댐 무너지면 이재민 4억, GDP 40% 증발해 中 경제 초토화… 삼성, SK, LG 등 한국기업도 치명상
  • ▲ 수위가 넘치기 전 물을 방류하는 싼샤댐. ⓒ뉴시스 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수위가 넘치기 전 물을 방류하는 싼샤댐. ⓒ뉴시스 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2개월 넘게 홍수를 겪는 중국 양쯔강 일대가 20일 최대 고비를 맞을 전망이다. 현지 언론은 “지난 14일 제4차 홍수에 이어 18일 양쯔강 유역을 강타한 제5차 홍수가 이날 산샤댐에 들이닥칠 것”이라고 전했다. 만에 하나 산샤댐이 붕괴하면, 중국경제는 치명상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 대기업들 또한 적지 않은 피해를 입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20일 산샤댐에 초당 7만4000㎥ 물 유입” 중국 초비상

    “중국 수리부 장강(長江, 양쯔강의 중국 내 표현)수리위원회 수문국은 18일부터 양쯔강 유역을 강타한 제5차 홍수의 영향으로 20일 산샤댐에 초당 7만5000㎥의 물이 유입될 것”이라고 밝혔다고 환구시보·신경보 등 현지 매체들이 보도했다. 장강 수문국은 “이번 유입량은 2008년 산샤댐이 완공된 이래 최대 규모”라고 밝혔다.

    지난 18일 발생한 제5차 홍수는 충칭시를 덮쳤다. 충칭시는 이날 홍수로 2만여 상점이 침수했고 이재민 26만 명이 발생했다. 이날 산샤댐은 수문 10개를 개방했다. 방류량은 초당 4만8000㎥에 달했다. 문제는 양쯔강 상류지역 여러 곳에 여전히 집중호우가 내리는 것이라고 현지 매체들은 전했다.

    지난 14일 제4차 홍수 당시 산샤댐으로 흘러든 물의 양은 초당 6만2000㎥였다. 이때도 산샤댐 붕괴 위기론이 제기됐다. 참고로 국내 최대 댐인 소양강댐의 최대 방류량은 초당 5500㎥로 알려졌다. 7만5000㎥는 소양강댐 13개 이상이 한꺼번에 최대 방류하는 수준이다.

    그동안 산샤댐은 중국 핵심공업지대인 삼각지 일대의 홍수를 막느라 수문을 많이 개방하지 않았다. 그러자 상류에서는 1981년 이래 최악의 홍수가 났고, 결국 양쯔강 상류와 하류 모두 홍수 피해를 입었다.
  • 이런 현실 때문에 중국인들은 지난달 SNS에 돌았던 ‘산샤댐 붕괴 시뮬레이션’ 영상을 떠올리며 불안해한다.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산샤댐이 무너지면 30억㎥의 흙탕물이 강 유역을 집어삼킨다. 50km 떨어진 이창시는 30분 만에 10m, 우한시 대부분은 5m 물속에 잠기는 것으로 나왔다. 역류한 물로 인해 댐 상류에서도 엄청난 홍수가 생긴다고 나타났다. 

    “절대 안 무너진다”지만… 산샤댐 붕괴 시 피해

    중국 당국은 “산샤댐이 무너질 것이라는 주장은 서방국가의 흑색선전”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면서도 산샤댐 붕괴론과 관련한 글이나 영상이 온라인·SNS에 올라오면 즉각 삭제한다. 가능성은 접어두고라도 실제로 산샤댐이 붕괴할 경우 피해상황이 알려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중국은 양쯔강을 중심으로 내륙을 발전시킨다는 경제계획을 꾸준히 추진해왔다. 여기서 나온 ‘장강경제벨트’는 중국이 목표로 삼은 ‘전 인민 샤오캉(小康·중산층을 의미) 시대’를 만드는 성장동력이다.

    면적이 205만㎢인 이 벨트에는 상하이·충칭시를 비롯해 장쑤·저장·안후이·장시·후베이·후난·쓰촨·윈난·구이저우성이 포함된다. 이 지역 인구는 약 5억8000만 명, 총생산액은 중국 전체의 42.7%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산샤댐이 무너질 경우 이 지역 대부분이 침수되거나 홍수 피해를 입게 된다. 일각에서는 산샤댐 붕괴 시 이재민 4억 명, 중국 GDP의 40%가 증발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산샤댐 붕괴 시 최대 타격은 중국, 두 번째는 한국

    ‘장강경제벨트’에 속하며 양쯔강 하류에 있는 항저우시는 알리바바·타오바오 등 중국 전자상거래 기업의 본산이다. 대규모 물류기반시설도 있다. 상하이·충칭시를 비롯한 다른 양쯔강 주변지역에도 중국이 핵심산업으로 꼽는 반도체·전자·자동차·배터리 관련 주요기업이 자리 잡고 있다.
  • ▲ 물에 잠긴 안후이성. ⓒ뉴시스 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물에 잠긴 안후이성. ⓒ뉴시스 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중국 기업만 양쯔강 주변에 있는 것이 아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베이징무역관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19년 말까지 중국에 진출한 우리 기업 3608곳 가운데 삼성전자·SK하이닉스·LG화학·LG디스플레이·LG전자·기아차와 중국기업의 합작공장이 양쯔강 주변 장쑤성에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장쑤성에 건설 중이다.

    또한 LG디스플레이는 난징·광저우에서 공장을 가동 중이다. SK하이닉스는 충칭시와 장쑤성 우시에 D램 반도체공장을 지어 가동 중이다. 현대차는 충칭시에 연간 30만 대 생산이 가능한 대규모 공장을 가동 중이다. 한국타이어도 충칭시에 공장이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상하이에 대규모 생산·유통시설을 보유했다. 이들 외에도 적지 않은 우리 기업이 양쯔강 유역에서 활동한다. 다만 삼성전자는 이 일대 공장을 모두 철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산당 부정부패로 인한 부실공사”

    중국인들이 “산샤댐은 무너지지 않는다”는 중국 정부의 말을 믿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공산당 간부들의 부정부패다. 2019년 6월 중국 국무원에서 열린 정책설명회 당시 톈이탕 수리부 수재방지국장은 “중국에 있는 9만8000개의 댐 가운데 8만2000개 이상에 잠재적 결함이 있는 것으로 판명됐다”고 밝혔다. 여기에는 산샤댐도 들었다.

    중국 당국이 산샤댐과 관련해 적발한 불법행위는 2013년까지만 80건, 사법처리한 정부와 당 관계자는 113명에 달했다. 규정 위반 등에 관련한 불법자금도 34억4500만 위안(약 5910억원)이나 됐다.

    산샤댐 주변이 침식되기 쉬운 석회암 지반이어서 토사가 호수 바닥에 쌓여 수질이 악화하거나 주변에서 산사태가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는 점, 댐을 건설한 곳이 단층지대라는 점 또한 문제로 지적된다.