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기관은 명예훼손 피해자 될 수 없다" 대법원 판례 무시하고 文 명예훼손 인정… 정치적 판결 아닌가
  • ▲ 고영주(좌)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과 문재인 대통령. ⓒ뉴데일리
    ▲ 고영주(좌)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과 문재인 대통령. ⓒ뉴데일리
    7년 전인 2013년 1월 소위 보수단체 모임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공산주의자라고 발언한 것 때문에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던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 고영주 변호사가 2심에서 징역10개월에 집행유예 2년형 유죄판결을 받았다.

    “고 전 이사장은 문 대통령을 공산주의자라고 판단하게 된 여러 근거를 제시하고 있고 입장을 정리해 판단내린 것”이라며 “이 같은 주장은 시민이 자유롭게 의견을 표현하는 공론의 장에서 논박을 거치는 방식으로 평가돼야 한다”고 해서 무죄로 판결한 1심 논리를 완전히 뒤집은 것이다.

    자질이 안 된다는 평판에도 문재인 정권 아래 벼락출세한 김명수 대법원장 하에서 승승장구하는 최한돈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가 고 변호사에 유죄를 판결한 2심 재판부 담당부장판사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법원 내 하나회’로 통하던 좌익성향 판사들 모임 우리법연구회 출신이자 그 후신인 국제인권법연구회 초대 회장을 지냈고 최 판사도 국제인권법연구회 소속의 강성인사로 분류된다.

    "정치가 개입한 불순한 판결… 희대의 코미디"


    필자는 김명수 대법원장이나 최한돈 판사의 이념적 성향으로 이번 사건의 부당성을 말하려는 게 아니다. 그보다 2심 판결이 정치가 개입한 불순한 판결이자 희대의 코미디로 볼만한 정황을 여러 곳에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선 대통령에 대한 명예훼손 사건은 기본적으로 성립이 안 된다. 다음은 2016년 전남 고흥군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검사의 기소에 대한 대법원 판결요지다.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 내지 실현해야 할 책임과 의무를 지고 있는 공권력의 행사자인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는 기본권의 수범자일 뿐 기본권의 주체가 아니고, 정책 결정이나 업무수행과 관련된 사항은 항상 국민의 광범위한 감시와 비판의 대상이 되어야 하며 이러한 감시와 비판은 그에 대한 표현의 자유가 충분히 보장될 때에 비로소 정상적으로 수행될 수 있으므로,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는 국민에 대한 관계에서 형벌의 수단을 통해 보호되는 외부적 명예의 주체가 될 수는 없고, 따라서 명예훼손죄나 모욕죄의 피해자가 될 수 없다.”

    대통령은 국가원수로서 국내에서는 최고의 통치권을 행사하고 대외적으로는 국가를 대표하는 자격을 가진 국가기관이다. 문 대통령은 설사 민간인 신분의 정당 대표시절 있었던 일이라 할지라도 고영주 변호사 명예훼손 사건은 스스로 고소를 취하했었어야 옳았다. 그럼에도 대통령이 이 사건을 고집스럽게 끌고 간 것을 보면 어떤 보복의 의도가 느껴진다. 문 대통령이 대통령이란 자리에 대한 고민이 없었다는 뜻도 될 것이다.

    법원도 마찬가지다. 박근혜 전 대통령 허위 염문설 등 비방을 일삼다가 고발된 명예훼손 사건을 무죄판결하고, 문 대통령을 ‘미친XX’로 비방했다가 고발된 조원진 우리공화당 대표나, 지방선거 방송토론에서 거짓말을 하고도 폭넓은 표현의 자유를 인정받은 이재명 경기지사 사건에 대한 대법원의 너그러운 판례를 보더라도 2심 법원의 유죄판결은 대단히 이례적이다.

    대법원의 시대적 판결 흐름을 완전히 역행하는 이례적이고 대단히 편협한 판결, 과연 정치적 고려가 개입되지 않았다고 볼 수 있나. 2심 재판부가 판결 전 “피해자(문 대통령)로부터 어떠한 압력도 받은 사실이 없다”고 전제한 것을 보면 아마도 많은 국민은 ‘법원 스스로 뭔가 켕기는 게 있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또 다른 이유가 있다. 고영주 변호사는 법원에 자신이 문 대통령을 공산주의자라고 판단한 여러 근거들을 제출했다. 1심 재판부는 문 대통령 측과 고 변호사 측 주장을 모두 검토해 판결했다. “고 전 이사장은 문 대통령을 공산주의자라고 판단하게 된 여러 근거를 제시하고 있고 입장을 정리해 판단내린 것”이라고 분명히 밝힌 부분에서 알 수 있다.

