지만 역사·정치 갈등으로 진전이 없다"며 "이런 상태로는 미국의 신뢰도 확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일본의 특정비밀보호법(2013년 제정)과 같은 안보 정보 보호 체계가 한국에도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트럼프의 동맹 압박과 중의원 총선 압승으로 재출범한 다카이치 내각이 강력한 권력 기반을 확보한 지금은 한일 안보 협력 제도화의 마지막 골든타임으로 꼽힌다.

    이와 관련해 윤덕민 전 주일대사는 "한일이 전략적 이해관계를 공유하는 만큼 연대를 강화해야 한다. 미·중 긴장 속에서 한일이 협력하지 않으면 양쪽 어디에도 이익이 없다"며 "일본이 강해야 중국의 힘이 한국에 집중되는 것을 견제할 수 있다. 미국이 이 지역에서 불확실한 행보를 보이는 상황에서 일본의 대중 견제 능력이 지역 세력 균형에 필수적"이라고 설명했다.

    오사카 총영사를 지낸 진창수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다카이치 총리는 우파의 강력한 지지를 바탕으로 독도 문제 등 지엽적 현안보다 안보라는 거대 담론에 집중할 수 있는 '프리핸드'를 쥐고 있다"며 "아베 신조 전 총리는 집단적 자위권 행사 같은 전후 평화주의의 금기를 깨기 위해 정치권과 싸우고 인내해야 했지만 다카이치 총리는 그럴 필요가 없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다카이치 총리는 비핵 3원칙 공론화, 헌법 개정, 안보 3문서 개정 등 우파의 핵심 공약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고 있어 우파 세력의 기대치가 높다"며 "일본 우파 세력은 '우선 순위가 높은 것부터 하라'는 입장이다. 오는 22일 다케시마의 날에 차관급이 아닌 장관급을 파견하는 것 같은 일은 분란만 일으킬 뿐이라는 것이 일본 우파의 공통된 인식"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