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사이 '표현의 자유' 해석 정반대로 뒤집혀… 법조계 "주류 된 '좌경화 사법부'의 정치화 우려" 비판
  • ▲ 고영주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 ⓒ권창회 기자
    ▲ 고영주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 ⓒ권창회 기자
    "문재인은 공산주의자"라는 발언으로 재판에 넘겨진 고영주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 항소심에서 유죄판결을 받으면서 김명수 사법부의 '표현의 자유' 판단에 기준이 없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최근 법원 판결에서 '표현의 자유'의 범위가 피고인에 따라 달라지는 양상을 보이는 탓이다. 

    법원은 고 전 이사장의 발언이 "중대성과 이념갈등을 고려해" 정치적 표현의 자유의 범위 안에 있지 않다고 했지만, 불과 한 달 전 이재명 경기도지사 관련 판결에서는 "정치적 표현의 자유는 폭넓게 허용돼야 한다"고 판결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9부(부장판사 최한돈)는 27일 문 대통령의 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고 전 이사장의 항소심에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해자(문 대통령)로부터 어떠한 압력도 받은 사실이 없다"고 전제하며 "고 전 이사장의 발언의 중대성과 우리 사회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이념갈등을 고려하면, 그것이 표현의 자유 범위 안에서 적법하게 이뤄진 것으로 보기 힘들다"고 판시했다.

    "정치적 표현의 자유 폭넓게 허용"… 이재명 대법 판결

    이번 고 전 이사장을 대상으로 한 판결을 두고 법조계에서도 논란이 이어졌다. 무죄 판단한 원심 판결이 완전히 뒤집힌 데다, 표현의 자유를 해석하는 기준을 두고도 논란이 제기된 탓이다. 

    최근 법원은 표현의 자유를 넓게 해석했지만, 이번 판결에서는 유독 좁게 적용됐다. 고 전 이사장을 대상으로 한 판결 취지와 달리 법원은 불과 한 달 전 이 지사 관련 재판 판결에서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넓게 해석했다. 

    지난달 16일 대법원 전원합의체(이하 전합)는 2018년 지방선거 TV토론회에서 '친형 강제입원' 논란과 관련해 허위사실을 공표해 공직선거법을 위반한 혐의를 받은 이 지사의 상고심에서 "정치적 표현의 자유는 폭넓게 허용돼야 한다"며 벌금 3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무죄 취지로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전합은 "이 지사 발언은 상대 후보자 질의에 전반적으로 부인하는 취지로 대답한 것"이라며 "적극적 허위사실 공표가 아닌 이상 표현의 자유에 따라 허용돼야 한다"고 판단했다. 같은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두고 한 달 사이 법원의 견해가 정반대로 뒤집힌 것이다.

    이 때문에 법조계 일각에서 법원이 피고인에 따라 표현의 자유의 기준을 다르게 적용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한다. 고 전 이사장 관련 판결을 두고 '사법적 판단이 아니다'라고 지적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서정욱 변호사는 "공산주의자라고 하는 것은 추상적 평가에 불과하다"며 "이를 명예훼손이라고 하는 것은 논란의 여지가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서 변호사는 "표현의 자유를 두고 법원 판단이 오락가락하는데, 내 편한테만 표현의 자유가 있다는 것은 큰 문제"라고 꼬집었다. 

    고 전 이사장도 27일 항소심 선고 뒤 "사법적 판단이라고 볼 수 없고, 청와대의 하명대로 한 것으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법원, 표현의 자유 이중잣대… "사법부 정치화 우려"

    문재인 정부와 김명수 사법부에서 표현의 자유를 두고 논란이 일어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최근 여권에서는 대북전단 살포와 역사왜곡금지법을 두고 "표현의 자유를 넘어서는 것은 규제해야 한다"며 좁은 해석을 내놨다. 지난달 17일 통일부는 대북전단 살포 단체 중 하나인 자유북한운동연합의 비영리법인 설립 허가를 일시적으로 취소하기도 했다. 

    양향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역사왜곡금지법을 두고도 표현의 자유를 억압한다는 논란이 일었다.

    고 전 이사장 관련 판결이 좌경화·정치화된 사법부의 일면을 다시 한번 보여줬다는 분석도 있다. 김명수 사법부는 우리법연구회 출신 등 좌파성향 법관들을 우대하며 코드인사라는 지적을 받았다. 고 전 이사장을 대상으로 판결을 내린 최한돈 부장판사 역시 우리법연구회의 후신인 국제인권법연구회 소속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법원도 현재 대법관 14명 중 11명은 문 대통령이 임명한 법관이다. 문재인 정부 후반기로 접어들면서 보수정권에서 임명한 대법관들이 소수가 됐고, 이에 따라 대법원의 행보 역시 좌경화했다는 우려가 이어지는 상태다.

    한 법조인은 "사법부 주류세력이 좌파적 성향을 띠는 법관들로 교체됐다는 것이 최근 판결을 통해 드러나고 있다"면서 "앞으로 남은 여러 권력재판들 역시 향방을 알 수 없는 상태가 됐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