    그런데 2심 재판부는 그런 흔적이 전혀 보이질 않는다. 2심 재판부는 문 대통령이 부림사건 변호인이었다는 고 변호사 발언에서 문 대통령은 원 사건 변호인이 아닌 재심 변호사이기 때문에 원 사건을 근거로 공산주의자라고 표현하는 것은 논리비약이고 허위라고 했다.

    어이없는 논리다. 부림사건이 재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으니 문 대통령도 공산주의자로 보면 안 된다는 건가. 만일 부림사건이 훗날 다시 재심을 받아 부림사건은 공산주의 운동이 맞다는 판결이 나오면 최한돈 판사는 어쩔 텐가. 문 대통령은 다시 공산주의자라고 정정할 텐가.

    "공산주의자를 공산주의자라고 부르면 안 되는 세상"


    고 변호사가 문 대통령을 공산주의자라고 보는 근거는 부림사건 원심 판결 결과가 아니다. 오랜 세월 문 대통령의 다양한 활동, 발언과 행보를 총체적으로 평가해 고 변호사 스스로 갖게된 판단한 소신이다. 맞지도 않는 부적절한 논거를 끌어들여 억지 논리를 펴는 건 그만큼 최 부장판사의 논리가 궁색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최한돈 재판부가 고 변호사를 억지로 유죄를 만들어야 하는 절박함이 없었다면 판결문에 이런 비약과 궤변이 넘실댈 이유가 있나.

    마침 최 부장판사 개인 얘기가 나왔으니 한마디 더 하자. 최 부장판사는 양승동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을 주장했던 당사자다. 양승동 사법부가 판사 뒷조사를 하는 등 사법행정권을 남용했다고 고발하고 항의하는 차원에서 사직서까지 던졌던 주인공이다. 그런데 결과가 어떻게 됐나. 사법농단 연루 의혹으로 기소됐던 판사들이 줄줄이 무죄판결을 받았다. 최 부장판사는 이 사실은 어쩔 텐가. 자신이 허위사실로 무고한 동료판사들을 모함하고 명예를 훼손했다는 생각은 안 드나.

    최 부장판사는 한 개인이 일생을 통해 경험하고 공부한 끝에 내린 양심과 표현의 자유를 짓뭉갰다. 재판부 판결 내용을 들어보면 필자는 이 판결문이야말로 허위사실에 가깝다고 느낀다. 재판부는 고 변호사가 마치 부림사건 원심이냐 재심이냐와 같은 단순한 요소 하나와 거기에서 비롯된 근거만으로 문 대통령을 공산주의자라 부른 것처럼 밝혔다. 고 변호사가 제출한 여러 근거자료들은 아예 싹 무시하고 유죄에 필요한 부분만 골라 판결한 것이다.

    공정한 재판이 아니다. 이게 결론을 내려놓고 논리를 꿰어 맞춘 ‘기교사법’이 아니고 뭔가. 재판부는 동족상잔 비극의 군사대치 상태에서 공산주의자라는 표현을 쓰는 건 어떤 표현보다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키는 표현이라고 했다. 6·25전쟁 이후 남북이 대치되는 상태에서 공산주의자라는 표현은 절대 써선 안 된다는 것이다. 지금은 공영방송에서도 공산주의자들을 미화하는 프로그램들이 버젓이 방송되는 세상이다.

    공산주의자들을 미화하는 것은 괜찮고 공산주의자들을 공산주의자라고 불러선 안 되는 세상이 된 것이다. 이게 최 판사가 강조한 자유민주주의 기본질서에 맞는 세상에서 나올법한 판결인가. 최 판사의 판단이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나올 수 있는 판결인지 아니면 공산주의 국가에서 나올 수 있는 판단인지 진심으로 묻고 싶다.

    문 대통령이 “대통령을 욕해도 좋다”고 국민에게 공언한 날 마침 유죄판결을 받은 고영주 변호사는 “도저히 사법부의 판결이라고 볼 수 없다. 그야말로 청와대에서 하명하는 데로 그대로 보고서를 낸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문재인이 공산주의자인 30가지가 넘는 이유를 재판부에 제출했지만, 제대로 보지도 않았다”고 상고의사를 밝혔다.

    당연하다. 이런 엉터리 정치판결을 그대로 수긍하는 것이야말로 최 부장판사가 걱정하는 인권유린국이자 권위주의 통치질서에 수긍하는 반민주국가 국민의 모습이다. 상식적인 재판부에서는 도저히 있을 수 없는, 하명판결이 의심되는 이번 사건은 대법원에서 반드시 정상으로 돌려놔야 한다. 그래야 대한민국이 자유민주 국가로서 작동되고 있다는 증거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